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신문 1면의 민낯..무엇을 경계해야 하나?

KBS 2020. 11. 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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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먼저 오늘 함께 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최욱] 오늘도 와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승현] 그리고 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을 맡고 계신 김동원 박사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동원] 안녕하세요? 김동원입니다.

[이승현] 그리고 KBS의 임주현 기자도 나왔는데요. 디지털 팀에서 팩트체크 코너를 오래 담당하셨다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임주현] 안녕하세요? 임주현입니다.

[이승현] 오늘 두 분의 활약도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비평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막] 신문 1면의 민낯…무엇을 경계해야 하나?

[이승현] 신문의 1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J에서 항상 종이 신문 1면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또 주제를 가지고 다루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요즘에 종이 신문 구독률 자체는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1면은 언론사의 강력한 메시지 창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먼저, 정부의 전세 안정 대책이 나왔던 다음 날 지난 20일은 5대 일간지의 1면을 살펴보면요. 먼저 한겨레 <2년간 11만 가구… 공실 끌어모은 ‘전세난 불 끄기’>, 동아일보 <임대 11만 채 공급… 서울 아파트는 3,500채뿐>, 경향신문 <공공임대‧다세대 푼다고 전세난 풀릴까> 그리고 중앙일보 <상가 전세방, 장관님은 살고 싶나요>.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다룬 기사들로 채워졌는데 뉘앙스는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동원] 예를 들어서 <장관님, 상가 전세방. 장관님은 살고 싶나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토부 장관을 겨냥한 메시지일 수도 있는 거죠. <임대 11만 채 공급… 서울 아파트는 3,500채뿐>이라고 이야기하면 이거는 서울의 세입자들이 공감하는 얘기라든가 각각의 언론사들이 헤드라인 잡을 때는 던지는 메시지가 어떠한 독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누구의 공감을 얻을 것인지라고 하는 그런 차별성을 보이는 것이 맞습니다.

[최욱]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라면 부동산 이슈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룰 것 같은데,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11월 20일에 조선일보만 5대 일간지 중 유일하게 1면에 부동산 관련 기사를 안 썼어요. 이거는 도대체 어떤 메시지인지 상당히 궁금해지네요.

[강유정] 1면 메인에서는 <美 1분당 1명 숨져… 백신 ‘성탄절 선물’ 될까> 라는 상당히 중립적인 기사를 실었지만, 우하단을 보면 <팔면봉>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여기 뭐라고 써 있냐 하면 “서민은 호텔 쪽방 전세 살라, 성추행은 신공항으로 덮고, 공수처장은 與 맘대로.” 이렇게 하면서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모양”이라고. 그러니까 1면에 제대로 실어서 아주 정면으로 비판하고 정색하기도 싫으니 비아냥거리겠다는 의도를 바로 이 지면에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일부러 이런 선택을 한 것이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승현] 1면 보도는 비슷한 정치적 이슈에 매몰된 적이 많았습니다. 지난 6월 16일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사실을 일제히 다룬 적이 있었죠. 그 당시에 1면을 살펴보면, 조선일보. <文 정부 남북 화해 상징이 폭파당했다>. 동아일보, <北, 남북 화해 상징 폭파시켰다>. 경향신문, <남북 화해의 상징이 무너졌다>. 아주 경제 이상국 편집 총괄 에디터는 “모든 표현이 천편일률적이고 단조로운 표현을 면치 못했다. 남의 말할 것도 없이 편집이 폭파당했다”면서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강유정] 얼핏 보면 같은 사실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서술어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가령 조선일보 같은 경우에는“상징이 폭파당했다”, 조선일보 독자는 ‘이거 폭파당했어’라고 말을 옮길 확률이 높다는 거죠. 그리고 경향신문을 읽는 분이라면 “상징이 무너졌다”고 해서 무너졌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피동과 그리고 어떤 점의 현상을 보여주는 이런 객관적인 술어 사이에서 이미 프레임은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에서 1면은 굉장히 프레임을 경제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토론의 방식이라든가 정책적 방향에 대한 비판의 지점까지도 안내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창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주현] 방금 살펴본 신문들처럼 아주 핫이슈가 있을 때는 다 그 이슈들을 다루겠죠. 그런데 신문에 들어가는 기사 주제가 평소에도 매우 한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조선, 중앙, 경향, 한겨레 이렇게 4개의 신문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인데요. 정치 분야가 가장 많았고 이어서 정부 행정, 북한, 대통령 그리고 그 뒤에 쭉쭉 있고 사건 사고 이런 등의 순으로 나타난 겁니다. 반면에 이제 의료, 관광이나 문화, 예술, 스포츠, 이런 부분은 1%도 안 돼서 결론적으로 신문 1면은 주로 정치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 이렇게 분석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최욱] 사실 뭐 요즘 제가 종이 신문 볼 기회는 많지는 않습니다만, 가끔 보더라도 굵은 글씨, 헤드라인. 그리고 눈에 빡 오는 사진만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만큼 사진이 굉장히 중요한데 제 체감상 사진에 등장했던 것은 대체로 유명 정치인의 얼굴이 아니었나, 그런 느낌이 듭니다.

