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첫 번째 유니콘이 된 고젝 [아세안 기업열전 (3)]

2021. 1. 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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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꼽으라면 그랩(Grab)과 씨(Sea), 그리고 고젝(Gojek)을 빼놓을 수 없다. 고젝은 2010년 오토바이 호출서비스에서 출발했다. 2만700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대중교통이 곳곳에 연결되지 않고, 특히 수도인 자카르타는 항상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서민들은 동네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이를 오젝(Ojek)이라고 부른다. 창업자 나디엠 마카림은 이용자와 공급자 사이가 매번 대면으로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전화로 예약과 호출해주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작은 콜센터와 20명의 오토바이 기사들이 고젝의 시작이었다.

고젝이 운영하는 다양한 서비스 개념도 / 고젝 홈페이지


초창기 고젝은 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서비스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폰 이용자수도 적었고, 데이터 이용요금도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환경은 빠르게 변했고 우버와 그랩의 성공에서 자극을 받았다. 2015년 처음으로 고젝앱을 런칭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통지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이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언제 어디서나 오토바이나 차량을 불러 타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로 출발

고젝은 서비스 대상 지역을 인도네시아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그랩이 말레이시아의 작은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감행했다면, 고젝은 자국 내에서의 지역 확장과 서비스 다양화라는 전략을 택했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보다는 약 2억7000만명이라는 아세안 최대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가진 인도네시아 홈그라운드에서 스케일업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젝은 음식배달 고푸드(GoFood), 장보기서비스 고마트(GoMart), 홈스파 마사지 예약인 고마사지(GoMassage), 청소대행 고클린(GoClean) 등 여러 서비스를 잇달아 런칭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6년 내놓은 고페이(GoPay)다. 전자지갑과 디지털결제를 담은 고페이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편리하고 강력한 거래수단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신용카드 보유율이 극도로 낮은데다 은행계좌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를 이용할 때도 배송과 함께 현금을 지불(캐시 온 딜리버리)하던 상황에서 고페이는 그야말로 디지털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고페이를 충전해 고젝앱이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고젝 플랫폼과 연결된 수많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고페이로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한걸음 진전을 가져왔다.

서비스 종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2017년 고젝은 플랫폼을 분리하기로 했다. 교통수단과 배송 중심의 고젝앱과 다른 여러 서비스를 묶은 고라이프(GoLife)로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머스트 해브 앱(Must have app)’이 됐다. 등록운전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매달 2000~2만5000만명의 활성 이용자가 1000만건 이상 주문했다.

인도네시아 슈퍼앱의 자리에 오른 고젝은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렸고, 인수합병을 통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태국에 잇달아 진출해 차량호출과 음식배달 등의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미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그랩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페이를 통해 핀테크의 위력을 실감한 고젝은 카르투쿠와 미디트랜스, 마판 등 핀테크 기업 세 곳을 인수했고, POS 기업인 모카(Moka)마저 인수했다.

고페이 / 고젝 홈페이지


고젝의 과감한 행보는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세안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입지를 굳게 다진 만큼 해외투자자들의 펀딩이 밀려들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과 워버그 핀커스, 중국의 텐센트와 JD.com, 구글이 고젝에 투자했다. 구글의 경우 동남아 스타트업에 대한 최초 투자로 기록된다. 2020년 진행된 시리즈 F에서는 페이스북과 페이팔이 고젝에 총 375억달러를 투자했다. 아세안 시장에서 고젝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시장확대를 목표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고젝은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다. 다운로드는 1억3000만이 넘었고, 기업가치는 12억달러(1조3000억원)에 달한다. 물론 2020년 팬데믹으로 오토바이와 차량호출이 크게 감소했고, 각종 대면서비스와 함께 고라이프를 중단하는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 했다. 그럼에도 통합된 고젝 플랫폼에서는 204개 도시, 3600만명의 사람이 매일 300만건 이상, 매달 1억건이 넘는 주문을 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체 거래대금은 1100배나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앱

고젝의 성공은 문제 해결 솔루션 제공, 신속한 전략수립과 대응 그리고 인수합병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고젝은 사회 전반에 혁신 솔루션을 제공한 첫 번째 해결사였다. 오토바이 호출서비스는 매일 교통체증을 뚫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도시 서민들에게 유용한 해결책이었다. 또한 오토바이 하나로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태우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배달이나 퀵서비스와 같은 여러 활동이 가능해졌으므로 보다 안정적 수입원을 제공한 셈이다. 또한 고페이 덕분에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디지털 플랫폼 안으로 들어와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서비스 다각화 전략을 빠르고 유연하게 실천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수요를 재빨리 파악하고 앱에 서비스를 추가했다. 관광객들마저 환호했던 고마사지 서비스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거뒀다. 시장의 요구가 증가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고메드(GoMed)와 비디오스트리밍 서비스 고플레이(GoPlay)도 서비스에 추가했다. 반면 에어컨 수리와 세탁서비스 등은 이용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과감히 폐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세 번째는 인수합병의 적극적 활용이다. 기업의 빠른 성장 속도만큼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고젝은 인도에서 총 5개 스타트업을 인수했으며, 벵갈루루에 개발센터를 세웠다. 핀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택한 전략 역시 인수합병이었다. 모카를 포함해 모두 4개의 핀테크 업체 인수, 더 나아가 자고 은행(Jago Bank)의 지분을 사들인 고젝은 이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뱅킹과 대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고 디지털 경제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발 뒤처져 있던 지역에 디지털 전환을 가져온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고젝이다.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는 슈퍼앱도 고젝이 먼저 만들어냈다. 고젝의 진화는 멈출 것 같지 않다. 페이스북이나 페이팔과 함께 앞으로 또 어떠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더 내놓을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고영경 선웨이대 비즈니스스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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