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안대소 최불암, 물가의 이병철, 사색하는 김창열, 스카프의 천경자 …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문선호 사진전 4월 5일까지 인사아트센터
가나문화재단 주관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들 빛나는 장면 담은 180여 점

“정치, 경제, 과학, 학술, 문화, 예술,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빛을 낸 인간상들을 찾아 포토 다큐멘트를 전개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소원이다. 시간과 공간 속에 변모되어가는 모습들과 그 현장들을 생생하게 포착하여 남기는 작업은 나의 사명이기도 하다.”

문선호(1923~1998) 사진작가가 생전 했던 말이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로 불렸던 그의 사진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가나문화재단이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4월 5일까지 진행한다. 문 작가 소망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각계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18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작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작가가 평소 가깝게 지냈던 미술 거장들이다. 사색에 잠겨 뜰을 걷고 있는 장욱진, 화폭을 내려다보며 골똘히 집중하고 있는 김창열, 화실에서 담배를 물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박서보 화백의 사진이 눈을 사로잡는다. 천경자 화백이 스카프로 얼굴 아래를 가리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중년 시기의 모습은 뭔가 아련한 느낌을 준다. 그는 지난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행적이 묘연하다가 2015년 가족에 의해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구상, 조병화 , 김동진, 전봉초 등 작고 문인, 음악인들도 있다. 지금도 세계적인 성악가로 활약하는 조수미가 젊은 시절 열창하는 장면도 함께 전시돼 있다.

배우 이순재의 미중년 시기 모습, 최불암의 파안대소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은퇴 후 세간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여배우 문희, 치매를 앓는 사실이 최근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 윤정희의 과거 사진도 눈길을 끈다.

정계 인물로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이른바 ‘3김’이 모두 자리하고 있다. 재계 인물인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양복을 입고 물가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전시장 2층에는 눈 내리는 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하교길’ 등 문 작가의 초기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