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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기사 회생 19개 기업 숨은 비결

  • 박수호·정다운·반진욱·박지영 기자
  • 입력 : 2021.02.16 22:01:01
“뭐하는 분이세요?”

“저요? 장사하는데요.”

이마트 유튜브 채널 ‘이마트 Live’에 출연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장 상인이 묻는 말에 한 대답이다. 평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온 정용진 부회장은 본인이 이끄는 이마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도움을 주고자 직접 출연했다.

정 부회장은 전남 해남 땅끝마을 배추밭을 찾아 배추를 수확하는가 하면 배추전을 요리하는 등 다양한 면모를 보여 화제성을 높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한때 적자를 기록했던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적극적인 발로 뛰는 홍보 외에도 삐에로쑈핑, 피코크 오프라인 매장 정리 등 다양한 노력 끝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취약점으로 여겨지던 온라인 판매도 ‘쓱닷컴’을 대대적으로 개편, 강화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추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5조9345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6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분명 기업 입장에서는 위기 요인이다. 그런데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기업도 적지 않다. 시사점은 경쟁사와 ‘어떻게’ 다르게 접근했느냐다.



1 빠른 태세 전환

▶‘오호라’ 반년 만에 매출 15배 성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콘텐츠 왕국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한때 주가가 폭락했다. 2020년 초만 해도 140달러대였던 주가는 그해 3월 7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그랬던 디즈니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반등에 성공하더니 올해 1월 들어 18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디즈니의 주력 사업 부문인 극장용 영화, 테마파크가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유가 뭘까.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선전한 덕분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디즈니플러스는 미국을 포함한 3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가입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8680만명에 달한다.

애초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가 극장 사업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어 사업 확대에 신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인 끝에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빠른 의사 결정, 실행력이 기업의 사운을 가른 사례는 적잖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 시달렸다. 하지만 빠른 구조조정과 동시에 해외여행, 장거리 여행 대신 거주 지역에서 300마일(483㎞) 이내 여행을 권장하는 마케팅으로 전환, 하반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연말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IPO)까지 했다.

‘스피드 경영’ 국내 사례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항공 업계는 그야말로 침체 일로다. 그런데 눈을 대한항공으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2383억원(연결 기준)에 달한다.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한 흑자다. 비결은 급감한 여객 수요 대신 급증한 화물 수요에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노선을 다양화하면서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눈여겨볼 성공 사례가 적잖다.

2019년 기업가치 200억원, 매출액 28억원였던 회사.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에만 기업가치 2000억원, 매출액은 410억원을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한 곳, 바로 네일 스티커 제조 스타트업 ‘글루가’다. 주력 브랜드 ‘오호라’는 매달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월매출 100억원도 돌파했다.

글루가 급성장 비결도 빠른 태세 전환에 있다. 제조 중심 글루가는 2019년 말 디지털 마케팅 전문 회사 에코마케팅으로부터 일부 지분(20%)을 투자받으며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젊은 층에서 중년층으로 타깃을 넓게 잡았고 SNS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쳤다. 그 결과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 상장을 노릴 정도로 사세를 키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홍보, 온라인 전환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위기를 극복했다(위). 대한항공은 화물기로 개조하는 스피드 경영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아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홍보, 온라인 전환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위기를 극복했다(위). 대한항공은 화물기로 개조하는 스피드 경영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아래).



2. 꾸준한 장기 투자 결실

▶기술·생산능력 확보해 위기 탈출

꾸준한 장기 투자가 결실을 내며 위기를 극복한 기업도 눈에 띈다.

DB하이텍은 대규모 적자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지속한 결과 위기를 극복해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기술 개발과 핵심 인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경영을 해왔다. 2014년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46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다. 이후 매년 조금씩 성장을 해오다 지난해 반도체 수요 폭증 수혜를 입으며 ‘잭팟’을 터트렸다. 3분기 누적 매출액만 7081억원, 영업이익 208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019년 대비 18.9%, 56.6% 늘어난 수치다.

