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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빚 때문에 서러웠던 서민들… 현장서 만나면 눈물 펑펑”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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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06 06:00:00 수정 : 2021-01-06 09: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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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무식 대신 현장 속으로
쪽방촌 주민 찾아 도시락 배달

급전대출 등 내몰렸던 서민들
서금원 알고나서 빚독촉 해방

변화 이끈 직원들에 포상·가점
이젠 서로 아이디어 내기 경쟁

중금리대출 활성화 보완 초점
핀테크 활용 AI 상담부스 구축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역 뒤편 쪽방촌.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직원들이 도시락을 싣고 찾아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의 이계문 원장과 노조위원장이 시무식을 대신해 향한 곳이다. 이들은 영등포쪽방촌상담소와 함께 신종 코로나감염증 바이러스(코로나19)와 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쪽방촌 주민에게 도시락을 배달했다. 전통시장에서 구입한 떡·약과, 핫팩, 방역마스크, 이불 등 생필품도 건넸다. 주민들은 새해 깜짝 선물을 반겼고, 김형옥 상담소장은 “서금원·신복위의 나눔이 새해 큰 선물이 됐다”며 감사했다.

 

좁은 골목의 쪽방촌 거주자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다. 금융취약계층으로 어찌 보면 서금원과 신복위 고객들의 터전인지도 모른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임직원들과 월 1회 이상 쪽방촌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금원으로 돌아와 진행했다. 2016년 9월23일 서민금융 총괄기관으로 출범한 서금원과 신복위는 올해 출범 5주년을 맞는다. 이 원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119를 떠올리듯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민들이 바로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떠올릴 수 있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면서 “올해는 보증상품 공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에 나서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새해 시무식 대신 취약계층 삶의 현장을 찾았다.

 

“취임식도 따로 안 하고 현장인 관악센터 방문으로 대신했다. 지난 2년 동안 서금원 50개 센터 중 37개 센터, 24곳의 전통시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서민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어야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서민들의 애로사항은.

 

“현장 센터에 가면 꼭 직접 상담하는데 제 명함을 건네면 우는 분들이 많다. ‘여길(서금원) 진작 알았으면’하면서 서럽게 운다. 빚 때문에 극단적 선택하는 분들도 있으니 얼마나 서러웠겠나. 서금원에서는 자금 대출을 도와주고 신복위는 빚 탕감을 도와준다.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게 해주니 이곳을 찾는 분들은 그런 부분이 고마운 것이다.(서금원에 따르면 아직도 서금원을 몰라 ‘인터넷 급전대출’과 같은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사금융, 금융사기 등에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취임 후 2년간 서민금융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공들였는데.

 

“서민들이 24시간 상담받고 이용할 수 있는 챗봇 상담과 앱을 지난해 1월 출시했다. 청년층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한 ‘햇살론youth’를 출시하고, 앱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류 작성 없이 신분증만으로 상담이 가능하도록 전자문서화하고, 콜센터도 ARS상담 방식에서 상담사가 직접 전화받는 방식으로 바꿔 친밀도를 높였다.”

 

―업무 처리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종이 없는 창구를 구축해 고객이 작성한 신청서를 전산으로 옮기느라 쓰이는 시간을 줄여 업무 처리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대출상담을 받을 때 음성설명 방식(1분30초)에서 문자메시지 방식으로 개선해 동의시간을 10초로 줄였다. 고객 유형별 상담 메뉴얼을 웹툰 형식으로 만들어 가독성을 높였다. 채무조정·소액대출 등 비대면 신청 절차를 마련해 예약대기 일수(14일)를 없애고, 방문 즉시 상담 체제로 변화시켜 예약적체가 해소됐다.

 

―직원들 변화를 이끈 동력은.

 

“핀테크·인공지능(AI) 관련 유명 저자를 초청해 특강을 하면서 변화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장을 찾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바꾸자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련 예산과 인력은 다 늘렸다. 2019년 상반기부터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참여한 사람은 포상하고 가점을 줬다. 고객을 위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바꾼 성과가 있으면 다 인정을 해줬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작년부터는 알아서 한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서로 내려고 하더라.”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집무실에서 서금원을 몰라 고금리 불법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향후 홍보 강화 방안을 밝히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맞춤대출 이용이 크게 늘었다.

