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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김지영'들, 10년간 여성 삶의 변화에 점수를 매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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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92년생 김지영'들, 10년간 여성 삶의 변화에 점수를 매겨봤다

[6411 사회극장 ①] 지금 여기 2030 여성의 삶

당신의 이야기로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를 얻고 때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합니다. 소셜 디자이너 '두잉'과 노회찬재단, <프레시안>이 함께하는 '6411 사회극장'입니다.

'사회극'은 집단이 공유하는 문제를 탐색하는 작업입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기초해 역할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인식의 개선과 확산 때로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합니다. 심리상담 전문가가 이 과정을 함께합니다.

'6411 사회극장'을 준비한 우리는 '사회극'을 통해 올 한해 여성,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조명하려 합니다. 이를 기록으로 남겨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 합니다.

어쩌면 당사자들의 시선 속에 그들의 삶을 개선할 소중한 단서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기록은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6일 2030 여성들과 함께한 사회극입니다.

▲ 6411 사회극장. ⓒ노회찬재단&소셜디자이너'두잉'

지난 6일 오후 5시, 7명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모르는 사이다. 학생, 직장인, 지역 활동가, 벤처 사업가 등 하는 일도 다양했다. 소셜디자이너 '두잉', 노회찬 재단과 <프레시안>이 기획한 '6411 사회극장' 첫 번째 시간, '1992년생 김지영을 찾습니다'라는 주제에 응답한 2030 여성들이다. 코로나 탓에 온라인에서 만났다.

아이를 낳고 경력단절을 경험한 30대 여성의 이야기 <19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되고 5년, 여성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코로나 이후 현실은 암울하다. 통계청이 낸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늘었다. 지난해 1~8월 전체 자살 시도자 가운데 32.1%가 20대 여성이다. 첫 사회극장은 이 험난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을 여성들의 안녕을 묻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회극장엔 정해진 방향이 없다. 올바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재단하지 않는다. 정해진 결론도 없다. 생각을 나누며 하나의 극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보는 과정이다. 나와 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가상의 타인이 돼 보는 경험이다. 최대헌 '심리상담 청자다방' 대표, 오진아 '소셜디자이너 두잉'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사회 김지영들의 삶은 나아지고 있을까

82년생 김지영에 비해 92년 김지영의 삶은 얼마나 변했을까? –5~5점까지 점수를 매겨봤다. 참가자들은 0점 '전혀 바뀌지 않았다'나 1점 '조금 나아졌다'를 골랐다.

"마산에서 태어난 '유교걸'이에요. 제삿날이면 어머니와 제가 전을 부치고 남자들은 먹기만 했어요. 익숙한 풍경이에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잘 빠졌네'같은 성희롱 발언도 했죠. 직장은 서울에서 다녀요. 적어도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그만 먹어, 살쪄' 이런 말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여성의 지위를 따져보면 남성보다 훨씬 적은 파이를 두고 여성들끼리 다투어야 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조금 나아졌지만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는 뜻으로 1점 줬어요."(김정희. 가명, 29, 직장인)

이제 30살이 됐을 우리들의 '김지영'은 어디에 있을까? 사회자가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카페요."

"일하다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갈 거 같아요."

"도선관이요. 직장 그만두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결혼한 '김지영'을 상상하는 참가자가 없었다.

"지역 차도 좀 있는 거 같아요. 고향 친구들 중에 결혼한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저처럼 서울로 올라온 친구 중엔 없어요. 서울에 집도 구해야 하고 학업에도 돈을 써야 하니까 안정됐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월세 탓에 숨만 쉬어도 100만 원은 나가거든요. 제 한 몸 챙기기도 힘든데 무슨 결혼인가 그래요. 제 또래들은 일 욕심, 뭔가 발전하고 싶은 욕망이 큰 거 같아요. 안정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에 투자하고 도전하는 경향이 있어요."(김정희)

"친구가 혼전임신으로 결혼했어요. 기술직으로 근무하는 친구였어요. 승진을 앞둔 상태였는데 완전한 경력단절로 이어져 괴로워하면서 선택했어요. 그런 선택을 보면서 여성에게 불리한 지점이 아직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송하선, 28, 직장인)

