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정경심 재판LIVE㉚] '중형' 선고된 정경심..'570쪽 판결문' 살펴보니

곽동건 kwak@mbc.co.kr 입력 2020. 12. 28. 12:34 수정 2020. 12. 28. 12: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선고공판] 2020.12.23

#. 1심 결과 '중형'‥징역 4년에 법정구속까지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6일 늦은 밤,

검찰은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은 부인 정경심 교수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후 조국 전 장관은 직에서 물러났고 검찰은 사모펀드 의혹 등 14개 혐의로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습니다.

1년 넘게 진행된 34번의 재판,

그 사이 모두 70명 가까운 관련자들이 재판정에 증인으로 불려 나왔습니다.

재판 때마다 양측의 공방이 불을 뿜었는데, 정 교수가 법정에서 쓰러진 일도 있었죠.

온 나라를 들끓게 하며 시작됐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많은 이들을 갈라놨습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 사건을 '특권층의 반칙', '신종 정경유착'으로 규정하며 징역 7년형 선고를 요청했고,

정 교수는 마지막까지 '검찰의 과잉·표적수사로 혐의가 덧씌워졌다'며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그간 양쪽 모두 피 말리는 사투를 벌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드디어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

재판부는 정 교수 혐의 15개 가운데 11개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횡령' 등 일부 혐의는 무죄가 나왔지만,

특히 이목을 끌었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포함해 '입시비리'와 관련한 모든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정 교수는 결국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돼 서울 남부구치소로 향해야 했습니다.

#. "너무 큰 충격" vs "재판부에 깊이 감사"

선고 직후, 법원 판단을 놓고 엇갈린 반응들이 격렬하게 쏟아졌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너무도 큰 충격"이라며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판결문을 받아보기도 전에 항소장을 먼저 제출했을 정도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결과였을 겁니다.

반면 검찰은 환호했습니다.

선고 직후 수사팀 관계자는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 반응을 내놓을 정도라면, 검찰이 이번 판결에 매우 만족했다고 볼 만 합니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도 '너무 가혹하다'는 성토와 '사필귀정'이라는 환영으로 극명히 엇갈렸고요.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경심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글이 올라와 30만 명 넘는 사람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이 사건 자체가 어찌보면 두 진영의 '대리전'과 같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예견됐던 상황이긴 합니다.

하지만 1심 판결로 모든 게 끝나진 않았습니다.

정 교수 측 항소에 따라 내년엔 2심 절차가 다시 막을 올릴 것이고, 양측의 건곤일척 승부가 예고돼 있습니다.

따라서 570 쪽에 달하는 1심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2라운드 대결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대략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 '중형'의 이유…'결백 주장'의 역효과

재판을 꾸준히 지켜본 취재기자의 시각에서도, 이번 판결문의 어조는 전망이 무색할 만큼 매우 단호했습니다.

정 교수의 유죄를 확신했던 이들조차 예상보다 높은 형량이 나왔다고 평가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중형의 배경엔 아무래도 정 교수 측의 변론 전략이 역효과를 낸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선고 직후 변호인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선고 직후, 정경심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오히려 피고인에게 형량에서 불리한 사유로 언급됐습니다.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정 교수 측은 원했든 아니든, 검찰의 기소 이전부터 후퇴의 마지노선을 이미 그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조 전 장관이 지명되고, 청문회를 전후해 쏟아진 언론의 의혹 제기.

그 압도적 공세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이미 많은 장담을 해버렸거든요.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논란.

단국대 의학논문 1저자 등재를 둘러싼 '스펙 품앗이' 의혹.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관련한 해명까지.

진실이 무엇이든, 숨가쁜 청문회 정국에서 자신 있게 내놓았던 입장을 재판에서 스스로 뒤집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 때문인지 정 교수 측은 재판 내내 모든 혐의에 대해서 '완전한 무죄'를 주장했고,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사실, 보통의 형사재판에선 일부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감형을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정 교수는 이런 흔한 전략을 구사하기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던 거죠.

그렇다보니 재판부 역시 정 교수가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다'는 걸 양형에서 매우 불리한 요소로 반영했습니다.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 418쪽 中]

"피고인은 조국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할 무렵부터 본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

재판부가 고려한 양형 요소는 모두 8가지.

이 가운데 정 교수에게 유리한 요소로 언급된 건 '과거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사모펀드와 관련해 얻은 이익이 적다'는 점 뿐이었습니다.

그 결과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의 하한선인 2년 6개월을 훨씬 넘는,

집행유예 선고도 불가능한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 마지막까지 혼전‥'위법수집증거'는?

검찰과 정 교수 양측 모두 재판에서 사활을 걸고 입증에 매달렸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검찰이 위조 시연까지 해보이면서 정 교수에겐 불리한 증거들이 거듭 제시됐지만,

마지막까지 전망이 쉽지 않았던 쟁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표창장 위조'와 관련한 증거들이 대거 쏟아져나온 '동양대 강사휴게실PC'의 증거 능력이었습니다.