 

“맞춤대출, 그게 서민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 개인이 저축은행에 가면 20% 고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데, 공공기관인 우리가 상담을 대신해 주면서 금리를 낮춰준다. 신용정보망 연계돼 평균 11.5%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개인이 모집인을 통하면 20% 대출금리를 받아야 하는 신용도의 서민이라도 우리가 맞춤형 상담을 해주면 11%대로 낮아진다. 서금원 작년 11월까지 통계를 보면 2018년 대비 맞춤대출 이용이 4.13배 늘었다. 2019년 159% 증가한 것도 획기적인데 작년에 거기에서 85%나 더 늘었다.”

 

―‘서민의 금융생활 안정 촉진 시스템’ 구축과 금융교육에 공들인다.

 

“서민들이 재무적인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 금융교육, 맞춤형 현장지원 및 체계적인 사후관리에 이르는 ‘서민의 금융생활 안정 촉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급자적인 시각인 ‘서민금융 PB 시스템’을 고객중심 체계로 바꾸기 위해 ‘서민의 금융생활 안정 촉진 시스템’으로 변경한 것이다. 정보가 부족한 서민들이 쉽게 상담·교육 받을 수 있도록 ‘서민금융 한눈에’, 온라인 교육, 지역협의체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서민금융 이용 고객의 신용도 상승 지원을 위한 ‘신용·부채관리 컨설팅 시범사업’(서금원)과 ‘신용·복지 컨설팅’(신복위)을 실시했다. 금융교육도 마찬가지다. 사전 재무지식 있으면 쓸데없이 고금리 안 받아도 되는데 20% 이상 고금리 받는 사람 생각보다 많다.”

 

―서금원 올해 역점 추진 사업은.

 

“서민법 개정 시 금융권 상시출연 제도와 연계해 민간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보완하기 위한 ‘보증상품 공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이 주요 과제다. 또 서민금융을 이용한 고객들이 스스로 신용과 부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신용도 상승을 통한 제도권 금융 안착을 유도하는 신용·부채관리 컨설팅을 안착시켜야 한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민간 서민금융 회사와 온라인 햇살론·맞춤대출·금융교육 등에 대한 협업을 강화하여 서민금융 총괄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민금융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119를 떠올리듯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바로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떠올릴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려고 한다. 향후 코로나19로 인한 서민금융 수요가 급증할 경우를 대비하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비대면 채널 강화도 준비 중이다.”

―신복위는 어떤 점에 보다 신경을 쓸 계획인가.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무인 상담부스에서 인공지능 상담원과 음성으로 상담할 수 있는 AI 상담부스를 구축한다. 온라인을 통해 24시간 자신에게 맞는 채무조정 제도와 상환 예상액 등 자가검진 시스템도 구현한다. 금융기관과 협업해 성실상환자 대상 여·수신 상품을 개발해 지원한다. 채무뿐만 아니라 복지·취업 등 다방면의 심층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컨설턴트와 상시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한다. 채무조정 상담 중 복지상담 등 상호연계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 자활센터 등과 양방향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서금원과 신복위 역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복지는 정부가 하는데 기초수급자 195만명이 14조원을 받는다. 이건 더 늘어나게 돼 있다. 시장원리를 통해 빈곤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조건 자금 많이 주고 탕감해줄 게 아니고 상담을 강화해서 알게끔 하는 것이다. 서민금융법은 ‘이 법은 서민금융진흥원 및 신용회복위원회를 설립하여 서민 금융생활과 개인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을 지원함으로써 서민생활의 안정과 경제·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걸 못 했다. 상담시스템은 말이 쉽지 없는 거였다. 많은 성과를 냈다. 기초수급자는 수급하게 하고 은행 고객으로 만들어준다. 제일 좋은 건 일자리다. 우리가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는 없지만 정보는 줄 수 있다. 최근 ‘취업지원 한눈에’ 서비스도 모든 민간, 금융 공공일자리를 검색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서민들이 일일이 쫓아다니지 않고 검색만 하면 알 수 있게. 서민들이 몰라서 이용 못하는 사람 없게하는 게 목표다. 1000만원 주고 끝이 아니라 그들을 1금융권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년 성과 분석하면 분명 좋을 거다.”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이계문 진흥원장은… ●경기 가평 출생(1960) ●조종고, 동국대 산업공학과●서울대 정책대학원 석사 ●행정고시 34회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사무관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담당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기획재정부 대변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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