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루나, 차밍걸..한국경마사 드라마같은 스토리의 암말 경주마들

김재범 2021. 3. 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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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요즘 모바일 경마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경주마를 모델로 그들의 화려한 수상 성적이나 상대전적, 부상경력 등을 가져와 게임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했다. 현실 경마를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에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의 영상만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경주마 캐릭터들이 게임 유저들의 사랑을 받을까. 한국경마 역사 속에 빛나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암말 경주마들을 돌아봤다.

적수 없어 강제(?) 은퇴한 가속도
가속도

한국경마 사상 가장 인기 높았던 암말을 꼽아본다면 가속도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2년이라는 짧은 활동 시간동안 13전 12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곧바로 은퇴해 경마팬의 기억에 더 강하게 남았다.

가속도는 1990년 3세에 데뷔해 6연승을 거두며 단번에 1등급까지 승급했다. 그 해 그랑프리 경주에서도 쟁쟁한 경주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연승행진은 이듬해까지 이어져 11연승까지 기록했다. 연승행진이 깨진 것은 1991년 10월 한국마사회장배. 하지만 두 달 후 그랑프리에서 주무기인 순발력을 앞세워 9마신 차이란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했다.

가속도는 이 그랑프리 경주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최고의 경주마들이 모이는 그랑프리 경주에서 59kg이라는 높은 부담중량을 안고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적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를 딛고 정상에 우뚝, 루나
루나

선천적으로 왼쪽 앞다리를 절었던 루나는 33전 13승을 거두며 몸값의 78배인 약 7억6000만 원의 상금을 수득했다. 맹렬한 스피드와 영특한 머리, 불굴의 의지로 경상남도지사배, KRA컵 마일 등 주요 대상경주를 우승했다. 특히 마지막 은퇴경주가 레전드 레이스로 꼽힌다. 8세라는 고령, 57kg라는 가장 무거운 부담중량을 지고 3세 강자들과 맞서야 했다. 후미권에서 달리다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해 선두를 0.1초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에는 경주마 이름을 딴 최초의 대상경주인 루나스테이크스가 생겼다.

101연패 ‘아름다운 꼴찌마’, 차밍걸
차밍걸

세상에는 가끔 1등보다 더 아름다운 꼴찌가 주목을 받는다. 차밍걸이 그렇다. 태생적으로 체구와 폐활량이 작았던 차밍걸은 혈통도 그리 좋지 않아 경주마로 크게 기대를 받지 못했다. 성적은 101전 101패, 가장 높은 순위가 8번의 3등이다. 그러나 차밍걸은 2008년 데뷔 후 월 2회 꼴로 성실하게 경주에 참가했다. 딱 한번 다리부상으로 경주를 포기한 것을 제외하고 늘 열심히 뛰었다. 뒷심이 부족해 우승은 못하지만 마지막 결승주로에서는 꼭 전력으로 치고 나갔다. 차밍걸이 98연패로 연패 신기록을 세웠을 때 변영남 마주는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98연패는 곧 98경주를 완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차밍걸은 2014년 승용마로 데뷔해 승마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부경 명마 감동의바다, 현역 실버울프·다이아로드 최강 암말로는 부경을 대표한 명마 감동의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 후부터 암말 한정 대상경주에서 두각을 보이더니, 신예인 3세 때 그랑프리에서 당대 최고의 경주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전성기를 넘은 6세 때도 단거리에서 빼어난 경쟁력을 보였다. 부산일보배를 우승했고, SBS스포츠배한일전에서는 일본 경주마들을 제치고 3위를 거머쥐었다.

실버울프
다이아로드

최근 경주로를 달리는 실버울프나 다이아로드 역시 인기라면 뒤지지 않는다. 실버울프는 대상경주를 무려 11번이나 우승하며 대상경주 최다승을 갈아 치웠다. 2019년, 7세라는 고령에도 퀸즈투어 시리즈 대상경주를 모두 석권했다. 적수가 없을 것 같던 실버울프를 꺾은 것은 같은 마방 후배인 다이아로드였다. 체구가 작고 후반부에 힘을 모아쓰는 실버울프와 달리 다이아로드는 체구가 커 경주 초반 선두권 싸움과 후반부 추입에도 능하다. 같은 듯 다른 두 여왕자매의 이야기 역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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