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마비로 갇힌 동물 수천 마리.."24시간 내 아사 위기"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한 거대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 AP=연합뉴스

대형 컨테이너선 좌초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마비된 지 엿새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는 배들에 실린 동물 수천 마리가 아사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가축을 산 채로 싣고 운하 통항이 재개되길 기다리는 배가 13척이라고 선박 운항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배가 최대 14척이라고 했고, 가디언은 자체 파악한 9척에 동물보호단체가 확인한 11척을 더해 최대 20척이라고 전했다.

살아있는 가축을 싣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던 배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중동으로 가던 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운하 근처에 대기하는 배 수척은 루마니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배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양 수입국으로, 루마니아에서 살아있는 양을 수입해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다.

문제는 대부분 배가 사료와 물 여분을 넉넉히 싣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부기구 '애니멀 인터내셔널'의 가브리엘 파운 유럽국장은 "이틀 안에 (가축용) 물과 사료가 떨어지는 배들이 있다"라면서 "24시간 내 운하가 열리지 않으면 중대한 비극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브리엘 국장은 "일부 배는 6일 치 이상 사료와 물을 가지고 있다"며 "(출발지인) 루마니아로 돌아가기로 한다면 아직 기회가 있지만 마비가 2~6일 더 지속한다면 엄청난 불행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Ever Given)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이 사고로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막히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 운하·통상서비스업체 '리스 에이전시'에 따르면 운하가 열리길 기다리는 배는 이날 기준 276대에 달한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다행히 사고 이후 먹통이 됐던 선박의 방향키와 프로펠러가 다시 작동하고 있지만 언제 배를 물에 띄울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며 "일단 배가 움직이면 쉬지 않고 작업하겠다"고 말했다.

라비 청장은 컨테이너선 좌초 원인에 관해선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은 아니며 기계 또는 사람의 실수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