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울었다" 설경구X변요한X이준익 '자산어보' 흑백의 감동(종합)

배효주 2021. 2.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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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설경구, 변요한, 이준익 감독
왼쪽부터 설경구, 변요한, 이준익 감독
설경구
변요한
이준익 감독

[뉴스엔 배효주 기자]

설경구와 변요한, 그리고 이준익 감독이 흑백영화 '자산어보'로 코로나 시대에 코 끝 시큰한 감동을 전한다.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제작보고회가 2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변요한이 참석해 달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3월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그려내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인다.

조선시대 배경의 영화 '왕의 남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사도'를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은 또 한 편의 시대극 영화 '자산어보' 속 조선시대와 인물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흑백 연출을 선택했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하며 새로운 매력을 예고한다. 그가 맡은 ‘정약전’ 캐릭터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로,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를 집필하기 위해 글 공부를 좋아하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정약전’은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학자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변요한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며,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변요한은 극중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 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이다. 유배지 흑산도에 도착한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면모를 보이던 ‘창대’는 결국 서로가 가진 지식을 나누자는 ‘정약전’의 제안을 따르게 되면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해나간다.

이날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데 사람들은 잘 아는 줄 안다. 누명을 썼다"고 말문을 연 이준익 감독은 "이유가 있다. 잘 모르니까 많이 찍는 거다. 모르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잘 모르니까 앞으로도 알지 않겠다는 게 첫 번째고, 알아보자 싶다가 푹 빠지는 게 두 번째 태도다. 저는 '역덕'이 되어버렸다"고 역사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통해 사극과 흑백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면서, 실존 인물인 정약전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는 "정약전 선생님의 이름을 제 배역으로 쓰기 부담스러웠다. 털끝만큼도 선생님을 못 따라가는구나 하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섬에 들어가 민초들과 섞이고 어울리면서 가르침을 받아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게 된 거라 생각했다"며 "저도 튀지 않고 이야기에 묻히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변요한과의 호흡에 대해 설경구는 "섬에서 두 달 반 있으면서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촬영장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섬 안에 있다보니까 그 외의 시간도 함께 있었다. 벗으로 아직도 '찐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애정을 밝혔다.

이에 변요한은 "작품이 끝나고 너무나 행복했다. 소문을 많이 냈다. '설경구 선생님, 이준익 감독님 짱이다'고. 혀가 아플 정도였다. 그만큼 눈높이를 같이 맞춰 주셨고, 잘 만들어나갔다. 저와 잘 놀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이준익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에 큰 믿음을 보였다.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고, 변요한은 "촬영장에서 매일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이준익 감독은 "좀 과하다"면서도 "감정이 꽉 차다못해 터질 것 같은, 그런 게 담겼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또한,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연출한 것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동주'로 흑백을 시도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며 "그러나 '동주'와 '자산어보'는 정반대다. '동주'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기, 백 보다는 흑이 더 차지하고 있다. '자산어보'는 어려운 시대이긴 하나 그(정약전)가 만난 새로운 세상은 자연이고 바다다. 흑보다는 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제가 어렸을 때는 서부영화를 흑백으로 봤다. 그 잔상이 너무나 강렬하다. 그건 1800년대 이야기이고 미국영화의 근본이 됐던 시대다. 이에 우리나라 영화의 1800년대를 흑백으로 한 번 보면 어떨까 했다. '우리 것이 더 좋아' 하는 생각이 들 거라 생각해 약간의 오기로 연출했다"고도 전했다.

섬 촬영 중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설경구는 "바다와 자연만이 배경이 된 건 '자산어보'가 유일할 거라 생각한다"며 "섬에 도착하면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다른 느낌이었다. 이정은 씨와 섬에 일찍 도착해 호젓하게 앉아 바다를 보면서 '참 행복하지 않냐'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촬영 중 59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 불었다. 숙소가 흔들려서 기와가 다 날라갔다. 그런 바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공포에 떨었던 적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준익 감독은 "영화에서 한 시대를 그릴 때는 위대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며 "반대로 유명하진 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낸 사소한 인물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영웅보다는 내가 보이지 않을까?"라고 말해 예비 관객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3월 31일 개봉.(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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