[임주현] 그래서 방금 말씀드린 연구 내용에 보면 사진 분포에 대한 분석도 있었거든요. 보면 이제 전체 사진 중에서 정치 주요 인사의 사진이 21%로 다른 사진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최욱] 대통령 사진 많죠?

[임주현] 당연히 많죠.

[임자운] 제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모든 신문이 매일 1면에 나타내는 어떤 사진이나 기사가 각각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거든요. 뭐냐 하면 그 신문이 ‘자, 오늘 아침에 이 뉴스가 제일 중요합니다’라고 선언하고 그 메시지를 전하는 게 신문 1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들이 생각할 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뉴스가 제일 중요해’라고 판단은 정말 다양할 텐데 왜 언론사 데스크의 판단은 다 그렇게 천편일률적이고 다 비슷비슷하냐는 거죠. 어쩌면 우리나라 언론사 데스크들이 뉴스의 가치 순위를 매기는 그 기준 자체가 굉장히 관념적이고 고루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 생각이 듭니다.

[이승현] 항상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 순서는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 많은 1면을 좀 소개해 드릴 텐데요. 10월 29일 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 연설 모습이 담긴 사진이 상당수의 신문에 실렸었는데 경향신문은 색다르게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류호정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만 색깔을 다르게 해서 실었거든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동원] 사진이 주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연락사무소 폭파처럼 강렬한 메시지죠.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하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진은 읽는, 바라보는 독자마다 다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죠. 이번에 경향신문의, 말씀하신 그 경향신문의 대통령과 류호정 의원만 컬러였던 사진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과연 공약을 지켰을까? 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대통령이 과연 류호정 의원을 봤을까? 저는 1면에 실리는 독자들의 주목을 제일 먼저 받는 게 사진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보다 다양한 메시지를 주는 사진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의 사진은 인상 깊게 봤습니다.

[임자운] 저도 이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가 굉장히 복합적일 수 있겠다. 일단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소수 정당과 거대 여당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1명의 노동자와 우리나라 최고 정치인을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거예요.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 사진은 사진 한 장으로 경향신문이 노동자와 소수 정당이 류호정 의원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같이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지금 계속해서 1면의 주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준비를 지적하고 있는데 1면에 다양한 주제를 싣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어서 제가 오늘 한번 가지고 와봤습니다. 2012년에 한겨레에서요. 불법 포획된 돌고래 제돌이를 1면에 실으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엄청 욕을 많이 했다는 거예요. 지금 세상에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돌고래가 웬 말이냐? 돌고래가 밥 먹여주냐. 돌고래랑 유착 관계냐. 이런 비판 여론이 굉장히 컸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1면을 고수했는데, 야, 이거 몰랐는데요. 한국 신문 역사상 처음으로 일간 신문 1면에 동물의 사진을 실은 경우였다는 거예요.

[이승현] 그렇습니까?

[최욱] 그런데 이 보도 덕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보도 1년 6개월 만에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승현] 그 보도 덕분에 사실 제가 입사를 했거든요.

[최욱] 무슨 말이죠?

[이승현] KBS 2012년 공채 작문 시험 문제가 제돌이에게 편지를 쓰는 문제였습니다. 저는 언돌유착까지 있는지 몰랐네요.

