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치료 의사, 실종 나흘 만에 나타나…주정부 "건강 양호"

김윤나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20일 모스크바의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자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20일 모스크바의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러시아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증세를 치료했던 의사가 실종된 지 나흘 만에 나타났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나발니를 치료했던 의사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인테르팍스통신은 10일(현지시간) 시베리아 옴스크병원 수석의사였던 알렉산드르 무라호프스키(49)가 실종된 지 나흘 만에 생존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무라호프스키는 지난 7일 옴스크주 볼셰우코프스키의 한 숲 속 사냥터에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동료들과 함께 갔다가 소식이 끊겼다. 그의 동료들은 하루간 자체적으로 수색했다가 이튿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8일부터 지역주민 등 100여명과 함께 드론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무라호프스키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냥터에서 6.5㎞ 떨어진 곳에는 무라호프스키가 타고 나갔던 사륜 오토바이만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형이 복잡하고 주변에 늪지대가 있어서 수색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 나흘 차인 10일 무라호프스키는 스스로 걸어서 마을로 돌아왔다. 옴스크 주정부는 이날 “무라호프스키의 상태는 양호하다”면서 “현재 볼셰우코프스키 지역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무라호프스키는 지난해 8월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져 옴스크병원에 옮겨졌을 때 나발니의 주치의였다. 당시 그는 나발니가 물질대사 장애로 쓰러졌다면서 ‘독극물 중독설’을 부인했다. 나발니 몸에서 옛 소련 정보기관이 쓰던 독극물 ‘노비촉’이 검출됐다던 독일 베를린병원 진단과 다른 발표를 한 것이다. 석 달 뒤인 지난해 11월 그는 공석이 된 지역 보건부 장관으로 승진했다.

무라호프스키가 연락 없이 실종된 정황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체코 프라하에 본사를 둔 러시아 전문매체 ‘시베리아 리얼리티’는 그의 지인을 인용해 “무라호프스키는 평소에 사냥을 즐기지 않았다”면서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에 사냥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경험이 없는 사냥꾼이 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고, 부유한 사냥꾼은 대부분 어디서나 전화를 걸 수 있는 위성전화를 가지고 사냥에 나간다”고 했다.

나발니 치료에 참여했던 의사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발니를 치료했던 옴스크병원 의사 세르게이 막시미쉰은 지난 2월 55세 나이에 급사했다. 3월에는 옴스크병원 정형외과장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혼수상태였던 나발니를 처음 치료했던 의사인 아나톨리 칼리니첸코는 옴스크병원에서 돌연 사임했다.

나발니 측근인 다니일 체비킨은 “나발니를 치료한 의사들의 일련의 해고와 죽음, 실종이 이상해 보인다”면서 “누군가 꼬리를 자르거나 증인을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시베리아 리얼리티에 말했다. 나발니의 비서실장인 레오니트 볼코프도 지난해 막시미쉰 사망 당시 CNN 인터뷰에서 “막시미쉰이 나발니의 상태에 관해 그 누구보다 많이 알았던 만큼, 그가 자연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 도시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져 비상착륙 끝에 옴스크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독일 베를린병원이 나발니 몸에서 옛 소련 정보당국이 쓰던 독극물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나발니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독일에서 귀국한 나발니는 사기 등 혐의로 체포돼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기사는 무라호프스키가 실종 후 발견된 내용을 업데이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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