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을 하는 A씨는 지난 1월 중순, 사무실 근처 경동택배 영업소를 통해 중요한 원단샘플을 고객에게 보냈다. 하지만 도착 예상 시점이 한참 지나도 물품이 배송되지 않았다. A씨는 물품 행방을 찾고자 수차례 본사 고객센터는 물론이고 당시 물품에 스티커를 붙여준 영업소까지 찾아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택배 분실 신고를 하라’는 게 전부였다. 이에 분실 신고를 내고서 수개월 간 ‘택배 사고’에 대한 조속한 조치를 촉구했지만 공식 처리 보상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사고 접수를 하고 수차례 항의했지만, 수 개월째 들어온 답변은 ‘처리 보상이 순차 진행되니 기다려 달라’는 식이다”라며 “계약을 위한 중요한 샘플이었는데 택배사 대응이 너무나 불합리하다. 물품 가액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응당 사과하고 빠른 보상이 잇따라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택배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분실 사고’에 보상 처리는 여전히 미온적이어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택배 업계에 따르면 2001년 약 2억개였던 연간 국내 택배 물량은 지난해 28억만개로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사고(분실·파손 등)에 대한 택배사들의 ‘보상 프로세스’는 여전히 더디다.
A씨 처럼 분실 사고의 경우엔 사고경위·보상피해 정도를 따지는데만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또 물건을 잃어버린 것으로 판명 나면 ‘물건’ 자체를 찾는 것 자체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보상 진행이 된다고 해도 언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실제로 현행 소비자법을 봐도 분실택배 배상 기한 규정이 없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택배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택배가 파손되거나 분실될 경우, 고객이 손해 입증 서류를 낸 날로부터 30일 내 택배사가 우선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공표했다. 개정된 표준약관을 따를 경우, 택배사는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선보상을 해줘야 하지만,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택배 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사 잘못으로 확인되면 보상 절차를 밟지만 언제 지불해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며 “택배사들 마다 모두 사고 보상 기준·시점이 제 각각이어서 업체들이 공정위 표준약관을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