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준비 과정, 예견된 이영하의 2군행

안희수 2021. 4. 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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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영하가 지난 25일 잠실 NC전 1회초 5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준비가 부실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국 야구의 미래'로 기대받던 이영하(24)의 행보가 주는 교훈이다.

이영하는 두산 1군 엔트리에서 26일 말소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칼을 빼 들었다. 이영하는 지난주까지 등판한 4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11.40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는 한 번도 없었다. 20일 롯데전에서는 3이닝 동안 무려 9점을 내줬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25일 NC전에서도 1회에만 5실점 한 뒤 2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피안타율(0.388)과 이닝당 출루허용률(2.40) 모두 형편없는 기록을 남겼다.

총체적 난국이다. 일단 구속이 떨어졌다. 25일 NC전에서 기록한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4㎞였다. 풀타임 선발을 소화하며 17승을 거둔 2019시즌 평균 구속(144.5㎞) 수준이다. 이영하는 시속 147~148㎞ 강속구를 뿌렸던 투수다. NC전에서는 누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던진 포심의 구속도 142~143㎞에 머물렀다. 구속이 저하되다 보니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던 슬라이더의 효과도 약해졌다. 투구의 무브먼트(움직임)도 2020시즌 초반보다 밋밋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가 9실점 하며 부진했던 20일 롯데전을 마친 뒤 "잘 던지려다가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구속이 떨어져도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면 안 된다. 그래도 앞으로 잘해낼 것"이라며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25일 NC전 1회 투구를 본 뒤 바로 강판시켰고, 이튿날 2군행을 지시했다.

예견된 부진이다. 2021시즌 준비는 엉망이었다. 이영하는 2021년 스프링캠프 개막 전 "2020시즌 준비 과정에서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다. 2018시즌과 2019시즌 모두 10승 이상 거뒀고, 국가대표팀(프리미어12) 일정을 소화한 뒤 휴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다르다. 비활동기간 운동을 열심히 했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마친 뒤에는 "내 자리(선발진)는 없다는 생각으로 훈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초조한 마음이 과욕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1차 캠프 도중 근육통이 생겼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다른 팀과 평가전이 진행된 2차 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라이브 피칭과 실전 등판 모두 다른 선발 투수들보다 늦었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3월 21일 KT전에서는 상대 타자 강백호의 타구에 왼쪽 뒤꿈치를 맞은 뒤 부축을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1이닝 소화가 아쉬울 때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이영하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시범경기 내내 시속 145㎞를 넘지 못했다.

개인사도 발목을 잡았다. 이영하는 지난 2월 학폭(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영하의 고교 시절 후배라고 밝힌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PD수첩)이 A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방영했다. 이영하의 에이전시(에이스펙코퍼레이션)는 18일 "특정인을 지정해 가혹 행위 등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는 입장을 전했고, 이영하도 21일 시범경기(KT전)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를 통해 직접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악재가 겹쳤고, 심신이 망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결과는 뻔했다. 이토록 부실한 준비로는 '20승 투수'라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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