[임주현] 더군다나 이게 2012년이었잖아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던 거죠, 분위기상. 그리고 그 표현 그대로 빌리자면 ‘아니, 어떻게 우리 신문 1면에 아무리 기획 중심의 토요판이라고 하지만 `그깟 돌고래'를 실을 수가 있겠느냐?’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고 더군다나 그때 당시에 이슈가 됐었던 게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이게 굉장히 조명을 받고 있었던 시기라고 해요. 그러니까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이명박 불법사찰이라는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제치고 돌고래를 싣자고?’ 이런 반응이 엄청 나와서 추진 과정에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후문입니다.

[최욱] 그런데 불법 사찰 덮으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그러면?

[이승현] 돌고래로 덮어지겠습니까?

[최욱]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

[임주현] 그러니까 이거는 토요판이었으니까요.

[최욱] 그래요?

[임주현] 사실 제가 만약에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제돌이를 싣는다는 게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승현] 신문 1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다들 궁금하신 분들 많을 텐데요. 경력 30년이 넘은 아주경제 이상국 편집총괄에디터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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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신문 1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자막] 1면 사진 한 장의 힘

[이상국/ 아주경제 편집총괄] 2000년에 남북 정상 회담, 그때 제가 (중앙일보) 1면 편집팀장을 했었습니다. 오늘의 뉴스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사진이다. 그래서 이 사진을 지금 대한민국에서 나온 신문 중에서 가장 크게 쓰자. 기사를 전부 다 1면용으로 썼던 것들을 2면, 3면으로 다 옮기고, 그러니까 엄청나게 불만이 있었죠. 뭔데, 뭘 하려고 도대체 저렇게 하느냐? 그때 전화가 딱 왔었어요. 편집국장 석으로 독자가 6시에. “정말 놀라운 신문입니다” 하면서. 이제 그때부터 환호성이 막 터지면서 이제 확실히 아, 이런 편집이 먹힌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신문) 초판에 그 1면이 나가고 나서 경향 신문이나 다른 신문들도 상당히 많이 따라 했습니다. 그 신문이 이제 이튿날 배달됐죠. 김정일 위원장이 보고 “신문이 뭐 이런 게 다 있네!”라는 식으로 (말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오셔서 “재미있죠?” 하면서 “제가 남쪽에 가면은 다시 신문을 많이 구해서 보내드릴게요.” 하는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런 것들이 (북측에서) 타전이 돼서 들어온 거죠. 기자협회에서 편집 특종 상을 줬습니다.

[자막] 무엇이 1면을 차지하는가?

[이상국/ 아주경제 편집총괄] 신문 1면이라는 것은 독자를 맨 처음 만나는 지면이에요. 조간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신문을 딱 집어 들어서 보거든요. 눈이 부스스 떠지는 상태에서 그냥 멍한 기분으로 먼저 보기 시작해요. 이런 사람들한테 뭘 줘야 되느냐? 어렵고 복잡하고 그런 것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면을 만들 때는 중학생 수준으로 만들어요. 신문이 발전해 가면서 1면의 의미도 많이 바뀝니다. 다른 신문들도 다 똑같이 해요. 그렇게 하면 다른 신문들하고 경쟁력이 없어지잖아요. (독자에게) 어떤 매력을 보여서 끌어들이느냐, 그 힘을 어떻게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이런 논조라든가 그런 것들이 중요해지는 거죠. 그러면서 해석을 팔기 시작합니다. 해석을.

[자막] 정치 등 특정 주제에 한정된 이유?

[이상국/ 아주경제 편집총괄] 핵심은 독자가 무엇에 반응하느냐? 옛날에 스포츠지 할 때 예를 들면 선동열이라는 이름이 1면에 나오잖아요. 그러면 (판매 부수가) 쫙 올라갑니다. 유명한 게이머를 썼다. 안 올라갑니다. 독자가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1면에) 올리는 것이나 내리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죠? 정치가 많이 올라가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유난히 잘 반응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막] 신문사에게 1면의 가치는?

