사회 사회일반

수사 불신에… 사고 터졌다하면 꼬리 무는 '가짜뉴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2 17:46

수정 2021.05.12 18:23

한강 대학생·세모녀 살해사건 등
정보 불충분에 루머·음모론 확산
경찰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 손정민군 친구 A씨의 휴대전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 손정민군 친구 A씨의 휴대전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건 사고 발생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는 이른바 '가짜뉴스'들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가 더해지면서 필요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의 수사내용이 수사대상에 따라 속도를 달리하는 등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이 됐기 때문에 이 같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들이 양산되는 배경과 요인에 대해 짚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들이 거주하던 아파트 주민들의 전언을 기초해 김태현이 숨진 피해자의 연인이라는 내용의 소문이 이어졌다.
이후 피해자 지인들이 "김태현 사건은 스토킹 범죄"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이어 김태현이 숨진 피해자들의 시신이 있는 장소에서 '음식을 먹었다'거나 '숨진 큰 딸의 시신 곁에 나란히 누워있는 채로 경찰에 발견됐다'는 등의 자극적인 내용이 퍼지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현이 자해를 시도하고 의식을 잃었다가 돌아온 직후 갈증을 느껴 음료 등을 마셨으나 음식물을 섭취하지는 않았다"며 "(또 발견) 당시 피해자와 멀지 않은 곳에 누워있는 상태라고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강공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사건도 발생 직후 손모씨(22)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와 아버지에 대한 루머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이 이어졌다.

온라인 상에는 'A씨가 혈연을 이용해 수사를 막고 있다'거나 '사건 발생 당시 경찰차 6대가 출동했다' 'A씨의 아버지가 경찰 고위직 또는 대형로펌 대표' 등 허위사실과 추측성 루머가 잇따랐다. A씨 아버지와 관련설이 나온 강남세브란스 병원 측이 "근거없는 루머는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관련 내용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 경찰관계자는 "당시 한강변 식당 건물 주차장서 발생한 차량 접촉사고로 2대가 현장으로 출동한 것으로, 실종사건과 별개의 건"이라며 "A씨 아버지에 대한 소문도 낭설"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같은) 루머의 양산과 유포가 되는 데는 △ 정보의 불충분 △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 공작적 음모론을 환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최근 벌어진 한강공원 실종 대학생 사건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경찰 수사에 대해 미덥지 않게 생각되는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이를 통해 국민들이 제대로 수사가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도록 직간접적으로 학습이 됐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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