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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드리운 남해 독일마을, 오렌지 빛 지붕이 피어오른다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9 04:00

수정 2021.03.19 04:00

여권없이 떠나는 독일여행
하얀 담벽과 주황색 지붕
푸른 남해바다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 자아내
모노레일·숙박시설 갖추고
독일문화체험 공간 변신 예고~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스토리 엮어 관광콘텐츠 개발
민간이 투자해 완성도 높여
하얀 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경남 남해 독일마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꿈이 깃들어 있는 독일마을이 오는 2023년까지 민간투자를 유치해 '여권없이 떠나는 독일여행'이라는 콘셉트의 독일문화 체험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사진=조용철 기자
하얀 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경남 남해 독일마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꿈이 깃들어 있는 독일마을이 오는 2023년까지 민간투자를 유치해 '여권없이 떠나는 독일여행'이라는 콘셉트의 독일문화 체험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사진=조용철 기자
독일마을 입구. 사진=조용철 기자
독일마을 입구. 사진=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남해(경남)=조용철 기자】 경남 사천에서 창선대교 또는 삼천포대교를 넘어가면 남해에 이른다. 남해의 또 다른 별칭은 일점선도(一點仙島), 즉 '한 점 신선의 섬'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먹거리가 넘쳐나고 볼거리가 많아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봄이 성큼 찾아오면서 남해에도 붉은 목련, 매화꽃이 한껏 자태를 뽐낸다. 특별한 남해 여행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아마도 '독일마을'일 것이다.

■파독 광부·간호사의 꿈이 깃든 곳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면 남해군 창선면에 다다른다. 동대만 따라 도로를 가다보면 지족해협을 건너는 창선대교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바라보면 죽방렴(대나무발 그물)이 갯벌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갯벌에 길이 10m가량 되는 참나무 기둥을 세운 뒤 대나무를 'V자형'으로 엮어서 만든 그물이다. 일종의 원시적인 어장인 셈이다. 죽방렴이 이젠 거의 사라져가고 있지만, 남해군 창선면과 삼동면 사이 지족해협 일원에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서 3번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독일마을에 이른다. 남해군 삼동면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돌아와 정착하기 위해 조성된 마을이다. 우리나라가 빈곤하던 시절에 독일로 간 이들은 월급을 대부분 국내로 송금했다. 이 돈은 국내에 살고 있던 부모와 형제자매들의 삶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도 상당부분 기여했다. 이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빈국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우리나라가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963년 12월, 광부 247명이 서독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1966년에는 간호사들이 서독으로 떠났다. 이후 1977년까지 독일로 간 광부의 숫자는 7900여명에 이른다. 간호사 1만1000여명도 비행기를 탔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가 바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었다. 이 기간 동안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국내로 송금한 금액은 1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조국 경제발전과 근대화에 헌신한 독일 거주 교포들의 정착생활을 지원하고 이국적인 독일문화를 연계한 특색 있는 관광지 개발을 위해 남해군이 지난 2001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50호가 있는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일원 9만9174㎡(약 3만평) 부지에 30억여원을 들여 기반을 조성한 것이 독일마을의 시초다. 남해군은 70여 동의 집을 지을 수 있는 택지도 분양했다.

독일마을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분위기와 마주한다. 하얀 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독일식 건물 4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독일 교포들이 현지에서 직접 가져온 건축자재를 이용해 전통적인 독일식 주택을 지었다고 한다. 마을 너머로 푸른 남해의 풍경이 펼쳐진다. 걷다 보면 정성스럽게 꾸민 정원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세운다. 독일마을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독일 문화와 마주한다는 점이다. 독일식 맥주는 물론이고 소시지, 빵 등 독일 음식을 맛보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주황색 지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독일마을의 언덕에 올랐다. 저 멀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물건리 방조어부림과 푸른 남해바다가 눈에 띈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만여 그루 나무들이 주민들을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지켜준다. 수평선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으면 그 아름다운 풍경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것도 독일마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독일문화체험 공간으로 재탄생

이 같은 사연을 품은 독일마을에 오는 2023년까지 792억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마을 주변을 따라 2㎞ 길이의 모노레일이 설치된다. 또 다양한 종류의 독일 음식점과 카페 거리가 들어선다. 독일마을이 단순히 경관을 관람하고 떠나는 1회성 여행 코스에서 나아가 다채로운 독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계획에 따라서다.

김명찬 남해군 홍보팀장은 "독일마을은 이국적 풍경과 파독 스토리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운영 프로그램을 보강해 '여권없이 떠나는 독일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주민들과 함께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해군은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맞춰 '독일마을 및 주변지역 관광활성화 계획' 용역을 추진해 왔다.

독일마을이 단순한 경관을 관람하는 수준의 여행코스가 아닌 다양한 독일 문화를 향유·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보강이 절실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른 대응책이었다. 또 독일마을에 집중되는 관광객을 인근 지역으로 분산시킴으로써 마을간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에 남해군과 독일마을 주민들은 독일마을에 792억원의 사업비로 모노레일 등을 설치하는 '클라인 도이치랜드 조성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은 남해군이 지난해 말 ㈜프라임벙커와 '클라인 도이치랜드 조성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사업을 통해 독일마을은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에 따라 독일마을 일원에는 모노레일과 주차장, 카페 등을 갖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고, 숲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휴식시설은 물론 숙박시설인 트리하우스와 글램핑장도 건립된다. 착공은 행정절차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며, 완공은 오는 2023년 말로 예정하고 있다.
남해군은 추진과정에서 인근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독일마을권역 주민상생협의체'를 꾸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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