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시즌 주장 전준우 "주장 징크스? 잘 한 선배들이 훨씬 더 많다" [스경X인터뷰]
[스포츠경향]
롯데 전준우(35)가 2021시즌 주장을 맡았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됐을 때 일부에서는 ‘롯데 주장 징크스’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최근 2시즌 연속 주장을 맡은 선수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019년 주장 손아섭은 전반기 92경기에서 타율 0.291로 부진해 후반기를 앞두고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다. 시즌 타율을 0.295로 마감해 10년 연속 3할 타율 달성도 실패했다. 다음해 주장이 된 민병헌도 타율 0.233에 그치며 3할 타율 행진이 7년에서 멈췄고, 최근 뇌동맥류로 고생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준우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장 징크스’가 그동안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우리 팀에는 주장을 하고도 잘 한 선수들이 많이 있지 않나. 이대호 형도 있었고 조성환, 홍성흔 형도 다 주장을 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손아섭이나 민병헌이나 한 번쯤 부진할 수 있는 시기가 올수도 있지 않나. 때마침 그 때 주장을 맡은 것이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런 사례들이 부각된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주장을 맡게 된 전준우의 각오는 “하던 대로, 똑같이”였다.
팀의 고참급인 전준우는 이전에도 주장과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후배 선수들은 종종 전준우의 조언을 듣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오던 것들을 똑같이 할 것이다.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까지는 팀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 대화도 많이 하면서 선수들의 요구사항도 잘 들어줄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말을 해야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주장으로서 목표는 의외다. ‘따로 만든 톡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준우는 “요즘은 ‘단톡방’에서 쓴 소리를 하면 후배들끼리 따로 ‘톡방’ 만들어서 얘기한다더라. 그런 일은 없어야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팀을 하나로 모으는 건, ‘톡방’의 건강한 유지에 달렸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주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건 성적이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 143 경기에서 타율 0.279 96타점 26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개수는 지난해보다 4개 늘어났지만 3시즌 연속 3할 타율이 멈췄다.
전준우는 “시즌 중에 타율이 3할 언저리까지 올라갔을 때 ‘이제 됐다’싶으면 다시 곤두박질 치더라. 아마도 목표치에 다 왔다는 생각에 신경을 더 쓰게 되니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싶다”고 말했다. 3할 타율 회복을 성적 목표로 삼은 전준우는 “타율이 높으면 밸런스가 좋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다. 더불어 장타율도 높아지고 홈런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 경기 출전은 ‘기본 목표’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에도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었는데 한 경기가 부족했다”며 “내가 경기를 뛰는 것 자체에도 욕심이 크다. 다음 시즌에도 풀 타임을 뛰기 위해서 체력 운동 위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준우의 시선은 개막 초반에 맞춰져있다. 그는 “내가 시즌 초반에 잘 치면 그 시즌을 수월하게 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2018시즌에는 5월 한 달 동안 타율 0.394를 치면서 감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 해 타율을 0.342로 마쳤다. 전준우는 “초반에 조금 힘들더라도 조금 벌어놔야한다”라며 시즌 초반부터 달려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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