아이티엠반도체는 ‘PMP(보호회로패키지)’ 사업에 집중해 부활한 사례다. 2012년 나이스그룹이 인수할 때만 해도 아이티엠반도체는 부채비율만 254%인 ‘미운 오리’였다. 편입 이후 시작한 PMP 사업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기술 개발과 생산설비에 적극 투자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애플을 비롯한 대형 IT 업체 선택을 받으며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역시 독보적인 기술력 덕에 빠르게 회복했다. 2020년 2분기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PMP 부품이 필수인 무선 이어폰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급성장하며 손실을 만회하는 실적을 냈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194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을 기록, 2019년 4분기 대비 71%, 176% 오른 역대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대상이 운영하는 유기농 브랜드 ‘초록마을’을 눈여겨볼 만하다. 근래 몇 년간 매장과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는 와중에도 초록마을은 ‘유기농’ ‘근거리 매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매출 하위 매장은 본사에서 별도로 관리했다. 가맹점과 온라인몰을 연계하는 서비스도 계속 선보였다. 투자는 헛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근거리 점포와 유기농 식품에 대한 수요가 대거 늘면서 초록마을로 고객이 몰렸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시작한 당일배송 서비스 ‘초록배송’이 매출 증가에 날개를 달았다. 온라인몰로 주문을 받고 근처 매장에서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온라인몰 활성화와 가맹점 매출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성과에 힘입어 2020년 매출은 1900억원대를 넘길 전망이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2020년 11월까지 매장 매출은 2019년에 비해 13%, 온라인 매출은 약 57% 상승했다. 온라인 활성화와 초록배송 서비스 확대에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현재 약 40% 매장에서 초록배송이 가능한데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 ‘테고사이언스’도 오랜 기간 R&D에 투자한 성과에 힘입어 반등했다. 2019년 신포괄수가제 도입으로 일부 병원이 고가 제품인 테고사이언스 세포 치료제 사용을 중단했다.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냈다. 2020년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매출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7.5%, 영업이익은 271% 올라 회복에 성공했다. 장기간 연구 끝에 탄생한 ‘칼로덤’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었다. 테고사이언스 관계자는 “매년 매출의 20~25%를 연구 비용으로 투자한다. 기술 경쟁력이 있는 제품으로 영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결과 매출 회복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만나CEA는 장기간 R&D 끝에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개발했다. 양식할 때 생기는 물고기의 배설물이 섞인 물로 식물을 수경 재배하는 친환경 방식이다. 외부 날씨와 관계없이 공장처럼 농작물 장기 공급 계약이 가능하다 보니 지난해처럼 태풍, 폭설 때문에 농작물 수급이 출렁일 때 오히려 온라인몰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더불어 이런 장점이 알려지며 중동권 러브콜도 빗발쳤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줄자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직접 농업 생산에 뛰어든 결과다. 특히 만성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국가들이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에서 주문이 빗발쳤다. 올해 수출 실적은 2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만나CEA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농장 수출 후 효과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인근 카타르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좌). DB하이텍은 적자에도 꾸준히 투자한 결과 ‘잭팟’을 터트렸다(우).

만나CEA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농장 수출 후 효과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인근 카타르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좌). DB하이텍은 적자에도 꾸준히 투자한 결과 ‘잭팟’을 터트렸다(우).

3 ‘존버’, 버텨서 기사회생

▶한 우물 판 한샘·HMM 반등 성공

어떤 산업이든 영원히 불황이라는 법은 없다. 어려운 세월을 버티다 코로나19를 오히려 기회로 맞은 기업도 많다.

