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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1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치료 병상 확보를 위한 컨테이너 병상의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12.10/뉴스1 |
전문가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지역사회 감염이 누적된 상태여서 현 거리두기 수준만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힘든 위기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방역당국도 현 추세라면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며 국민들의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거리두기 효과 무색...신규환자 700명 육박 1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786명으로 전날보다 689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역발생 673명, 해외유입 16명으로 역대 두번재로 많은 규모다.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은 지난 2월29일로 909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는 8일 594명에서 9일 670명, 10일 682명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지난 1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효과는 물론 2.5단계 격상 효과도 제한적인 셈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확진자는 385명에서 512명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현 거리두기 수준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오래 기간 누적되면서 무증상자 등 미확인 확진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사회 감염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는 16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최근 2주간(11월 28일~12월11일) 신규 확진자는 7976명으로 이중 20.9%인 1670명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환자다.
그만큼 많은 감염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n차 감염 불씨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의미다. 특히 3차 대유행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무증상자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신규 확진자 10명 중 3명 이상은 10~30대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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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랑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29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도권 지역 발생은 463명으로 코로나19 유입 이후 최다 기록을 기록했다. 2020.12.4/뉴스1 |
지역사회 잠재감염 누적..."현 거리두기로는 감염차단 한계"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선제검사에서 잇따라 무더기 확진자가 속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무증상자나 미확인 확진자가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서 일상생활 곳곳에서 추가 감염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에도 경기도 군포시 소재 주간보호센터에 대한 선제검사를 실시한 결과 2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두고 방역은 물론 의료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의료시스템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현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전날 대한의사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역학조사의 역량, 의료 수용 문제, 시민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여러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중앙과 지방의 기능 조정이 사전에 조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방역당국은 3단계 격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국민들의 방역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한다면 다음은 사회 활동 전면 제한을 뜻하는 3단계로의 상향 조정 외에는 다른 선택의 방법이 없다”며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사회·경제적 피해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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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윤태호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 수는 156명으로 7일째 100명대 확진자 수가 유지되고 있다. 2020.9.9/뉴스1 |
방역당국도 "이대로면 3단계 불가피" 3단계 거리두기 기준은 2.5단계 상황에서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 또는 1주간 일평균 확진자 800~1000명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미확인 확진자를 감안하면 이미 3단계 기준을 넘어선 것을 보고 있다.
3단계로 격상되면 사실상 모든 일상이 셧다운된다. 필수시설 외 유흥주점, 노래방 등 중점관리시설과 일반관리시설의 운영이 중단되며 모든 10인 이상 모임·행사가 금지된다. 학교는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프로스포츠 경기는 중단된다. 종교활동도 사실상 금지되고 직장도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가 의무화된다.
윤 반장은 “신규 확진자 673명은 이번 3차 유행 가운데 가장 큰 수치이며, 여전히 수도권 환자가 전체의 76%를 차지한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유행 확산세가 반전되지 못하는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이 곳곳에 산재하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실시한 거리두기 2단계 효과가 제한적이다”며 “지난 주말 수도권의 휴대폰 이동량은 직전 주에 비해 오히려 0.6% 증가하는 등 이동량 감소 역시 정체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주말(12월5일∼6일) 휴대전화 이동량은 수도권 2782만5000건으로 직전 주말에 비해 오히려 0.6%(15만5000건) 늘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2868만7000건으로 5%(150만6000건) 감소했다.
윤 반장은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운영 중단이나 제한 등 정부의 강제적인 조치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거리두기 실천이 더 중요하다”며 “가급적 모든 사회활동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외출, 모임 등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역사회 전반에 퍼진 무증상감염, 잠복감염을 찾아내고 확산을 끊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무료로,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만큼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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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11일 오후 울산 남구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학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명이다. 2020.12.11/뉴스1 |
확진자 수백명 집에서 대기...병상대란 현실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500명이 넘은 환자가 집에서 대기 중이고 이중 100여명은 병원 병상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동시에 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국내 코로나19 추가 사망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8명이 늘어 누적 572명을 기록했다. 치명률은 1.40%다. 사망자가 하루 8명을 기록한 것은 지난 4월초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달까지 하루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날은 6명이 최대였다. 하지만 지난 4일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데 이어 10일과 이날까지 각각 8명이 발생해 1차 유행 때의 사망 패턴을 쫒고 있다.
하루 가장 많은 사망자는 9명으로 지금까지 2번 발생했으며 모두 3월에 나왔다. 하루 6명 이상 사망자가 나온 달은 5월부터 계속 발생하지 않다가 9월에 1일, 11월에 1일, 이달에는 3일 발생했다.
병상 운용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례로 서울지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는 8일 연속 200명대로 쏟아지면서 남은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자택 대기 확진환자도 크게 늘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9일 기준 자택대기 환자는 506명으로 이중 100여명이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병원 병상 대기 환자다.
정부는 대기환자 상당수가 집과 가까운 병원을 원하거나 가족과 함께 입실하기를 원하면서 대기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수요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병상확보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병상의 90%가 사용되고 있다면 긴급환자를 위한 대비 차원에서라도 이미 포화상태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토론회에 참석한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몇명 나올 때 위중증 환자는 몇명이 나올지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확진자가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하면 상급종합병원 등에 협조를 얻어 병상을 비워달라고 해야하는데 이러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