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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보고 “귀찮은 X”… 양부 안씨 “분리불안 큰딸 아니면 선처 바라지도 않아”

입력 : 2021-04-15 15:31:07 수정 : 2021-04-15 16: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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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양모 장모씨의 남편 안모씨도 방임 혐의 유죄 주장 / 장씨 카카오톡 내용 언급하며 “사이코패스 성향 보여”
지난 1월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이의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인 양 양어머니 장모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장씨와 그의 남편 안모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해 공분이 일고 있다. 검찰은 정인 양의 양부인 안씨 역시 아내의 학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아이가 사망할 때까지 방치한 정황이 카톡 메시지에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 심리로 지난 14일 진행된 장씨 부부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데 이어, 안씨에게는 징역 7년6월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안씨는 아내인 장씨의 행위를 방관하면서 아이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하도록 했고, 결국 사망하게 내버려둔 것”이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지난 2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입양부 안모씨가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날 검찰은 장씨 부부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발췌본을 공개했다.

 

이들 부부가 아이를 입양한 직후였던 지난해 2월, 정인 양이 콧물을 흘리자 장씨는 남편 안씨에게 “얘(정인)는 기침도 장난 같아. 그냥 두려고”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안씨는 “약 안 먹고 키우면 좋지”라고 답했다.

 

같은 해 3월 장씨가 “오늘 온종일 신경질. (정인에게) 사과 하나 줬어. 대신 오늘 폭력은 안 썼다”라고 보내자, 안씨는 “아침부터 그러더니 짜증이 갈수록 느는 것 같아”라고 답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메시지 내용에 비춰 “입양 초기부터 장씨가 아이를 폭행한 것으로 보이고, 안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장씨는 남편에게 “애(정인)가 미쳤나 봄. 지금도 (밥을) 안 처먹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안씨는 “종일 온전히 굶겨 봐요. 식도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라고 답했다.

 

이틀 후 장씨가 “쌍욕 나오고 패고 싶은데, 참는다”고 하자, 안씨는 “잘했어. 기도한 보람이 있네”라고 답했다.

 

9월4일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 녹즙을 흘렸다며 안씨에게 “환장한다 진짜. 녹즙, 소파에서 쳐 마시다가 쳐 흘려서 사이로 다 들어가서 X빡침(화남)”, “강하게 화를 내고, 목이 아플 정도로 너무 소리쳐서 때리는 건 참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검찰은 “‘때리는 건 참았다’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일상적 폭행이 행해졌다는 것”이라며 안씨도 아내의 학대 사실을 인지했을 걸로 봤다.

 

그러나 안씨는 당시 소파에 녹즙을 흘린 아이가 친딸인 큰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씨가 지난해 3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안아주면 안 운다”라고 보내자, 안씨는 “귀찮은 X”이라고 욕설까지 했다.

 

검찰은 “정인양은 이들을 부모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돼 입양 초기부터 귀찮은 존재가 됐다”면서 “장씨 폭행과 안씨 방관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씨 측은 공판 내내 당시 아내 장씨의 학대 및 폭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장씨가) 훈육 차원에서 손등이나 엉덩이를 ‘떼찌떼찌’ 수준으로 때리는 건 알았고, 아내에겐 그것조차 좋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아이를 때리는 걸 알았다면 이혼을 해서라도 막았을 건데, 아내가 아이를 학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나눈 카톡 메시지에 관해선 “대부분 회사에서 카톡 메시지로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고받은 것”이라며 “(아내가 짜증을 내니) 바른 소리를 하면 화를 더 돋운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일단 (기분을) 맞춰주고, 집에 와서 아이들을 재운 뒤 아내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생후 16개월 정인 양을 학대해 지난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정인 양을 ‘귀찮은 X’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선 “아이가 내려만 놓으면 우는 경우가 많아 조금 지쳐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면서 “아이를 키울 때 행복한 순간도 있으나 힘든 순간도 있고, 이를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아내와 지극히 사적인 대화를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씨는 최후진술에서 “목숨보다 귀한 아이를 감싸주지 못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줘 죽어 마땅하다”면서도 “결코 아이가 죽었으면 좋겠다거나 죽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픈 몸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 아빠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해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분리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첫째만 아니면 목숨으로 책임을 지고 싶기에 선처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한편 장씨는 지난해 9월23일 3차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카카오톡 메시지 210건을 삭제했고, 지난해 10월17일 정인이 사망 이후 압수수색 당일 오전에는 204건을 삭제했다.

 

장씨의 카톡 메시지를 분석한 검찰은 그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 증거로 정인이가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14일과 그 이튿날인 15일 장씨가 보낸 카톡 메시지를 제시했다.

 

정인이가 사망한 직후 장씨는 한 지인에게 “혹시 다른 일 없으면 놀 수 있을까요”라는 연락을 받고, “괜찮다(좋다)”라고 답했다. 이후 “놀이터 가는 길”이라고 메시지도 보냈다.

 

이날 장씨는 이웃 주민들과 어묵을 공동구매하자는 대화도 나눴다.

 

또 다른 지인이 TV에 출연한 장씨에게 관련 메시지를 보내자, 장씨는 “결혼해라”, “적당히 살아도 된다”,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등 일상적인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장씨는 죄책감, 피해자를 잃은 고통의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성격적 특성에 비춰보더라도 피해자의 신체적 완전성을 무시하고 사망의 결과까지 용인했다”고 지적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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