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방송된 tvN '디어마이프렌즈'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영옥, 윤여정, 나문희, 박원숙. /사진=cj e&m 제공
2016년 방송된 tvN '디어마이프렌즈'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영옥, 윤여정, 나문희, 박원숙. /사진=cj e&m 제공

그야말로 시니어 배우 전성시대다. 예능계, 안방극장, 스크린까지 접수한 시니어 배우들의 상승세는 떨어질 줄 모르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전에 시니어 세대는 문화 콘텐츠의 주변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이야기 전면에 나서거나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면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전성기에 나이는 없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영향력은 눈부신 활약상이 증명하고 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부터,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배우 김수미, 박원숙, 감초연기의 끝판왕 김영옥, 엄마 연기의 대가 김해숙, 국민배우 나문희까지 베테랑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입담이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를 윤며들게 만든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넘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우 윤여정이 넘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데뷔 55주년을 맞은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시니어 배우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던진 연기로 피닉스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등 30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지명되는 쾌거를 이뤘다.

tvN '윤스테이'에서는 센스 넘치는 활약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손님들을 접대하는 온화한 미소는 물론 그들의 농담까지 맞받아치는 유쾌한 입담으로 외국인 손님들과 시청자들까지 출구 없는 윤여정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만들었다. 

앞서 윤여정은 93회 오스카상 수상 소감에서도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오늘만은 (이름을 잘못 불러도)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느냐, 그저 내가 운이 좀 더 좋았다", "두 아들이 내게 일하러 가라고 종용했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결과를 얻었다" 등의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된 할머니 배우 '나문희'

배우 나문희가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배우 나문희가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시니어의 발레 도전기를 담은 tvN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주인공 '덕출'(박인환 분)의 부인 '해남'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나문희. 그는 초반 남편의 발레 도전을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진심을 엿본 뒤 그가 날아오를 수 있게 든든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알츠하이머로 남편이 꿈을 포기하려 하자 그에게 지지 말라고 북돋아 주는 아내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1941년생으로 올해 81세인 나문희는 2017년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나문희는 이름만 들어도 울컥하게 만드는 애잔함과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코믹함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전히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공로상이 아닌 여우주연상을 주셔서 정말 너무나 감개무량하다. 지금까지 상을 많이 받아봤지만 (이 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나이에 학구적이고, 진실을 더 많이 들여다보면서 100세 시대에 노년들을 위한, 젊은이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혀 뭉클함을 자아냈다.


거칠지만 솔직한 그녀, 배우 '김수미'

배우 김수미가 '2020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배우 김수미가 '2020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거칠지만 솔직한 입담과 뛰어난 요리 실력, 푸근한 '정'으로 안방극장에 힐링 손맛을 전해주고 있는 배우 김수미. MBC '전원일기', 영화 '마파도', '맨발의 기봉이' 등 매 작품마다 강한 인상을 남긴 '일용엄니'. 작품 속 이미지로 인해 '걸크러시' 면모가 강하면서도 솔직한 감정표현과 연륜으로 할머니나 어머니를 보는 듯 하다는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김수미는 2018년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을 시작으로 '밥은 먹고 다니냐', '수미산장'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들을 이끌며 집밥과 요리를 접목한 힐링 토크 예능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채널 '수미티브이'로도 활동중인 김수미는 첫 영상에서 "71세에 유튜브에 도전한다. 여러분들이 많이 봐주셔야지. (구독자) 500만, 600만? 저는 싫다. 1000만 명을 넘겨야 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수미는 장기인 요리 실력을 살린 영상 '김장 레시피 대공개'를 마수걸이 콘텐츠로 내세우며 소통을 예열했다.

언니들의 마음 대변하는 배우 '박원숙'

지난 2월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제작발표회에 박원숙이 참석했다. /사진=KBS 제공
지난 2월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제작발표회에 박원숙이 참석했다. /사진=KBS 제공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1인 가구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는기존 관찰 예능에서 다루지 않았던 중장년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1인 가구 노후 문제를 제시하고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즌1부터 지난해 시즌2를 거쳐 올해 시즌3에 이르기까지 든든한 맏언니 박원숙의 공이 크다. 수년째 프로그램을 이끈 노련함과 친근한 매력으로 이혼과 경제난 등 여러 개인적 아픔을 딛고 홀로 선 합숙 멤버들을 보듬고 위로한다. 박원숙 특유의 공감 능력은 브라운관 밖 시청자에게도 위로를 전달한다.