"저는 비혼이에요. 주변에서 결혼을 강요한다거나 무례한 말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자기계발을 많이 하고요. 삶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제가 비교적 안전한 직장에 다니다 보니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SNS 같은 걸 보면 성범죄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효린, 가명, 37, 지역활동가)

▲ 2030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6411 사회극장' 진행 화면과 참여자들이 매긴 지난 10년 여성의 삶 변화 점수. 참여자들의 안전을 위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프레시안(최용락)

성폭력, 일터의 차별...지금 여기 김지영들의 삶

대화는 '안전' 문제로 넘어갔다. 일상에서 겪는 폭력뿐만 아니라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심리적 공포까지 여성들이 풀어놓는 불안의 스펙트럼은 넓고 양상은 다양했다.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권리마저 확보되지 못했다는 불안에 참여자 모두 공감했다.

"친구로 지내는 남자와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데 저를 뒤따라오는 거예요. 위험할지 모르니 제가 집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하겠다면서요. 몰래 뒤에서 제 뒷모습 영상과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마이 베이비'라는 헤쉬테그와 함께 올렸어요.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은 '이걸 범죄라 볼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 얼굴을 따서 딥페이크로 조작한 포르노가 나오기도 했어요. 혐오범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어요. 무서운 나날이에요."(윤상미, 25, 영화과 학생)

"고등학교 후배들이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가 됐어요. 같은 학교 남학생들이 후배들 얼굴에 야한 옷을 합성해서 돌려보고 그랬더라고요. 저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범죄가 더 애매하고 은밀해져서 드러내기가 힘들어진 거 같아요."(김진, 가명, 21, 학생)

"중국에서 액세사리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회사에서 해고 1순위는 젊은 여직원이에요. 제가 유산기가 있어 쉬어야겠다니까 바로 사직서 가져오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스타트업에서 일했어요. 그나마 성차별이 덜한 곳이었는데도 유리천장이 있더라고요. 제가 창업을 한 뒤엔 '독한 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폭력으로 소송까지 해본 적 있거든요. 저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저 보고 '꽃뱀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도촬' 당할 뻔한 적도 있고요. 저는 사업을 하니까 안전 이슈가 항상 있어요. 같이 택시를 타도 불안해요. 밀쳐낼 수 없으니까. 벤처 사업하는 사람들 90%가 남자들이에요. 사업하는 여성 대표들끼리 따로 모임이 있는데 선배들이 그래요. 술자리 갈 때 다른 여성대표를 꼭 동반하라고. 선배들은 언제든지 함께 갈 준비가 돼 있다고. 항상 긴장 상태로 살아요."(장수미, 39, 사업)

이날 만들 사회극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안전'으로 정해졌다.

"나이나 직종에 따라 어려움은 다 다르겠지만 안전에 대해선 공통으로 불편과 두려움이 있는 거 같아요."(김진)

'일상적 폭력으로부터 안전'과 '일터에서 안전' 두 그룹으로 나눠 사회극에서 자신이 맡을 가상의 인물을 각자 떠올려봤다. 그들이 상상한 92년생 김지영은 타인이자 자신이기도 했다.

벤처 사업가에서 의류매장 직원까지...우리는 모두 김지영이다

이제 본격적인 역할놀이 시간이다. 즉흥 긴급토론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자 역할은 두 사회자가 맡았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김지영'에 빙의돼 기자들과 인터뷰했다.

"오늘 긴급토론회에서 '2030 여성과 안전'이란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액세서리 업체를 운영하시는 수미님에게 마이크 돌립니다."

장수미 씨는 극 중에서도 벤처사업가다.

"스타트업에서 창업 멤버로 일할 때였어요. '네 대표 덕분에 네가 후광을 얻었다' 그런 얘길 들었어요. 제가 투자를 받아오면 '매력이 있어서 됐다'는 식으로 오히려 여자들이 이야기할 때도 있었어요. 고객이기도 했던 친구 셋이 누가 저랑 먼저 자나 내기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경악했고요. 여자 창업가들 세계에 들어가 보니 투자 유치 자리에서 성적 대상이 되는 걸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요. '네가 예뻐서 그래'라고들 하는데 예쁘고 화려하면 성적 대상이 되어도 되는 건가요. '더 독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왜 모두를 경계하며 살아야 하나 회의가 들어요."

결혼하지 않은 김정희 씨는 극 속에서는 직장 4년 차 기혼여성이 됐다.

