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우 "소수자들과 자연스레 섞일 수 있는 세상 오길"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3. 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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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강길우,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배우 강길우는 진하다. 말 한마디 조심스럽게 꺼내지만, 그 안엔 진심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에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성소수자 ‘진우’를 진득하게 완성한다.

“이 영화에선 많은 소수자를 다루고 있어요. 고향을 떠나온 사람, 딸을 버리고 간 사람, 조카를 딸처럼 키우는 사람 등 다양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나오죠. 저도 ‘진우’를 연기하면서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강길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소수자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에 대해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섞여살 수 있는 날들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인물을 가까이 하다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영화 ‘정말 먼 곳’ 속 강길우와 홍경.


■“기주봉, 연륜·세월 묻어난 존재만으로도 멋있어”

이번 작품을 위해 10kg을 증량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양을 키우며 사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습니다. 외형도 그렇지만, 공간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상대역인 홍경에겐 함께 작업하면서 자극을 받았다는 그다.

“홍경이 가진 긍정적이 욕심들이 있어요. 20대 배우로서 어떤 족적을 남기고파하는 목표가 있는데, 제게도 자극이 됐죠. 저도 20대 땐 정말 연기를 잘하고 싶었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성향이었는데, 30대가 되면서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홍경을 보면서 젊은 에너지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 안에서 기주봉·기도영 부녀와 함께 연기한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기주봉 선배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사석에서 처음 만날 때도 ‘좋아한다’고 고백도 했다니까요. 하하. 그런데 촬영장에서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 제겐 ‘도영 아버지’가 됐어요. 기도영과 친해지다보니 ‘친구 아버지’처럼 보이고 술 한 잔 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선배는 권위도 없고 소년 같아요. 그러면서도 연륜과 세월이 묻어나 존재만으로도 멋있잖아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의 매력?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죠”

원래 미술학도였던 그는 제대 이후 연기에 매료돼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로 전공을 바꿨다. 늦은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를 말릴 수 있는 건 없었다.

“연기는 제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해줘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도 연기로 인해 체험할 수 있죠.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심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낯 가리고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부담스러워하는데도, 무대에만 서면 이상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연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어요.”

10여년 연기만 바라보며 달려오니 어느 새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어릴 적엔 얼른 30대가 되고 싶었어요. 그땐 표현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선 정말 만족해요. 아직까지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고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지키고 있다는 걸 스스로 칭찬하고 싶어요.”


물론 힘들고 고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음이 그를 방황에서 지켜냈다.

“막연한 미래죠. 하지만 좋은 날이 올 거란 생각으로 연기를 해왔어요. 어떤 직업이든 쉽고 빠른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월급 받는 사람들에 비해선 안정적이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연기를 포기하겠나’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답할 수 있어요.”

앞으로 목표를 물었다.

“변함 없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세월을 자연스럽게 받아서 그만큼 무르익었으면 좋겠고요. 나이가 들수록 더 신뢰가 가는 배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배역이나 작품을 맡겼을 때 ‘저 배우는 자기 몫을 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배우요. 후엔 큰 욕심일 수도 있지만, 스포츠 선수들이 영구 결번을 가지는 것처럼 제 이름 석자가 끝까지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론 몸과 마음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특히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해요.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고요. 직업이 배우지만, 부모에겐 아들로서, 미래 아내와 자식에겐 남편·아빠로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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