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김뮤지엄

입력 2021. 1.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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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랠 좋아해?" 김뮤지엄의 '281.31km'라는 곡의 가사다. 다정한 그의 박물관에는 어떤 마음들이 전시돼 있을까.

‘김뮤지엄’이라는 활동명은 인간의 감정을 박물관의 예술품처럼, 본인을 ‘아티스트’라기보다 ‘전시장’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걸까 문득 세상에 전시된 작품은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많아봤자 셀 수 있는 것들이니까. 사람의 감정은 그렇지 않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감정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로 설명해도 결국 완벽하게 채울 수 없지 않나. 그런 의미를 담았다.

아이유, 뉴이스트, 있지 등이 SNS로 팬임을 밝히기도 했다. 음악 활동을 해나가는 데 큰 용기를 얻은 순간일 것 같다 사실 좀 무서웠다. 모든 곡을 함께 만드는 이형석이라는 친구와 부둥켜안고 벌벌 떨었다. 음원 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 창에 이름이 뜨는 걸 보고 실감했다. 힘들어도 꾹 참고 지내온 날들이 생각나 울컥하더라.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만든 작품 뒤에 따라오는 결과에 이제 겁먹지 않으려 한다.

김뮤지엄의 가사들은 굉장히 서정적인 동시에 일상적이다. 마음에 드는 가사 한 구절 소개한다면개인적으로는 ‘Paint Laurent’의 마지막 구절이 좋다. “꿈들이 놀다 간 자리에 남겨진 너의 색, 춤을 출 때면 우린 그렇게 섞여가.” 이 부분만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예술가인 아버지가 쓰신 시가 생각나더라. ‘찔레꽃 피어난 자리 누가 섰다 갔을까’라는 구절에서 영향을 받아 완성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담으셨는지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든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보다 음악 하는 데 세상을 올곧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주셨고, 일상에서 늘 해주시는 예술에 관한 말씀에 영향을 받았다. 잔소리도 포함해서(웃음).

‘Perfume’ 등 사운드클라우드에서 100만 회 이상 스트리밍되며 인기를 끌던 초기 곡보다 최근 선보인 곡이 더 대중적인 것 같다. 메시지는 가벼워졌지만 사운드는 더 풍부해지고, 하이라이트의 중독성 또한 깊어졌다고 할까확실히 혼자 작업할 때보다 음악적 성향이 많이 바뀐 걸 느꼈다. 전에는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색으로 곡을 썼다면, 지금은 여태 써놓은 곡 중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나 스타일의 곡을 고르고 고집하게 됐다.

특유의 나긋나긋 읊조리는 창법은 사랑이라는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울리는 것 같다 듣는 분들께 내 의도가 정확히 전달된 것 같아 기분 좋다. 다른 R&B 곡에 비해 가사가 많은 편이다. 의미가 함축된 문장보다는 똑같은 말이라도 더 아름답고 다양하게 비유해 보고 싶었다. 어느새 그 가사에 맞는 보이스를 연구하고 있더라. 그 과정이 참 어렵고 복잡했다. 여러 아티스트의 보이스를 따라 해보고 내 것과 조금씩 섞으며 지금의 보이스를 만들었다. 나름 만족스럽다.

음악 활동 외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밖에 나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정말 싫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이형석과 커피 한 잔 사놓고 앉아서 몇 시간씩 수다 떤다. 그게 유일한 취미인 것 같다(웃음).

음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인간이 전시장이라면, 마음속 수많은 감정은 작품이 된다는 것.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은 정말 값지고 소중하다는 걸 음악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다.

곧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한다 이번 노래들은 여태 가장 완벽한 형태로 작사 작업을 한 것 같다. 테마와 사운드에 오랜 시간을 쏟았고, 힘든 시기에 쓴 곡이라 시간이 지나도 내게는 1순위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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