"저는 학계에 근무해요. 상사들과 술자리가 중요해요. 승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어제 술자리에서 얼굴만 비추고 나왔어요. 집에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오늘 상사가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마누라, 애 있다. 내가 너를 잘되게 할 순 없지만 잘못되게 할 수는 있다.'"

직장 상사가 했다는 말은 현실의 정희 씨가 들은 말이기도 했다.

이지현(35, 가명, 회사원) 씨는 작은 NGO를 이끄는 리더를 상상했다.

"다른 단체들과 협력해 일할 때가 많아요. 책임자들은 죄다 남자들이에요. 그들끼리 문화가 있어요. 담배, 음주, 형님 문화 같은 건데 저는 거기서 소외돼요. 공식 회의에 가 보면 저만 빼고 공유된 정보들이 많아요. 일에 욕심이 있으니까 그런 술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나 고민이 돼요."

영화학도 윤상미 씨는 극 속에서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저는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5년 차예요. 저희 매장에 수선 서비스가 있어요. 피팅룸에서 바짓단을 잡아 줄이곤 해요. 제가 20살 때 중년 남성 바짓단을 잡고 있는데 그 남자가 제 손을 잡더니 본인 성기 쪽으로 가지고 갔어요. 동료들한테 말했더니 다들 그런 일을 한 번쯤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회사는 위계가 뚜렷했고 저도 사회초년생이다 보니 윗사람에게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효린 씨는 극 중에서 자취 중이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45만 원 원룸에 살아요. 책 모임에 참여한 날이었어요. 거기서 만난 남자가 집 방향이 비슷하다면서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이 사람한테 내가 사는 곳을 알려줘도 될까 온갖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사실 네가 더 무서운데. 거짓말을 해야 할까.' 다른 집 앞에서 헤어졌어요. 제 옆집에 사는 언니는 강박적으로 현관문을 확인해요. 왜 그렇게까지 하냐 했더니 그 언니 전 남친이 문을 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대요."

김진 씨는 자신과 비슷한 대학생을 떠올렸다.

"전 사회대 학생이에요. 페미니즘이나 젠더 갈등을 다루는 수업들이 있어요. 그때 여성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한 사이트에 '사회대 00학과에 메갈년이 산다, 페미 소굴이다 그런 글이 올라왔어요. 거의 실명이 올라오기도 해요. 댓글이 우후죽순 달렸어요. 다른 단과대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터졌어요. 남학우들이 단톡방을 따로 만들었어요. 캠퍼스커플인데 여자친구한테 뭘 해줬더니 좋아했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나눠요. 얼굴도 이름도 다 아는 친구들인데요. 그 대화방이 여자친구한테 발각돼 학교에서 조사하는 상황이에요."

직장인인 송하선 씨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새벽 퇴근을 해야 하는 여성이 돼 보았다.

"한 중년 남자에게 성희롱당한 적이 있어요. 욕하면서 같이 싸웠어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둘이 대치하는 상황이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졌어요.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한 적도 있어요. 지인들은 '왜 너한테만 그런 일이 일어나니'라고 말해요. 2차 가해까지 당하니 이 사회가 여성의 안전에 무감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경찰청 범죄 통계를 기준으로 본 강력범죄 피해자와 여성 피해자, 그리고 여성 피해자의 비율 추이. ⓒ프레시안(최용락)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로 본 여성과 남성의 고용 격차 추이. 통계청 자료.

김지영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곧이어 참가자들은 긴급토론회에 초대된 전문가 역할 속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해야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송하선 씨는 해결의 실마리로 교육을 첫손에 꼽았다.

"형량을 강화하면 오히려 처벌이 힘들어진다는 통계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범죄 심각성만 부각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 않아요. 교육으로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긴급토론회 기자 역할을 맡은 사회자가 질문했다.

"지금 20대는 성평등 교육을 받은 세대 아닌가요?"

"학교에서 성평등을 가르쳐도 실제로 선생님이 그런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 거 같아요. 학교에서는 딸과 아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배우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평등한 체험을 해야지만 변화가 일어날 거 같아요."

이지현 씨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권력의 문제예요. 우리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할 거 같아요."

