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훈, 묵묵히 오른 오르막길 [인터뷰]

최혜진 기자 2021. 4.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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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훈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끝없는 오르막은 없다지만, 그 끝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숨이 차고 땀이 흘러 발걸음을 되돌리게 한다. 그러나 최대훈에겐 포기란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험하고 경사진 길을 묵묵히 걸어온 최대훈이다.

최대훈은 지난 2007년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로 데뷔했다. 이후 무대와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그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악의 꽃'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최대훈은 JTBC 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연출 심나연)을 통해 장르물에 도전했다. '괴물'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추적 스릴러다.

가장 먼저 최대훈은 "너무 영광스럽다"며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노력했다. 다행히 그 결과가 좋아 너무 행복하다. 지금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괴물'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 소홀히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자극을 받고 노력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대훈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극 중 최대훈은 문주 경찰서 수사 지원팀 박정제 역을 맡았다. 박정제는 어린 시절 한 사건의 충격으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앓았다. 유약하고도 선량한 모습 뒤, 말 못 할 비밀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최대훈은 어딘가 비밀스러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 집중했다. 그는 "감독과 작가조차도 제게 일정 부분은 모른 채 연기를 해도 된다고 했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도 모든 걸 관통해 준비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가장 필요한 정보만 얻고 주어진 상황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유약함을 표현하기 위해 표정 연기에도 공을 기울였다. 그는 "박정제를 연기하기 위해 눈동자의 위치를 많이 생각했다. 우리가 어떤 상황 속에서 강하게 또는 약하게 보이는지 많이 관찰하고 그걸 제 안에서 끄집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대훈은 박정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배우 신하균 등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신하균은 극중 박정제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만양 파출소 경사 이동식으로 분했다.

"이동식은 박정제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다"고 정의한 최대훈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박정제에게 이동식은 유년기의 한 부분이었다. 박정제는 기가 눌려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다. 그러나 이동식이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주고 세상과 말하고 소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사연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신하균과 많은 토론도 나눴다. 최대훈은 "신하균이 처음에 먼저 다가와 주셔서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서로가 편해졌을 때, 신하균이 제게 계속 의문과 질문을 던져주셨다. 토론하면서 답을 찾아가고자 했다"고 전했다. 또한 "최대훈에게 신하균 역시 세상과 소통하게 된 창구"라며 그를 향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최대훈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최대훈은 매 작품마다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선 허술한 재벌가로 분했고, '악의 꽃'에서는 냉철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강력계 팀장으로 활약했다. 또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뺀질거림이 돋보이는 사업가 역을 소화했다.

이번 '괴물'에서도 최대훈은 전작의 색깔을 모두 지운 채 등장해 호평을 모았다. 최대훈은 이런 반응에 대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행복하다"며 "드라마 속 인물로 봐야 하는데 전작이 생각나거나 다른 곳에서 보여 준 모습이 드러나 캐릭터와 간극이 벌어지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달라지고 싶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멜레온 같은 매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최대훈은 "텍스트를 중시한다. 텍스트에 답이 많이 있어 많이 읽는다. 정말 많이 읽는다"며 모범적인 답안을 전하기도 했다.

최대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열일'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배우들이 많다. 모두에게 기회는 주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언제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쉬지 않고 달려온 최대훈은 눈앞에 놓여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끝낼 수 없는 최대훈이다. 영원이 없음을 알기에 더욱 멈출 수 없다는 최대훈은 계속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 약속했다.

"정말 행복하지만 제게 주어진 기회가 언제 사라질까 불안하기도 해요. 영원한 건 없으나, 그래도 영원에 가깝도록 일하고 싶어요. 저는 스타나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저 연기를 좋아할 뿐입니다. 오래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최대훈 /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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