[이상국/ 아주경제 편집총괄] 1면의 의제설정 기능은 신문의 모든 것입니다. 사실은 그 뒷면은 없어도 돼요. 1면을 팔면 됩니다. 1면을 팔면 독자는 구매합니다.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빼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거든요. 빼면서 어떤 뉴스를 소외하는 것이 굉장히 무서운 행위입니다.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의제 설정)이 이거거든요. 의제를 그냥 설정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를 빼고, 무엇인가를 넣어서 집중해서 생각을 집어넣는 겁니다. (1면은) 말하자면 편집국장의 그 날의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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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남들이 다루지 않는 주제를 1면에 싣기 위해서는 그 언론사의 대단한 의제 설정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것으로 관심을 모으겠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어떤 언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매개하겠다는 매개자로서의 의도를 잘 보여줘야 하는데 이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언론사의 실력과 자신감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경향신문은 그런 점에서 노동절 보도에 대해서 그리고 산업 재해 보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일관성 있게 보도를 해온 언론사의 측면이 있죠. 가령 우리가 지난번에 다뤘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와 같은 그런 1면 보도라든가 내지는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사망했던 노동자에 대해서도 1면에 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어떤 점에서 축적된 결과라고 일단 볼 수 있겠고요. 의미 있는 선택이었고, 의미 있는 의제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이승현] 경향신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이후에 많이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었고요. 이 기획을 주목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1면에 나왔던 그 1200명의 노동자들의 이름이었죠. 오랫동안 아마 가슴에 남은 분들 많다고 들었는데요. 그런데 경향신문은 2012년 대선 당시에는 100년 전 영국을 소환해서 여성 참정권 투쟁을 돌아보는 1면을 냈습니다.

[임자운] 2011년 10월 6일에는 기자 윤리 강령을 1면을 채워버렸더라고요. 그다음에 2016년 10월 6일에는 청년 세대의 불평등 빈곤 문제를 다룬 기사 위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덮어버렸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거죠. 저는 일단은 반가운 게 아까도 드렸던 말씀이랑 비슷하지만 경향신문은 주체성이 있다는 게 확실히 좀 다가오잖아요.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건 다른 언론사가 어디를 좇고 있건 우리는 우리 자체적으로 판단을 해서 어떻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의 결과를 신문을 통해서 신문 지면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라는 그 언론사로서의 어떤 자세만큼은 굉장히 분명하게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런 언론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반가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욱] 칭찬받을 것은 경향신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신문 칭찬을 좀 하고 싶습니다. 서울신문이 전혀 다른 1면을 실어서 울림이 있었습니다. 야간 노동자 사망 사고 사례를 실은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라는 기사였는데요. 시청률 지상주의자인 제 입장에서도 이런 기사는 뭐 다른 거 따지지 않고 1면에 실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현] 제가 몇 분만 좀 읽어드리겠습니다. “도장기술자 김 모 씨는 2020년 8월 25일 오전 8시 35분경 경남 함안군의 공장 발전기 구조물을 도장하던 작업 중 지지대가 넘어지면서 1.42톤 중량의 구조물에 맞아 숨졌습니다. 53살. 구조물을 받치는 지지대는 바닥 접촉 면적이 작아 외부 충격에도 쉽게 쓰러지는 형태였습니다. 전날 밤 10시 야간 근무조로 출근한 고인은 영영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경북 구미시의 금속업체 7년 경력자 M 모 씨는 2020년 7월 8일 오후 10시 10분경에 크레인을 이용한 코일 이송 작업 중에 1.8톤짜리 코일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52살. 발견 당시 고인의 손에는 조작 리모컨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업체는 작업 지휘자와 신호수를 미배치하는 등 안전 절차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임자운] 신문에 오른 부고라는 게 보통 유명인, 본인 혹은 가족들의 부고가 많잖아요. 그런데 서울신문의 이 부고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신문에 보통 오르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하는 야간 노동자 148명의 사망 경위를 지면과 인터렉티브 사이트를 통해서 전했어요. 저는 이 기사가 누구를 위한 거냐, 누구보다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욱 님이랑 저랑 그런 식의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시청률 혹은 구독자 수, 클릭 수가 떨어지는 기사가 어떤 의미가 있겠냐. 그것을 살려내지 못하는 언론은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 맞죠. 맞는데 가령 클릭 수나 어떤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싸우는 사람, 절망하고 있는 사람, 아픈 사람에게만 의미 있는 기사라도 저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기사가 없으면 그분들은 싸우기 어렵고 더 외로워지고 더 고독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때로 어떤 기사는 정말 소수이지만 그 소수를 위한 기사도 사실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게 보면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기사예요.

