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이후, 삼성 준법감시위는 지속가능할까

송채경화 2020. 12. 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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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제출된 전문심리위원들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평가 보고서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관계사 협약 탈퇴(혹은 준감위 권고사항)는 대외 공표되며, 이 경우 삼성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것이므로 탈퇴하지 못할 것(이행할 것)"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원 전원 사퇴로 대처할 것" 여론에 기대어 이행 강제력을 확보하겠다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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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업범죄]현장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가 지난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위원장 내정까지의 경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제출된 전문심리위원들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평가 보고서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준감위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 때부터 나온 엇갈린 평가와 여론이 재연되는 듯하다.

태풍의 한복판에 선 준감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범 당시 준감위가 내건 목표를 되돌아봐야 한다. 김지형 준감위원장(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전 대법관)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기 위한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면서도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준감위 참여 배경에 삼성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려는 열망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1년 간의 준감위 활동에는 명암이 공존한다. 삼성전자 등 삼성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조직이 강화됐으며 노조 문제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반면 총수 관련 사안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재판부가 추천한 강일원 심리위원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 등 발생 가능한 위험을 유형별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평가 및 점검항목을 설정하는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에 연루된 임원이 최근 바이오에피스 임원으로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의 변화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하는 정황도 준감위 활동 기간 중에 발생했다는 얘기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파기환송심 결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준감위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을 줄일 경우 시민사회가 해왔던 ‘준감위는 이 부회장 형량 줄이기 도구’라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죄를 지은 다른 재벌 총수에게 형량을 줄일 수 있는 벤치마킹 사례로 준감위가 거론될 여지도 있다. 삼성이 ‘제 역할을 끝낸’ 준감위에 계속 힘을 실어줄지도 미지수다. 반대로, 재판부가 양형에 반영하지 않아도 준감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제 역할을 못 한’ 준감위에게 삼성과 이 부회장이 지금처럼 사람과 자금을 몰아줄 것인가. 준감위원들의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심리위원들도 이와 비슷한 의문을 품었던 듯싶다. 준감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묻고 또 물었다. 보고서에 나타난 준감위원들의 답변은 이렇다. “관계사 협약 탈퇴(혹은 준감위 권고사항)는 대외 공표되며, 이 경우 삼성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것이므로 탈퇴하지 못할 것(이행할 것)”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원 전원 사퇴로 대처할 것” 여론에 기대어 이행 강제력을 확보하겠다는 답변이다. 강일원·홍순탁 두 심리위원은 “대외 공표 외에 이행 강제 수단 없음”이라고 평가했다. 준감위 활동을 긍정 평가한 김경수 변호사도 그 전제로 “총수 등의 준법 의지가 지금 수준 정도로 유지될 경우”란 단서를 달았다.

시스템이 아니라 총수의 의지에 위상과 권한이 좌우되는 준감위의 앞날이 위태로워 보인다.

송채경화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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