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실적, 위기의 롯데..뉴-롯데 '빨간불' 위기탈출 대책은?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2021. 3. 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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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0대 그룹 중 '나홀로' 시가총액 감소..주력 계열사 실적 하락세 /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 뚜렷한 돌파구 모색 쉽지 않아
 
국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모든 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긴 했으나,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롯데만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부터 그렇다. 

주력 사업인 유통에서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시장 주도권을 뺏겼고,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던 화학마저 업황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다.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15일 종가 기준으로 롯데그룹의 시가총액(주가를 상장주식 총 숫자에 곱한 금액)은 2019년 말 대비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시기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시총은 35~85%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참담한 성적표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도 40%나 올랐다. 

1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작년 1년 동안 10대 그룹의 시총은 약 42% 증가했지만 롯데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약 2%로 소폭 줄었으나 이른바 ‘동학 개미’ 열풍에 힘입어 저점을 딛고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맞은 점으로 미뤄보면 개인 투자자마저 외면한 셈이 된다. 증권가에선 롯데 그룹이 반등할 것이란 믿음 자체가 땅에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그룹의 근간인 유통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인 다트에 따르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6조762억원, 영업이익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1조5458억원), 19.1%(818억원)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백화점과 영화관(롯데컬처웍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매출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17년 8010억원, 2018년 5970억원, 2019년 4279억원 등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점포 폐쇄와 구조조정 등 크고 작은 고육지책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화학을 양대 축으로 그룹을 이끌겠다던 신 회장의 포부와 못미치게 업계에서 롯데쇼핑의 위상이 위태로워지면서 재계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이 확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휴행) 사태가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지만 롯데 경영진이 이런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2019년 일본산 불매 운동,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외부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이런 위기를 돌파할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사업 및 인력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외에 신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더구나 삼성과 SK의 ‘반도체’나 현대의 ‘전기자동차’, LG의 ‘배터리’와 달리 롯데는 주력 사업이나 신성장 동력 중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2년간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시동에도 롯데의 권위적인 기업 문화에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고, 그 결과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는 비판 역시 등장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중심의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가 외부 위기와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못 쫓아가는 형국”이라고 혀를 찼다.

고인이 된 신격호 초대 회장 때부터 지적을 받아온 총수 중심의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불투명한 경영구조와 불공정 거래 관행을 일신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겸직도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신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 유죄 판결에 의해 몇몇 계열사의 이사직을 자진 사임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적잖은 계열사의 사내 이사와 대표이사까지 겸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지주사인 롯데지주, 롯데제과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에서 사내 이사로, 에프알엘코리아에서 기타 비상무 이사로 활동 중이다.

책임경영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계열사 경영은 전문 경연이나 외부의 우수한 인재에 맡기고 미국 루이지애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드듯 그룹 전반에 걸친 신성장 동력 발굴과 먹거리 창출에 집중한다면 재계 안팎에서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대표가 아닌 신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직접 찾아가 양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은 온라인에 맞서는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을 서울 여의도에 선보이며 승부수를 띄우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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