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국 백신 접종 시작한 날, 한국은 "내년 도입"

2020. 12. 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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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행정, 너무 뒤처지고 미덥지도 않아
물량 확보할 특단 대책 국민에 설명해야

영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어제 한국 정부는 정세균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4400만 명분의 백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한국의 코로나 상황과 대응 전략 차이를 어느 정도 고려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백신 확보 행정이 얼마나 느린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잦은 궤변과 무능한 방역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물러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스스로도 “수도권은 이미 코로나19 전시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실제 행동은 그런 인식과 너무 차이가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도 곧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데 우리는 코로나 확산 차단에 실패하고 백신 확보도 턱없이 느리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은 정부의 ‘거북이 대응’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이 코로나19와 함께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협의체(COVAX)’와 글로벌 백신 기업들을 통해 이르면 내년 2~3월부터 모두 4400만 명분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과연 적기에 백신 물량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연내 5000만 회분과 내년 13억 회분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화이자 백신의 경우 물량의 90%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선구매 계약한 상태다. 나머지 10%를 놓고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사활을 건 구매 경쟁을 해야 한다. 정부는 화이자를 통해 2000만 회분을 도입하겠다지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량 확보가 느려지면 실제 백신 접종은 내년 하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는 “백신 물량은 조기에 확보하더라도 접종에는 신중하자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면서 구체적 접종 시기와 일정도 밝히지 않고 있다.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안전성 등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지난가을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사건을 거울삼아 백신 확보 이후의 유통 등 대응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하는 이유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백신을 실제로 맞을 때까지 우리 국민은 몇 차례 더 코로나19 대유행의 파도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의 건의를 정부가 흘려듣는 바람에 실기했지만, 다음 주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계기로 이제라도 검사 건수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젊은 무증상 감염자를 신속히 가려내야 추가 확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어제를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에 빗대 ‘승리의 날(V-day)’로 불렀다. 코로나 차단 실패로 3차 대유행의 한가운데에서 고통받는 우리로서는 몹시 부러운 날인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무역의날 기념사에서 또다시 “K방역 성과”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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