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을 ‘혈맹’인 북한 최고지도부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다만 효능·안전성에 지속적으로 의구심이 제기되는 중국산 백신을 김 위원장이 접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국장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에디터로 있는 신규 국가안보 매체 ‘1945’ 기사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두 명의 일본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복수의 김씨 일가 내 고위급 당국자, 지도층이 중국 정부가 공급한 백신 후보군으로 지난 2~3주간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공식 권력서열 2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중국산 백신을 맞았다는 얘기다. 다만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 최고지도부가 어떠한 백신을 접종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접종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비만·흡연자인 김 위원장은 전형적인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김 위원장의 체중은 집권 이후 매년 늘어 140㎏에 달하는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손에 담배 한 개비를 낀 채 최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올 초부터 공개활동을 대폭 축소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김 위원장이 혹시 모를 상황을 염두에 두고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1월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도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백신을 김 위원장이 선뜻 접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최고지도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효능·안전성이 100%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김 위원장이 접종할 확률은 낮다”며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이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힐 텐데 그러한 정보가 쉽게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중국의 백신 개발이 빠른 것은 맞지만 3상 임상시험 자료가 공표되지 않아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