박원숙은 예능뿐 아니라 본업인 연기도 병행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박원숙은 '빈센조' 후속으로 오는 8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마인'에서 효원그룹 안주인 '양순혜'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거침없는 할미넴 배우 '김영옥'

여배우 김영옥은 현재까지도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배우로 대중의 곁을 지켜오고 있다. /사진=KBS 제공
여배우 김영옥은 현재까지도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배우로 대중의 곁을 지켜오고 있다. /사진=KBS 제공

거침없는 입담과 솔직함으로 힙합이면 힙합, 예능이면 예능, 연기면 연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할미넴'(할머니+에미넴) 배우 김영옥.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여배우인 그는 현재까지도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배우로 대중의 곁을 지켜오고 있다.

64년차 현역 배우 김영옥은 1958년 만 스무살에 한국 최초의 TV방송국이었던 '대한방송'을 통해 데뷔했다. 

과거 드라마 '골드미스다이어리'에서 '시베리아 벌판에서 십장생, 귤이나 까먹어라'라는 대사로 젊은 세대에게 다시금 유명해졌다. 그녀의 대사와 에미넴의 힙합 비트를 리믹스한 음성이 화제가 되면서, 김영옥은 지금의 '할미넴'이 됐다. 김영옥은 종합편성채널 JTBC '힙합의 민족'에 몬스타엑스 주헌과 함께 출연해 힙합을 향한 도전에는 나이도 상관없음을 보여줬다.
김영옥은 현재 방영하고 있는 tvN 드라마 '마우스'에서 봉이 할머니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광활한 지리산의 비경을 배경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미스터리물 tvN '지리산'에도 출연하기로 결정됐다.

모든 엄마들을 대변하는 배우 '김해숙'

배우 김해숙이 '제24회 소비자의 날, 문화연예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br />
배우 김해숙이 '제24회 소비자의 날, 문화연예 시상식'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배우 김해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엄마로 꼽힌다. 김해숙은 1974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아버지가 이상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연기해왔다. 영화 '무방비도시'(2007) '박쥐'(2009) '도둑들'(2012) '암살'(2015), '희생부활자'(2015), '아가씨'(2016)에서는 드라마 속 어머니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연기변신도 서슴지 않는다.
김해숙은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에 대해 "처음에는 엄마라는 한정적인 역할이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엄마도 하나의 장르다. 똑같은 엄마라도 각자의 사연과 모습, 위치가 전부 다르다. 엄마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걸 깨달은 뒤에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대변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많은 여배우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배우 김해숙, 그는 "여배우가 할 작품이 없다는 얘기가 많은데 중견 여배우로서 제가 그 짐을 지고 관객을 만나게 돼 행복하다. 후배들이 올라오는 길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여배우도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연기열정을 드러냈다.

'시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배우 김영옥이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해 할미넴의 랩 실력을 보여줬다. /사진=JTBC 제공
배우 김영옥이 JTBC '힙합의 민족'에 출연해 할미넴의 랩 실력을 보여줬다. /사진=JTBC 제공

시니어 배우의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방송가. 노년층의 활동적인 삶에 관심이 높아지며 방송가와 브라운관에 시니어 바람이 분다. 건강하고 적극적인 노년층이 늘어 과거 노인에게 덧씌워진 노쇠한 이미지를 바꾸면서 활동적인 시니어 라이프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시니어 스타들은 톡톡 튀는 매력과 함께 이들만이 지닌 연륜에서 나오는 입담을 통해 전 세대의 공감과 사랑을 손에 넣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 경제 대전망'을 통해 "만 65~75세 '욜드'(young+old의 줄임말)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전 노인들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욜드의 선택이 앞으로 소비재와 서비스,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2030 세대에게 트렌드 파워를 빼앗겼던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줄임말로 활동적인 노인을 뜻함) 세대는 지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간의 삶의 내공을 바탕으로 서서히 주도권을 찾아오는 상황. 특히 서서히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