[김동원] 독자수를 셀 때 가구 독자가 있고 비가구 독자가 있습니다. 가구 독자라는 것은 저희 집에서 신문을 구독할 때, 옛날처럼 아침에 신문을 배달해주는 것을 가구 독자라고 하고 어떤 상가라든가 그리고 기업의 홍보실, 공공기관, 국회의원 의원실 이런 곳에 배달되는 것을 비가구 독자라고 하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이 두개의 비율이 역전이 됐어요. 가구 독자는 훨씬 많았다가 이제는 줄어들었고 비가구 독자가 훨씬 더 상승하는. 어디 관공서 가시면 한 테이블에 신문이 쫙 늘어져 있잖아요. 헤드라인만 겹치게 해놓고 보신 적 있으시죠.

[이승현] 방송국에 다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김동원] 방송국에 맞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 때문에 도리어 과연 1면에 대한 독자가 누구라고 했을 때가 타깃팅이 되는 거죠.

[이승현]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 수용자를 좀 조사를 해봤습니다. 한 주 동안 뉴스나 시사 정보, 어디를 통해서 가장 많이 접하는지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1.8%는 종이 신문. 그리고 39.1%는 포털이라고 답했습니다. 종이 신문 약 2%, 포털이 약 40%.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포털 온라인 뉴스 소비를 상당히 요즘 대부분 소비를 거기서 한다고 할 수 있는 시대인데 언론사에서 1면 기사에 힘을 아무리 싣는다고 해도 실제로 독자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강유정] 가장 안타까운 게 이 지점입니다. 초이스갭(Choice gap : 언론사가 생각하는 중요도와 이용자가 주목하는 뉴스 사이의 간극)이라는 용어를 쓰기는 하는데 그래서 언론이 기사 배치를 통해서 중요도를 전달하고 있지만, (독자는) 이미 읽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그래서 과감하게 어차피 점점 안 본다면 의미라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종이 신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과다 경쟁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2% 안의 경쟁에서 조금 더 나은 클릭 수를 얻기 위해서 1면의 중요성을 점점, 어떤 점에서는 정파적인 이용 도구로 활용한다면 저는 이 2%가 사라지는 기간을 더 짧게 만들 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임자운]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가 분석한 자료인데 2018년 10월부터 1년 10개월 정도를 두고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에서 10개 일간지 상위 톱 기사를 분석해 봤더니 일간 신문의 1면 기사가 가장 많이 읽은 기사가 되는 경우는 14.46%. 한 7건당 1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종이 신문의 의제 설정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이 상황을 놓고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영향력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정파성이 가장 많이 펼쳐지는 곳이 1면이잖아요. 그러면 그 1면은 우리 사회에게 어떤 메시지만 주냐 영향력은 떨어지는데 계속 언론에 대한 불신, 언론에 대한 혐오만 더 키우는 게 아닐까 계속 안 좋게만, 그러니까 우리나라 신문의 1면이 우리나라 언론 산업에 계속 안 좋은 영향만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동원] 뒤에는 누가 있었냐 하면 인터렉티브 콘텐츠(Interactive Content, 사용자의 동작을 유도하고 사용자의 동작에 상호 작용하는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들어가게 되면 거기에서 더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고 이거는 뉴욕타임스가 1만 명의 코로나 사망자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면 한 명, 한 명의 프로필이 다 떴습니다. 그러면 결국에는 종이 신문의 1면이라는 것과 디지털 콘텐츠가 갖고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잠재성을 결합시켜서, 저 같은 경우는 그랬거든요.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서울신문의 야간 노동자 부고, 인터렉티브 콘텐츠였는데 그걸 보는 순간 종이 신문 표지가 보고 싶었어요. 거꾸로 종이 신문의 표지를 보신 분들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으니까 디지털을 갖다가 더 보고 싶어 하시겠죠. 이런 것처럼 두개의 매체가 서로 간에 서로 독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플랫폼으로 쓰여야 하는데, 단순히 이것(1면)으로 자사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으로 쓰는 것은 나무에게 미안한 종이 낭비가 아닌가...

[이승현] 나무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실 정도인가요? 언론 환경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대를 아우르는 그런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오는 무게감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막] 전파의 사유화, 공공재의 추락…대주주 리스크

[이승현] 지난달 30일, 방통위가 MBN에 6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징계가 내려진 이유는 출범할 당시 불법으로 자본금을 모았기 때문인데요. 임주현 기자, MBN 자본금 불법 충당 사건의 전체적인 개요를 좀 설명해 주실까요?

