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27)는 2년 째 대기업 공채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하반기 공채 시즌에도 대기업들이 채용 문을 굳게 닫아 서류 지원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A씨는 "기업들도 경력직이 아니라면 공백 기간이 긴 대졸 지원자는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한 과목당 최소 30만원 이상하는 수업을 들으며 졸업을 미루기엔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B씨(29)는 취업을 준비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 월세와 식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B씨는 "대학생 때는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졸업을 해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C씨(28)는 "사기업 채용이 코로나 이후 줄어들어 공기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졸업을 유예하고 택배 상·
하차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고용 쇼크'로 신규 대졸 취업자뿐 아니라 3~4년차까지 임금 손실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해, 내년 신규 대졸 취업자들의 1~2년차 실질임금이 2.15%, 3~4년차에 1.15% 낮아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년 취업자들의 대기업 취업 가능성도 1.75%p(포인트) 더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구직 뿐 아니라 이후 승진, 임금인상 등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는 '낙인효과'(scarring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고용상황 악화가 신규 대졸자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대졸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앞으로 4년 동안 관련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청년층(15~29세)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고용상황 악화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봤다. 청년층은 30세 이상에 비해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데다 직장탐색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어 경기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12월 청년층 취업자 수는 5.3% 감소하면서 비청년층(2.4%) 대비 고용 충격이 컸다. 특히 학업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음'을 선택한 응답자 수도 같은 기간 24%가 늘었다.
일자리의 질도 함께 악화됐다.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자 눈을 낮춰 '하향취업'을 선택하는 비중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층에서 10% 가량 높아졌다. 하향취업은 B씨의 사례처럼 대졸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판매직, 단순노무직 등에 취업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고 낙인효과를 통해 향후 경력개발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률 상승에 따른 영향이 취업 후 3~4년차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한국노동패널(1998~2019년)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연평균 실업률(3.5%)와 비교해 졸업연도 실업률이 1%p 상승할 경우 1~2년차 연간 임금이 평균적으로 4.3%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4년차에도 임금손실률이 2.3%로 조사됐다. 이른바 '낙인효과'다.
다만 대학 또는 전공 별로 노동시장의 충격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중앙일보 대학평가(2005~2019년) 기준 상위 30개 대학, 나머지 중·하위권 4년제 대학, 2년제 대학 등으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노동시장 충격은 중·하위권 대학과 2년제 신규 졸업자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전공별로는 이공계보다 인문계 전공자의 임금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 차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고용상황이 악화될 경우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할 대졸자들에게 앞으로 상당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고 이는 대학과 전공에 따라 차별적일 수 있다"며 "충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상대적 취약계층에게 낙인효과로 남지 않고, 구조적 문제로 연결되지 안않도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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