국내 가구 업계 1위인 한샘은 2017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한 이후 한동안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 그러다 찾아온 코로나19. 경기 위축으로 한샘 역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싶었지만 정반대였다. 최근 몇 년간 한샘은 홈인테리어 리모델링 사업에 집중했다. 그런데 마침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 인구가 늘며 홈테리어 수요도 폭증했다. 지난해 3분기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하는 리하우스사업본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41% 늘어났다. 덕분에 2020년 한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2%·67% 성장한 2조673억원, 929억원을 기록했다.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도 비슷한 케이스다. 10여년간 위기의 연속이었던 해운 업계에서 ‘존버’ 끝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86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년간 해운 업계 구조조정으로 경쟁사가 많이 사라진 데다 지난해 해운·조선 업계 시황이 좋았던 덕분에 HMM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했다. 올해는 신규 투자한 초대형 선박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길고 긴 조선업 경기 한파를 버텨내다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조선 업계 전체가 개선세를 보인 데다 현대중공업 주력 고부가가치 상품인 친환경 선박 주문이 쏟아지면서 간만에 특수를 맞았다. 현대중공업 지분을 100% 가진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2억3000만달러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들어서만 17척을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은 15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화학·에너지 기업 OCI 역시 오랜 버티기 끝에 빛을 볼 전망이다.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주력으로 하지만 태양광 수요가 감소하며 2017년부터 매출이 감소, 2년째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OCI를 주가상승 기대주로 꼽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친환경’ 선호 현상이 뚜렷한 데다 기술력도 끌어올려 경제성을 갖췄기 때문. 더불어 올해는 주력 사업인 폴리실리콘 수요와 가격이 상승세다. 타이어 원료 사업부도 카본블랙 가격이 오르고 있어 화학 사업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OCI가 지난해 891억원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폭을 줄인 뒤 올해 매출 2조1256억원, 영업이익 1888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TV를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T커머스 시장도 그간 성장이 지지부진했던 시간을 버텨내다가 지난해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쑥쑥 큰 사례다. 그간 T커머스는 전화나 모바일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홈쇼핑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IPTV가 보급되고 비대면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가 확 커졌다. 업계는 2018년 2조8000억원이었던 T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4조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T커머스 도입 초창기부터 ‘K쇼핑’을 운영해온 KTH의 매출도 급증했다. 지난해 1~3분기 K쇼핑을 통해 1605억원어치 상품이 사고팔렸다.

홈쇼핑에 밀려 고전하던 T커머스 업계는 IPTV 시장 성장으로 빛을 봤다(좌). 에쓰푸드는 ‘아모제푸드시스템’을 인수해 HMR 유통망을 확보해 위기를 극복했다(우).

홈쇼핑에 밀려 고전하던 T커머스 업계는 IPTV 시장 성장으로 빛을 봤다(좌). 에쓰푸드는 ‘아모제푸드시스템’을 인수해 HMR 유통망을 확보해 위기를 극복했다(우).



4 적극적인 M&A

▶약점 보완하며 승승장구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미래 먹거리에 베팅한 기업들이 퀀텀점프해 주목받는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90억달러(약 10조원). 그동안 SK하이닉스는 D램과 달리 낸드 시장에서 힘을 내지 못했지만 인텔 낸드를 품으면서 단숨에 삼성전자에 이은 글로벌 2위 낸드 메모리 사업자로 부상하게 됐다. 10% 내외였던 낸드 시장점유율은 23%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굵직한 M&A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보다 각각 18%, 84% 증가한 실적이다.

LG전자는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줄이는 대신 전기차 부품, 로봇 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투자 규모는 9억2500만달러(약 1조323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앞서 2018년에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 기업 로보스타와 오스트리아 차량용 램프 기업 ‘ZKW’에 이어 올해 초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알폰소’를 인수하는 등 차세대 먹거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만년 적자였던 사업부를 털어내고 차세대 먹거리를 마련하는 LG전자 행보에 주가가 화답했다. LG전자 주가는 오랜 박스권을 깨고 지난 1월 22일 장중 최고 19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글로벌 의류 제조 업체 세아상역은 골판지 업체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 태림판지 인수를 마무리했다. 기존 섬유 사업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골판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에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등급(A2- → A3+)이 추락했다. 하지만 패션 업계에 유독 고단했던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온라인·모바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택배 상자 원재료인 골판지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여기에 태림포장은 최대주주인 세아상역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한 해외 진출 가능성도 생겼다.

여행 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맥을 못 추고 있지만 숙박 O2O에서 ‘글로벌 여가 플랫폼’으로 진화한 야놀자는 홀로 승승장구 중이다. 꾸준한 인수와 투자가 빛을 보고 있고, 올해는 IPO 상장까지 노리고 있다.

