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경, 쉽지 않았던 '아이'를 선택한 이유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1. 2. 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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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류현경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류현경은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어 '아이'를 선택했다고 했다. 배우에 대한 초심을 다시금 느꼈던 시간을 보낸 류현경은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10일 개봉되는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제작 엠씨엠씨)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아영(김향기)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로, 류현경은 극 중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를 연기했다.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던 류현경이 '아이'에서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생후 6개월 아이의 엄마 역할을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 과정을 통해 실감 나는 연기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초보 엄마이자 싱글맘으로서의 애환과 상처로 가득한 인물의 굴곡진 내면까지 소화해내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치유와 연대의 이야기를 완성한 류현경이다.

Q. 완성된 영화를 보고 울었다던데 원래도 출연 작품에 몰입을 잘하는 편인지 아니면 '아이'라서 그랬던 건지.

A. 촬영을 마친 지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데 촬영했을 당시의 기억이 너무 생생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서로 배려하고 으쌰 으쌰 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던 게 떠오르더라. 원래 영화를 볼 때 제 연기만 봐서 몰입을 잘 못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우리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애틋해지더라.

Q. 캐릭터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

A. 영채는 내면에 슬픔과 아픔이 가득 차 있는데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캐릭터다. 처음 이 캐릭터에 대해서 적었던 글이 있었다. 제가 영채를 '꼬불꼬불한 사람'이라고 적었더라. 이 친구의 과거를 나름 생각해봤다. 꼬불꼬불하게 살아온 영채가 마음이 쓰이더라. 촬영할 때는 그 마음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긴 것 같다. 영채라는 캐릭터가 매일 하나씩 상실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관계, 기억 등 상실감에 대해서 깊이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그 불안이 끝이 없는 친구라고 제가 적었더라. 감독님과 그걸 공유하면서 마음에 그것들이 쌓였던 것 같다.

Q. 영채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A. 시나리오에 영채에 대한 서사가 잘 그려져 있었다. 쓰여 있는 글대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전 감독님과 배우들이 리허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 영채뿐만 아니라 내면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하고 행동하게 됐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대화 나누다 보니까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영화에 투영이 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거니까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감독님이 조사한 자료와 제 주변에 계속 육아를 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의 굴곡들과 심리들을 잘 영화에 투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Q. 감독이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삶을 쓴 시나리오다 보니까 여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다르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었는지.

A. 시각의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편견 없는 시각으로 이야기와 인물들을 바라봐주셨다. 시나리오 자체에도 편견을 가지고 쓴 흔적이 없었다.

Q. 연기하기 쉽지 않은 설정의 캐릭터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영채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모든 결핍과 자기혐오로 가득 찬 영채가 그런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연기하기 복잡하고 힘들겠지만 저도 이 영화를 통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었다. 또 영화의 결이 이 사람들을 바라봐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어서 출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이' 촬영 후 변화가 있었나.

A.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었는데, 성숙해졌다기보다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모두의 마음들이 모아져서 영화가 나온 것에 감격했던 것 같다. 그 마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예전에 처음 연기를 평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가 생각났다. 25살에 '신기전'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와 연기가 좋아지게 되고 평생 이 일을 해야겠구나라고 마음먹었던 기억들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느끼게 됐다. 이걸 잊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성장이라면 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찰진 욕설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A. 주변에 욕을 잘하시는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하나하나 다 적어서 감독님께 컨펌을 받았다. 욕의 순서도 정해놓고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연기했다.

Q. 대본을 보면서 어떤 장면에서 가장 울컥했고, 그 치밀어오는 감정을 어떻게 달랬나.

A. 내면에 그런 아픔과 상처를 지닌 영채가 아영을 만나면서 변화하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슬퍼서 울었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슬퍼' '나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야'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연기했다. 치밀어 오는 감정을 많이 누르려고 했다. 또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아영과 다른 보호 종료 아동 친구들의 사건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처음 대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울컥했던 것 같다.


Q.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본인의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을 거 같다.

A. 어머니가 '나를 이렇게 키우셨지'라는 마음은 항상 드는 것 같다. 오히려 영화를 볼 때는 육아를 하는 친구들 생각이 더 났다. 그 친구들이 저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Q.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한 칭찬들이 많다.

A.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이게 누구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영화라는 걸 다 알고 있지 않나. 특히나 이 작품이 그렇다. 나만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싶다.

Q. 배우로서 바라보는 김향기의 연기는 어땠는지.

A. 예전부터 김향기 배우를 좋아했다. 인터뷰에서도 말했다. 처음에 같이 촬영한다고 하니까 너무 떨리더라. 첫 만남에 제가 인터뷰 때 이야기한 거 들었냐고 물어보니까 어머니한테 들었다고 하더라. 처음엔 함께 촬영하면서 팬으로서 잘 보이고 싶었다. 향기 씨가 너무 신기한 게 카메라 돌아가고 인물 속에 들어간 순간 저에게 아영 그 자체로 보이게 연기를 해주더라. 온몸의 기운과 정서가 아영 자체로 보이게 그 순간을 만들어 줘서 너무 감사했다. 제가 뭘 다르게 할 필요가 없었다. 영채로서 다가가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이런 지점을 보고 제가 팬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Q. SNS에서도 김향기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고 있는데, 팬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향기 씨가 너무 해맑게 웃는다. 그래서 너무 웃게 해주고 싶었다. 향기 씨를 어떻게 하면 웃게 해 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팬이 된 이유도 어린 시절부터 보면서 제 동생 같기도 하고 딸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 향기 씨의 영화들을 통해서 제가 위로를 받은 순간이 많았다. 그 마음이 애틋해지면서 팬이 됐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너무 보고 싶어서 옛날 영화도 찾아봤다. 팬들이 운영하는 계정에 들어가서 좋아요 남기고 했다.

