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통령 브레이브 걸스, 그녀들을 모르면 간첩

이혜운 기자 2021. 3. 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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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린'으로 차트 휩쓴 브레이브 걸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위문 공연.. 땅끝마을은 기본, 안 가본 데 없어"
브레이브걸스./박상훈 기자

“대한민국 국군의 피아(彼我) 식별은 ‘브레이브 걸스’ ‘롤린(Rollin)’ 후렴 파트 안무를 출 수 있는지로 가능하다.”

‘군부대 팬덤’으로 유명한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2017년 곡 ‘롤린’이 발표 4년 만에 ‘벅스’ ‘지니’ 등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낳고 있다. 군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른바 ‘밀보드’(군대 빌보드) 1위 곡이 민간 차트까지 넘어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례적 역주행이다.

브레이브 걸스 음악에는 춤과 노래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튜버 ‘비디터’가 올린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에는 우렁찬 목소리로 열광하는 장병들 함성이 곳곳에 깔려 있다. ‘해병대 1사단’ ‘공군 제1전투비행단’ 등 수많은 위문 공연 장면을 교차 편집해 틀어준 이 영상에 중장년 남성들까지 열광하고 있다. ‘군 복무 시절 수십 수백번 봤던 그 영상’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이김’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게시 열흘여 만에 조회 수 630만 회를 훌쩍 넘겼다.

‘브레이브 걸스’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용감한 형제(강동철·42)’가 2011년 만들었다. 10년 가까운 무명 생활을 하며 아무리 험한 곳이라도 불러주면 위문 공연을 다녔다고 한다. 일부 멤버들이 떠나고, 2016년 구성된 민영(김민영·31), 유정(남유정·30), 은지(홍은지·29), 유나(이유나·28) 현재 멤버 4명의 평균 나이는 29.5세.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만난 이들은 “아직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브레이브 걸스 멤버들은 “군부대 위문 공연에서 만난 장병들의 응원이 무명 시절을 버티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맨 왼쪽 위부터 차례로 유나 은지 유정 민영. /박상훈 기자

-위문 공연을 얼마나 많이 갔나요.

“많을 때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갔어요. 2017년 백령도 공연이 잊히지 않아요. 배로 왕복 12시간 걸리는 곳인데 멀미가 심해 약을 먹고 탔어요. 다시 버스로 한참을 가 무대에 올랐는데, 한 분 뛰어나오자 다른 분들까지 우르르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죠. 하지만 우릴 보고 기뻐하는 표정과 함성이 참 반가웠어요.”(은지)

-힘들지 않았나요.

“땅끝마을, 거제도 등 대여섯 시간 차 타고 가는 건 기본이에요. 가서 5분 공연하고 돌아오죠. 그런데 더 힘든 건 스케줄이 없는 거예요. 무대 위에서 장병들 응원을 느끼면 에너지를 받았어요.”(유나)

-’브레이브 걸스' 영상을 보면 멤버들이 행복해 보인다.

“전 진짜 행복했어요. 무대에 오르면 가장 리액션 좋은 한 분을 골라 ‘오늘은 너다’ 하고 봐요. 그리고 그분과 교감하며 공연을 하죠.”(유정)

-긴 무명 생활이 힘들지 않았나요.

“올해 서른이에요.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고, 대학을 다니다가 시작했는데, 현실은 쉽지 않았어죠. 정말 포기가 바로 앞이었어요. ‘힘내요’ 하는 말도 방전된 사람에겐 와닿지 않아요. 노래 부르는 것보다 수중의 돈 5만원이 더 소중해지거든요. ‘꿈이 무슨 소용이야. 이제 그만하자. 평범하게라도 살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이 생각을 딱 일주일 전에 했어요. 하하.”(유정)

-그래도 버텨서 성공했다.

“저도 부모님이 반대해 대학 무용과를 다니다 27세에 데뷔했어요. 명색이 걸그룹인데, 나이도 마지노선이 있어요. 초조해지고 부모님께 면목도 없고. 그래도 버티기를 잘한 것 같아요. 버티는 자만이 성공의 열매를 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어하는 동료들에게도 ‘어떻게든 버텨라’라고 할 거예요.”(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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