야놀자는 2018년 3월 국내 최대 레저·액티비티 플랫폼 ‘레저큐’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과 9월에는 국내 최대 숙박 비품 유통 기업 ‘한국물자조달’, 부산·경남 최대 호텔 브랜드 ‘더블유디자인호텔’을 잇따라 인수했다. 또한 팬데믹 장기화 속에도 지난 1월 국내 1위 호텔 솔루션 기업 ‘산하정보기술’까지 사들이며 총 8건의 인수를 마쳤다. 이는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2019년(해외 사업체 포함) 3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2020년 매출은 이보다 더욱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에쓰푸드’가 식자재 유통·서비스 업체 ‘아모제푸드시스템’을 인수한 것도 코로나19 시대 ‘신의 한 수’가 됐다. 에쓰푸드는 외식 업체에 들어가는 소시지, 베이컨, 햄을 생산하는 육가공 전문 업체로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을 비켜가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아모제푸드를 통해 프리미엄 식자재 유통 시장에 진입한 에쓰푸드는 ‘메디쏠라’ ‘육수간’ ‘육소반’ 등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를 줄줄이 성공시켰다.

인터뷰 | 강영준 DSE 대표이사

“60억 적자 볼 때 더 과감히 R&D 투자”

조명 기업 DSE는 ‘히포라이트(Hippolight)’ 브랜드로 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업계를 이끌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하지만 매출액 595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한 2015년 이후 위기에 봉착했다. 입주했던 개성공단이 폐쇄되며 그 타격을 고스란히 입었다. 그런데 2020년,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들 때 오히려 위기를 딛고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 매출 28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예상하는 DSE의 위기 극복 방법을 강영준 DSE 대표이사에게 들었다.

Q.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입주했던 개성공단이 닫으며 큰 위기를 맞았다고 들었다.

A 2013년과 2016년 개성공단이 두 번 문을 닫았다. 당시 개성공단에 입주하며 회사가 성장하던 시기였는데 피해가 컸다. 그래도 2013년은 약 반년 만에 문을 다시 열었지만 2016년에는 120억원어치의 장비를 그대로 두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한때 595억원까지 기록한 매출이 145억원으로 확 줄어들었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60억원 적자를 봤다.

Q. 위기를 극복한 방법은.

A 대량 생산하는 방법으로 살아남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 개성공단에 입주한 것도 인건비 등의 이유가 있었는데 단순히 싸게 많이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를 이길 수가 없다. 우리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R&D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됐다. 그래서 4년간 7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60억원 적자를 보는 상황 속에 그보다 많은 돈을 투자한 셈이다.

Q. 중소기업에 본격적인 R&D 센터를 갖춘 것이 독특하다.

A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기 위해 더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특수 조명 쪽에 집중 투자한 결과 올해는 70억원 정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경우 방수가 되는 조명기기가 큰 히트를 쳤고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UVC살균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조명을 만드는 기업에서 살균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낯설 수 있는데, 살균기에 쓰이는 UVC라는 게 사실 자외선이다. 평소에 태양광을 재현하는 조명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품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한 예로, DSE에서는 스마트팜 기술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팜 업체들이 농작물을 빨리 자라게 만들어서 경제성을 높이는 방면이라면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인 조명에 집중했다. 식물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조명을 통해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열매가 달리는 딸기와 토마토 등의 당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축산도 마찬가지다. 조명을 연구해 닭의 산란 주기를 빠르게 만든다거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 실제로 닭의 산란 주기를 2~3일 단축시키는 조명을 개발했다. 이렇게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 특허만 30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 가장 많다고 보면 된다.

Q. 코로나19도 잘 넘길 수 있었던 이유가 R&D 투자 외에도 있을까.

A 사실 우리 회사는 오히려 위기 때 돈을 더 많이 벌었다. 실제 여러 제조 업체들이 도산하던 IMF 때도 매출이 잘 나왔다. 회사에 경험 많은 직원이 많은 것도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데 한몫했다. 우리 회사는 정년이 70세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젊은 사람이 잘 안 오려고 하자 대기업에서 정년이 끝난 분들을 모셨다. 그런 분들이 많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코로나19로 불안해해도 오히려 ‘괜찮아, IMF도 넘기고 금융위기도 넘겼는데 뭘’ 이런 말로 믿음을 주신다.

[박수호·정다운·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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