Q. 미자 역의 염혜란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A. 염혜란 선배님은 전작들을 너무 좋아했다. 처음에 뵀을 때 선배님이 너무 바쁘셔서 연습이나 리허설을 같이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연습과 리허설에 계속 오시더라. 다른 장면도 계속 집중력 있게 봐주시는데 인상 깊었다. 영채와 미자가 긴 세월을 함께 했던 모습들이 영화에 투영돼야 할 텐데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선배님이 바로 '언니라고 해'라고 해서 바로 '언니'라고 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저희 집 앞 커피숍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미자랑 영채가 오랜 시간 같이 지냈는데 잘 담겨야 하는데 너무 서로 모르는 채로 지내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런 정서적 교감들이 쌓여서 영화에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

Q. 모유수유에 대한 굉장히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들이 인상적이었다. 연기할 때 어떻게 접근했는지.

A. 젖몸살이나 단유에 대해서 처음 배웠다. 단유 마사지가 있는 걸 처음 알았다. 감독님이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셨고, 자료 조사도 많이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느 정도의 고통인지 몰라서 주변에 물어봤더니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고통이라고 하더라. 마사지하는 것 자체가 아프고 힘들다고 해서 잘 표현해 봐야겠다 생각했다.


Q. 극 중 영채가 아영에게 머리를 맞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A. 향기 씨가 촬영 전부터 너무 안절부절못하더라. 자기가 차라리 맞고 싶다고 하더라. 제가 한 번 세게 때리는 게 더 편하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NG가 났다. 향기 씨에게 마음껏 때리라고, 네가 아무리 때려도 아프지 않을 거야라고 했더니 두 번째에는 딱 때리더라. 끝나고 향기 씨가 울먹울먹 하고 있더라. 그래서 제가 '우리 향기 하고 싶은 거 다해. 울지 마' 이러면서 토닥여줬던 게 생각난다.

Q. 혁이를 연기한 쌍둥이 아기 배우들과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A. 시사회 때 쌍둥이들이 와서 잠깐 봤는데 너무 컸더라. 저는 아이들이 어색했는데 향기 시는 누가 누구인지 바로 딱 알더라. 너무 신기했었다. 촬영할 때 아영과 붙는 신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아영과 아이들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제가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름답더라. 아이는 맑은 사람을 알아보는구나 싶었다. 쌍둥이 부모님들하고도 많이 가까워졌다.

Q. 코로나 시국에 촬영을 하셨는데,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다.

A. 촬영할 때 크게 신경 썼던 부분이 없었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배려를 많이 해줬다. 소수 인원만 촬영을 진행했고, 매일 제작부 친구가 체온을 측정했다. 모두의 배려가 넘쳤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Q.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영채와 아영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엔딩 이후의 영채와 아영은 어떤 삶을 살게 되지 상상해 봤나

A. 엄청 지지고 볶고 싸울 것 같다. 여느 가족의 형태와 비슷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족의 형태가 돼 살아가길 응원하고 싶다. 자기를 혐오하던 영채가 아영을 만나서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Q. 싱글맘 연기를 하며 육아에 대해 간접 경험을 했는데 어땠는지.

A. 저는 예전부터 조카들을 돌봤기 때문에 육아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지만, 육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것 같다. 한 생명체를 길러내는 게 위대한 일인 것 같다. 아이 낳고 잘 사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특별하고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일상적이지만 곡절이 있는 캐릭터였는데 이번 캐릭터가 그 정점인 것 같다. 다른 캐릭터와 다르게 다가온 점이 있었는지, 또 이 작품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A.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 굴곡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독님이 소재로만 이용하지 않고 사건 자체를 바라봐 주시는 시각이 너무 좋았다.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도 굉장히 저희를 잘 바라봐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격스러웠다. 이 영화가 어떻게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줘서 감사하다.

Q. 영채는 사실 자신을 싫어하지만, 사랑하고 싶기도 한 사람 같다. 그런 점에서 류현경 배우는 늘 본인을 사랑하고 지냈는지, 혹시 어려움이 닥쳤을 땐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A. 저는 저를 사랑하게 됐다. 어릴 때는 저에 대해서 궁금증도 많고 의문도 많고 불만도 많았다. 요즘에는 속으로 '현경아 괜찮아 잘했어'라고 말하면서 제 안에 있는 저한테 말을 많이 거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질책이 칭찬으로 바뀐 것 같다. 그러면서 저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류현경 |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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