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인천 심정지 2개월 여아 엄마, 굶어가며 아기 분유량 기록했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5 07:33

수정 2021.04.15 10:16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인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여아 A양이 머리를 다친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A양 모친은 모텔을 전전하는 와중에도 육아 수첩에 아기 분유량까지 꼼꼼히 적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SBS에 따르면 인천 부평의 한 모텔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양은 지난 2월 16일 또 다른 모텔에서 태어났다.

A양이 태어난 모텔 주인에 따르면 해당 모텔에서 지내던 A양 부모는 객실에서 아기를 낳았다. 모텔 주인은 "(모텔) 가운 입은 채로 신생아랑 같이 엄마랑 실려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주인은 외투도 남겨두고 황급히 떠난 가족이 다시 올까 기저귀 같은 가족의 물품을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A양 가족은 출산 이후 다른 모델 두 곳을 전전하며 두 달을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9.9㎡(3평)에 불과한 모텔 방에서 A양 오빠까지 네 가족이 지낸 것이다.

이들 가족은 제때 끼니도 챙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들이 생활한 또 다른 모텔 주인에 따르면 배달음식이 올라가는 상황으로 미뤄 가족들이 하루에 한 끼 정도 식사를 했다.

A양의 친모는 사기 혐의로 체포된 지난 6일까지도 육아 수첩에 아기 분유량까지 꼼꼼히 필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태어난 모텔 측은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뾰족한 지원책이 없었다. 이에 구 복지센터는 지난달부터 위기 가정을 위한 집중 지원에 들어갔으나 지원 물품은 음식과 분유와 육아용품에 그쳤고, 복지재단의 주거비 지원도 아직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다만 동 주민센터와 경찰은 친모가 사기 혐의로 체포된 뒤 A양 남매가 어리고 친부인 B씨 혼자서 자녀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7일자로 자녀들의 시설 입소를 위한 보호절차를 진행했다. B씨도 자녀들의 시설입소에 동의했다. 이어 7일 B씨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모텔을 방문했고, 13일에는 A양 남매가 시설 입소 바로 전 절차인 건강검진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A양은 시설 입소를 앞둔 13일 오전 0시께 모텔에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A양은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호흡과 맥박은 회복했으나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경찰은 A양의 머리에 멍이 있는 점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해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거주지가 불분명하다"며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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