해당 PC에선 동양대 표창장 뿐 아니라 KIST 인턴, 단국대 인턴, 호텔 인턴 등 다른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한 증거들도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사실상 '입시비리' 의혹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척 중요한 증거물이었죠.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지난해 9월 6일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긴 뒤인 9월 10일,

해당 PC를 주인도 아닌 엉뚱한 동양대 조교에게 임의로 제출받았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가 만약 이 PC를 정 교수 측 주장대로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한다면,

검찰이 애써 보여준 '위조 시연'은 물론 대부분의 강력한 증거들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배제될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이 PC의 증거능력이 통째로 부정된다면 정 교수 무죄 가능성 역시 높아질 거란 예상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최종 결론은 '적법한 증거'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양대 조교는 강사휴게실에 있는 물건들을 관리해온 유일한 사람이어서,

오랫동안 휴게실에 방치돼 있었던 해당 PC를 검찰에 제출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만, 검찰이 해당 PC에서 각종 파일들을 추출한 뒤에, 조교에게 '파일목록'을 주지 않은 것은 절차상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절차 위반은 별로 중대한 게 아니어서 PC의 증거능력을 아예 없애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 PC에서 나온 '직인파일' 등 증거들이 그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받으면서, 검찰에게 매우 유리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데다

과연 동양대 조교가 PC를 제출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달리 볼 여지도 남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 교수의 변호인들도 2심 재판에서 이 증거물을 어떻게 배척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공략을 준비하고 있을 걸로 보입니다.

#. 반론의 반론까지 고려한 듯 '꼼꼼한 판결'

그러나, 재판부는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을 배제한다 해도 '동양대 표창장 위조'가 충분히 인정된다는 논리까지 제시했습니다.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 288쪽 中]

"설령 강사휴게실 PC 1, 2호에서 발견된 전자파일들 및 이에 대한 포렌식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중략) 피고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최성해 총장이 표창장 발급을 승낙한 적이 없고 표창장의 직인 부분이 프린터로 인쇄된 데다 직인 부분이 가로로 늘어나 있다는 점 등이 추가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실제로 판결문 별지에는 서울대와 부산대에 실제로 제출된 딸의 표창장 직인 부분과 실제 총장 직인을 겹쳐 놓고 비교한 이미지도 첨부가 됐는데요.

논란의 표창장 직인이 정사각형의 실제 직인보다 가로가 더 긴 직사각형 모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도장을 찍었다면 세로 길이는 가만히 두고 가로만 늘어나는 건 불가능하니까, 이미지 파일을 인쇄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검찰의 위조 시연을 빼고 생각해도 표창장이 위조된 건 확실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정 교수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컴퓨터로 했을 가능성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처럼 매 사안마다 예상되는 반론을 꼼꼼히 따지고, 거듭 논파하는 방식의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판결문 전체에 걸쳐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라는 표현이 모두 33번이나 등장할 정도입니다.

어쩌면, 예상보다 더 단호하고 단정적인 표현들이 판결문에 나타난 건,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재판부의 자신감이 더해진 결과로도 보입니다.

이 때문에 정 교수의 변호인들이 2심에서 법정 싸움을 이어가기에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도 해볼 수 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 남아 있던 허점들을 1심 재판부가 상당 부분 촘촘히 보완해주는 결과가 나와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변호인들이 2심에선 어떤 전략을 세워 대응할 지도 주목됩니다.

#. 재판부가 '제3의 진실' 적극 내세운 부분도‥

판결문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희미한 기억에 의존한 증언들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나름대로 파악한 '제3의 진실'을 내놓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대목에선 기존 주장들을 뛰어넘는 상당히 적극적인 판단들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인 게 정 교수 딸의 참석 여부가 논란이 됐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세미나와 관련한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딸이 아예 세미나장에 오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과, '실제로 참석했다'는 정 교수 측 주장 모두를 부정했습니다.

당시 딸 조 씨가 뒤풀이 참석을 위해서 쉬는 시간에 현장에 왔었다는 건데요.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 177쪽 中]

"(딸) 조O은 뒤풀이에 참석하기 위하여 중간 휴식시간(15:30 - 15:45) 이후에 세미나장에 혼자 왔을 뿐,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 활동을 위하여 또는 행사 준비를 돕기 위하여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에 온 것이 아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세미나장에서 '딸 조 씨를 봤다'는 증언과 '못 봤다'는 증언이 계속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 중간 어딘가에 진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제3의 진실'은 여러 증언들을 조합한 것일 뿐이어서 2심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이른바 '의학 논문 1저자' 논란과 관련해서도 당사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가 "'스펙 품앗이'를 약속한 바 없다"고 했는데,

여러 정황을 볼 때 이같은 약속이 있었던 게 충분히 인정된다고도 적극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장 교수가 굳이 저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딸 조 씨를 무리해서 등재하고,

외국 저널에 게재하려던 논문을 딸 조 씨의 대입서류 제출일에 맞춰 대한병리학회에 투고한 점 등이 이런 '품앗이 약속' 없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된 여러 정황들에도 정경심 교수가 직접 '딸을 논문 저자로 등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직접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대목 역시 2심에서 거듭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항소심의 지형'은 어떻게 펼쳐질까

정 교수의 2심 재판은 새로운 재판부가 배당되고 나서 이르면 내년 초쯤 시작됩니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전반적으로 따졌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양측이 내세우는 쟁점만을 중심으로 추가 판단이 이뤄지는데요.

이 때문에 1심보다는 증인의 수나 재판 횟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법원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재판인 만큼 그 치열함은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2심에서도 '전면 무죄'를 주장하는 정 교수 측의 전략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 정 교수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미 1심 재판부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구속사유를 매우 자세히 밝힌 상황이라 보석 허가도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다시 시작될 2심에서도 계속해서 자세한 재판 소식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곽동건 기자 (kwa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0/society/article/6040497_32633.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