윤상미 씨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딥페이크 범죄가 많잖아요. 고 설리는 고인이 된 뒤에도 딥페이크 피해자가 됐어요. 참담하게도 10대들이 많이 만들어요. 최근에 피해자가 고인이라도, 또 신고 안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딥페이크 포르노가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요. 제도가 바뀌어야 인식도 바뀌는 거 같아요."

이에 장수미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소송까지 해봤잖아요. 처벌 강화되는 게 좋긴 하지만 법으로 가는 것 자체가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는 과정이에요. 남자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해요."

"같이 살아남자. 같이 싸워줄게"

긴급토론회는 끝났다. 참가자들은 현실의 자신으로 돌아왔다. 세 시간 동안 다르지만, 또 같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눈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토닥여줘서 좋았어요."

"공감과 위로를 받은 거 같아요."

이 시대를 사는 다른 2030 여성들에게는 이런 메시지들을 보냈다.

"나는 당신 편이고, 당신은 내 편입니다."

"혼자가 아니야. 든든한 뒷배가 돼 줄게."

"같이 살아남자, 같이 싸워줄게."

강력범죄 피해 85.8%,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 격차 17%p

- 통계로 본 2030 여성의 삶

지난 6일, 2030 여성들과 함께한 '6411 사회극장'에서 참여자들은 '삶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 이유로 성범죄의 위험과 직장에서 겪는 차별을 꼽았다.

참여자들이 언급한 문제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8, 9명은 여성이다. 디지털 성범죄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노동시장의 성별 고용·임금격차, 여성의 경력단절과 유리천장 문제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10여년 전과 비교하며 살폈다.

강력범죄 피해 10명 중 8, 9명은 여성...대부분 성범죄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의 58.7%, 30대 여성의 56.3%가 '밤길을 혼자 걸을 때 불안하다'고 답했다. 남성에서 이 비율은 20대 12.4%, 30대 15.3%다.

전 연령으로 넓혀 봐도 이 지표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는 뚜렷하다. 여성은 13~19세 59.9%, 40대 52.2%, 50대 48.6%, 60대 이상 38.8%가 '밤길을 혼자 걸을 때 불안하다'고 답했다. 남성에서 이 비율은 13~19세 14.4%, 40대 17.7%, 50대 17.7%, 60세 이상 20.5%다.

경찰청의 <범죄통계>를 보면 여성들의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 2019년 기준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 피해자 2만 6476명 중 2만 2718명(85.8%)이 여성이었다. 2009년에는 강력범죄 피해자 1만 9790명 중 1만 3948명(70.4%)이 여성이었다.

2019년 통계를 연령별로 보면, 20대 여성 강력범죄 피해자가 8089명(30.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20세 이하 여성 6290명(23.8%), 30대 여성 3067명(11.6%) 순이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중 대다수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다. 2019년 기준 1만 8047명(여성 피해자 중 79.4%)이 성범죄 피해자였다. 연령별 성범죄 피해는 20대 여성 7891명, 20세 이하 여성 6065명, 30대 여성 2908명 순이다.

'6411 사회극장'에 참여한 2030 여성들이 불안감을 호소한 디지털 성범죄도 크게 늘었다. 법무부가 발행한 <2020 성범죄백서>를 보면 2013년 412건이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2018년 2388건으로 5.8배 가량 증가했다.

성별 고용·임금 격차는 물론 경력단절, 유리천장도 여전

여성에 대한 일터의 차별도 통계로 확인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20년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은 각각 52.8%, 69.8%로 17%p의 차이를 보인다. 2010년 이 비율은 각각 52.7%, 74%로 차이는 21.3%p였다.

이 통계를 연령별로 보면 경력단절 문제의 심각함도 나타난다. 2020년 기준 20대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은 각각 56.8%와 54.7%다. 30대가 되면 이 비율은 61.3%와 88.1%로 역전된다. 이후 이 비율은 50대까지 각각 60%대와 80%대에서 유지되다 60대를 넘으면 33.8%와 53%로 떨어진다.

성별 임금격차도 엄연히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여성 임금은 남성 대비 67.8%다. 2010년 이 비율은 62.6%였다.

유리천장 문제도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여성가족부의 <상위 5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여성 임원 비율은 3.6%(518명)다. 조사가 시작된 2014년 이 비율은 2.3%(353명)였다.

여성가족부의 <2020 통계로 본 여성의 삶>에 따른 2019년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7.9%이다. 2009년 이 비율은 2.7%였다.

최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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