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태같은' 송중기 선구안, 이번에도 통했다(종합)
'군함도(류승완 감독·2017)' 이후 4년만. 공교롭게도 영화를 선보일 때마다 개인사가 얽혔다. 그 사이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라는 대작이 있었지만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이 또한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4년 전이나 후나 취재진마저 긴장하게 만든 배우. '미모 불변의 법칙'을 증명하듯 캡모자에 안경을 쓰고 화상 인터뷰에 응한 송중기는 더 어려진 청춘 비주얼에 한층 더 여유로워진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려 노력했다. '변함없는 송중기'라는 조성희 감독의 표현은 내면이나 외면이나 진실이었다.
넷플릭스 공개 직전 진행된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내뱉었던 '자포자기'라는 의미심장 단어 하나로 그간의 세월을 함축시킨 송중기다. 말이 주는 파급력을 모를 리 없기에 언급했을 터. 인터뷰에서는 그 만큼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했고, 또 그 이상으로 솔직했다. '자포자기'를 넘어' 여백의 미'라는 익숙한 명언까지 남긴 영리함이다. 매 작품 이유있는 선택을 증명시키는, 본업 완벽한 배우 송중기는 여전히 궁금할 수 없는 캐릭터가 확실하다.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이 가득했던 '승리호' 역시 결과적으로는 넷플릭스 공개를 전화위복으로 상처없는 유종의 미를 거둘 전망. 공개 첫 주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 넷플릭스 영화 전세계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하며 국내외 화제성을 톡톡히 끌어 안았고, 도전을 의의로 향후 제작될 한국형 SF 영화들의 발판을 마련했다. 운명의 신이 손짓한 듯한 기운이 새 드라마 '빈센조'까지 이어질지 송중기의 인생 2막에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응도 찾아 봤나. "많이 보고 들었다. 주변에서 문자를 많이 보내줬다. '영국에서도 봤다, 콜롬비아에서도 봤다, 홍콩에서도 봤다' 해외에서도 문자를 받으니 기분이 좋더라.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싶기도 했고, 이러한 시국에 공개가 됐다는 것 만으로도 눈물나게 고마웠다. 특히 반가웠던 사진들이 있는데, 캠핑장에 가족들과 놀러가서 넷플릭스 켜놓고 '승리호'를 시청하고 계신 모습을 봤다. 또 거실에서 캔맥주에 치킨 먹으며 '승리호' 관람 인증샷을 찍은 사진이 뭉클하더라. '진짜 많이들 보고 계시는구나' 싶어 진심으로 감사했다."
-'군함도' 이후 스크린 복귀 자체가 오랜만이다. "일단 '스크린에 복귀를 했다'는 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개인적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조성희 감독님과 다시 한번 작업을 한건 분명한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늑대소년'을 할 땐 나도, (박)보영 씨도, 감독님도 신인에 막 데뷔를 하는 때였다. 시작을 같이 해서 그런지 조성희 감독님은 나에게 감독으로서도, 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분이다. 감독님이 영화를 세 편 하셨는데 그중 두 편을 같이 했다는건 배우로서도 영광이고 기분 좋은 일이다. 인터뷰라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감독님을 워낙 좋아한다.(웃음)"
-태호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했나. "처음엔 접근하기가 되게 어려웠다. 내가 단순하게 접근을 해서 더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태호는 '승리호' 멤버지만 개인 사연으로 봤을 땐 딸이 있는 아빠다. '나라는 배우가 딸을 가진 아빠 역할을 한번도 안 해봤는데, 실제로도 경험을 못 해봤는데 어떻게 표현하지?' 싶었고, 더 나아가 '대중이 아빠 역할을 맡은 나를 받아들여줄까?' 하는 고민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 역할' 자체에는 1도 부담감이 없었는데,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막막하더라."
-어떻게 해결했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애초 내 접근 방식이 잘못 됐더라. 태호라는 인물을 두고 '이랬던 애가 저렇게 바뀌었다'라고 판단해 막혔던 것 같다. 다시 보니 태호는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정체돼 있던 인물이지 변한 인물은 아니다. 촬영을 하면서 숙제와 고민이 많이 풀렸다. 나중에는 영화적으로 태호의 서사를 몽타주로 짧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을 '관객 분들에게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했다."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는 다시 만나도 변함없고 한결같이 밝고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더라'고 말했다. 스스로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는지 궁금하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겠지만, 반대로 최대한 그러지 않기 위해 또 노력한다. 사람들에게 많이 평가받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도, 겉과 속이 다르면 내가 속이 문드러진다. 최대한 의식적으로 변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 나는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또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지는 모르겠다. 감독님은 워낙 좋게 이야기 해주신 것 같다. 하하."
-반대로 다시 만난 조성희 감독은 어땠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다. 오히려 감독님이 그대로다. 나는 '늑대소년' 철수 역할을 두고 꼭 '감독님 그 자체'라고 말하는데, 감독님은 여전히 순박하고 10년이 지나도 말이 없고 여전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분이셨다. 나야말로 '감독님 진짜 그대로네'라고 생각했다.(웃음)"
-'승리호'를 경험하며 성장한 부분도 있을까. "스태프, 감독님, 배우들 모두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작업하는게 이렇게 큰 행복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기 시작한 것 같다. 그게 '승리호'를 통해 제일 많이 느낀 지점이다. 어제 새벽까지 드라마 '빈센조' 촬영을 하다 왔는데, 드라마 현장도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아,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 그게 되게 큰 행복이구나'라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태호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자포자기'라는 말이 떠올랐고, 또 당시 본인의 상황과도 비슷했다고 표현했다. "최근 넷플릭스 제작발표회 날 인터뷰 했던 말을 다시 질문 주신 것 같다.(웃음) 음…. 말 그대로였던 것 같고, 말씀 드린게 다인 것 같다. 말 그대로 태호라는 인물을 보며 내가 그 단어를 썼던건 정말 실제로 그랬던 것이고, 당시 내 심경도 비슷했기 때문에 말씀 드렸던 것이다. 자세히 말씀 드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개인사라서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싶다."
-새해 계획과 희망사항이 있다면. "아…. 너무 개인적인 일인데 이런 것까지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바닥에 앉아서 몸을 굽혔을 때, 손이 발가락에 안 닿는다.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진짜다. 정말로 너무 하고 싶은데 안 된다. 너무 TMI인가? 으하하. 근데 꼭 성공해보고 싶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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