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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진 인플레 그림자…'긴축 방아쇠' 당긴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1 18:43

수정 2021.05.11 21:26

비상등 켜진 물가
국제유가·농산물값 일제히 상승
각국 '양적완화 축소' 압박 커져
美는 옐런發 금리상승 신호탄
주식·부동산 거품 빠지면 대혼란
짙어진 인플레 그림자…'긴축 방아쇠' 당긴다
인플레이션 전조가 국내외 경제지표 곳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생산자 물가가 모두 뛰었고,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되면서 물가인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하고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인상발 주요 자산 가격이 대변동성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10일 배럴당 66.7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11일 배럴당 26.72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149.7% 올랐다. 설탕, 곡물, 유지류 등 식량 가격도 11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5월 들어 전년 대비 450% 이상 급등하면서 최근 11년 내 최고치 수준이다. 철자재 가격도 지난해 11월 기점으로 70% 이상 단기간 인상됐다. 구리 국제가격은 지난 8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화물 운송료 등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도 껑충 뛰었다.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는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미 물가목표치(2.0%)를 넘어섰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2.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0%를 웃돈 건 지난 2018년 11월(2.0%) 이후 29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국제유가의 기여도는 0.5%포인트에 달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공포가 가라앉으면서 억눌렀던 소비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소비'도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 1.7%에서 3월에 2.6%로 올랐고,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은 1.3%에서 1.6%로, 영국이 0.7%에서 1.0%로 올랐다. 물가가 앞으로도 각국 중앙은행 물가안정 목표치를 넘어서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고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전조는 이미 시작됐다. 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장심리 지표에서 심상찮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기대지수 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물가상승 기대치(중앙값)는 향후 1년간 3.4%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9월 조사 이후 최고치다. 물가채와 일반국채의 금리 차이에 기반해 산출하는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BEI)도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초저금리 시대도 막을 내릴 수 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현재 0.5%)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50%대 초반을 유지했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올해 3월 말 70.5%를 기록했다. 2015년 2월(71.3%)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다.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변동금리 대출의 기본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채나 코픽스(COFIX)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빚을 내 투자했던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가치는 급락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4월 소비자물가가 2.3% 올라 물가목표치를 웃돌았다는 통계청 발표에 "농축산물 가격 강세가 둔화되고 국제유가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돼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럼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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