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오른쪽)이 취임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으로 출근했다. /사진=홈플러스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오른쪽)이 취임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으로 출근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제훈 신임 사장이 취임 첫날부터 파격 행보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첫 공식 일정을 본사 집무실이 아닌 점포 현장에서 시작했다. 출근 첫날인 10일 이 신임 사장은 점포 근무 직원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홈플러스의 새로운 전략짜기에 돌입했다. 홈플러스에서 신임 대표가 취임 첫날 자신의 집무실을 놔두고 현장을 먼저 찾은 사례는 처음이다.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로 첫 출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 신임 사장은 통상 취임 첫날 진행하는 ‘취임식’ 행사를 하루 뒤로 미루고 ‘대형마트를 더한 창고형 할인점’ 모델인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을 방문했다. 이 사장은 과도한 의전이나 대청소 등 점포 현장 직원들에게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사전 통보 없이 깜짝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사장은 서울지역 홈플러스 대형마트 점포 중 유일한 여성 점장인 김현라 목동점장과 환담을 나누고 점포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전체 인력 중 70%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된 대형마트 업계의 특성을 감안한 여성 리더의 역할과 고충 등 30여 년간의 유통업 경험과 10여 년의 CEO 경험을 통한 조직운영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사장은 “오늘이 출근 첫날인데, 이 곳 현장의 여러분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눌 때 직원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깊은 자부심과 매장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 뜨거운 기운들을 모아 의미 있는 도전을 함께한다면, 어떠한 경쟁에도 이길 수 있는 단단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한민국 유통업계를 선도해온 홈플러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은 ‘직원’이었다”며 ”여러분의 경험과 고민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경청하고 모으는 일을 앞장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신이 그린 홈플러스의 비전과 경영계획도 털어놨다. 그는 “오늘은 고객이 선호하는 회사, 지속 가능한 회사, 직원이 행복한 회사인 ‘새로운 홈플러스’로 나아가는 첫날이 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 경쟁력 ▲온라인 사업 강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유통업의 강자 홈플러스를 만든 근간이자 홈플러스의 새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은 ‘고객’과의 접점인 ‘현장’에 있다”며 “앞으로 여러분과 저 스스로에게 ‘이것이 과연 고객과 현장을 위한 일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사장의 취임식은 취임 다음날인 11일 치러질 예정이다. 집무실에서 취임 소감을 동영상으로 간략히 촬영해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는 방식의 ‘언택트 취임식’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와 더불어 강당에 임직원들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취임사를 읽는 ‘훈시’ 형식의 허례허식을 과감히 버리고 직원들이 업무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는 이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왼쪽)이 취임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으로 출근해 서울지역 유일한 여성 점장인 김현라 목동점장과 대화를 나누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왼쪽)이 취임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으로 출근해 서울지역 유일한 여성 점장인 김현라 목동점장과 대화를 나누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구원 투수될까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불황 속에서 2019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8.4% 줄어들며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 사장은 부진한 홈플러스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펩시’와 제약사 ‘쉐링 플라우’의 미국 본사에서 근무했다. 2000년도부터 ‘피자헛 코리아’에서 CFO 겸 최고개발책임자(CD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이 사장은 리테일, 소비재 부문 CEO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편의점 체인인 '바이더웨이'와 'KFC코리아'의 CEO를 거쳐 최근까지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 신임 사장이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의 탁월한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O2O 유통기업으로 나아가는 홈플러스의 성장가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