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문학결산] 코로나에 흔들린 사회, 문단은 윤리에 흔들렸다

이상문학상·김봉곤 사태, 한국문학에 질문 던졌다
한국문학, 해외에선 여러 상 받으며 희망 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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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0년 문학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다른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문학계는 '윤리' 문제에 휩싸이며 논란이 일었다.

매년 초 발표되던 국내 대표 문학상인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올해 이뤄지지 않았다.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의 계약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건 '수상작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도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이후 한국작가회의 등 문인단체에서도 이상문학상 운용과 관련한 '불공정성'을 언급하며 비판에 동참했다. 결국 문학사상사는 2월4일 이같은 문제에 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과 문학 독자의 염원, 또한 작가의 뜻을 존중해 최대한 수정·보완하도록 하겠다"며 불공정성에 대해 사과하고,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문학계의 상반기 시작을 '이상문학상' 사태가 알렸다면, 하반기 시작은 김봉곤 소설가를 둘러싸고 제기된 문제가 알렸다. 지인과의 대화 내용을 소설에 '동의 없이 인용'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김 소설가를 둘러싼 논란은 작가의 단편소설 '그런 생활'에서 주인공 '봉곤'과 성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하는 인물 'C누나'가 본인이라고 밝힌 C씨의 입장문이 공개되면서부터다.

C씨는 김 소설가에게 내용 수정을 요청했지만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까지 수정하지 않았고, 출판사 측에는 수정사항 공지 및 김 소설가의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 등의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김 소설가는 '그런 생활'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 소설가의 다른 단편 '여름, 스피드'와 관련해서도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인 '영우'의 실존인물이라며, 실명을 제외한 대부분 요소들이 소설 속에 사실로 적시돼 아웃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김 소설가가 A씨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메신저 메시지 내용을 인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김 소설가의 단행본을 출간한 출판사들은 관련 도서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김 소설가는 '그런 생활'에 주어진 젊은작가상을 반납한다고 밝혔고, 주관사인 출판사 문학동네도 반납의사를 받아들였다.

문학계는 상반기와 하반기를 부정적인 사태로 시작했지만, 그 중간중간 긍정적인 점들도 확인되면서 '최악의 한 해'까지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먼저 지난 3월31일(현지시간) 백희나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삐삐 롱스타킹'을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올해 이를 수상한 백 작가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작가로,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나는 개다' '달 샤베트' 등 13권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지난 10월15일(현지시간)에는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가 올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미번역상은 미국 대표 문학번역상으로, 번역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다른 상과 달리 원작과 번역본의 등가성까지 평가하는 상이다.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은 영어로 번역된 뛰어난 아시아 시 작품 번역가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10월에는 김금숙 작가의 '풀'이 미국 하비상(Harvey Awards)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상을,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Hotlist)을 각각 받기도 했다. 하비상은 미국 만화산업계를 대표하는 상으로, 만화계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린다.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은 2009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독립출판인들이 제정한 상이다.

이외에도 11월18일에는 재일교포 소설가 유미리와 재미교포 시인 최돈미가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전미도서상은 소설부터 논픽션, 시, 번역문학, 청소년 문학까지 모두 5개 부문을 시상하는 문학상이다.

앞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번역 부문 1차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서는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아버지를 둔 한국계 미국 소설가 수전 최가 '트러스트 엑서사이즈'로 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 문학계였지만, 해외에서는 그 문학성을 인정받는 한 해였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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