[임주현] MBN이 2011년에 방통위로부터 종합편성채널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3,590억 원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투자자 유치가 조금 난항을 겪으면서 560억 원 정도가 부족했던 겁니다. 그러자 임직원 16명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에 그 돈으로 회사 자사 주식을 산 거죠. 마치 제3자가 투자한 것처럼 꾸민 겁니다. 또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회계 조작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그런 식으로 해서 2011년에 종편 심사를 받고 통과하고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서 재승인도 받았거든요. 이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들어갔고 지난 7월에 1심 재판부가 MBN 법인과 주요 경영진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한 사건입니다. 그 여파로 이제 6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거죠. 그런데 이걸 두고 일각에서는 중징계다. 아니면 솜방망이 처벌이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최욱] MBN이 종편으로 탄생할 때도 불법성이 있었고, 재승인받을 때도 불법성을 감춰서 재승인을 받았고. 그런데 이제 6개월 방송 정지 처분...우리 또 법조인 나왔는데 너무 가벼운 거 아닙니까?

[임자운] 관련 법을 보면 방송법 18조가 방송 사업자가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나 승인을 얻으면 방통위가 이 허가 승인을 취소하거나.

[최욱] 취소.

[임자운] 6개월 내 기간을 정해서 업무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고, 동법 시행령이란 별표를 보면 방통위가 취할 수 있는 기준이 나오는데요. 허위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법상 승인을 받으면 허가 승인을 취소하라고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번 징계 조치가 법령에 위반되는 경징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고 법령의 내용만을 보면, 오히려 그런 비판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방송법 위반으로 방송 자체를 중단시키는 조치가 이번에 처음 나와서 중징계 논란도 나오는 것인데, 이 행위의 불법성만을 놓고 보면 그 정도의 처벌을 이미 예정했던 불법 행위가 아니냐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김동원] 사실은 방통위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게. 애초에 종편 승인을 한 방통위에서 자본금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거죠. 그러니까 시민 단체들이나 이후에 다른 정보 공개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MBN의 지분 구성이 좀 특이했어요.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자본금 모집인가를 갖다가 의혹을 제기했었고 몇 차례 재승인이 있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방통위에서 재승인을 할 때는 왜 이런 자본금의 문제를 찾지 못했는가?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재승인 심사를 한다고 하면 재승인 심사의 기준은 종편이라는 거를 인정한 상태에서 재승인을 하는 건데 이미 종편으로서의 자격이 없는데 어떻게 재승인 심사를 할 수 있느냐.

[최욱] 예리합니다.

[김동원] 이런 문제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최욱] 시간이 한참 지나서 잘못이 드러난 것, 이것도 사실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대목이긴 합니다만 이거 왜 또 6개월 후에 방송 정지 처분을 내리는지 저는 이것도 아주 못마땅합니다.

[이승현] 그러면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오히려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이런 지적이 또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임자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승현] (MBN 구성원들에게는) 상당한 불안이 생긴 상황이잖아요.

[임주현] 이게 정규직도 있지만 사실 비정규직 직원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고용이나 복지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MBN 구성원 입장에서는 업무 정지로 인한 고용 불안 그리고 처우 후퇴 이거를 가장 우려하고 있거든요. 류호길 MBN 대표이사가 영업 정지 처분 직후에 문자를 보냈어요. 그런데 하필 또 정직원들에게만 문자를 보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문자를 보내서 고용불안이나 복지 수준에 변화가 없도록 하겠다. 이렇게 약속을 했고 또 최근에는 비정규직 사원들하고 간담회 같은 거를 하는 자리에서 고용과 임금을 보장할 거라고 약속을 했단 말이죠.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강유정] 한편으로는 대주주 탓만 하는 게 언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허버트 갠즈라는 학자가 쓴 <저널리즘, 민주주의의 약인가 독인가>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최근에 저널리스트들은 상업적 뉴스, 미디어에 고용된 전문 직업인이다”라는 표현이 나와요. 언론인으로서 한 번이라도 MBN 내부 구조에 대해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외부로 정말 제대로 보여줬는지.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를 구분하지 않고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한번 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한편으로는 대주주의 책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도 책임을 물을 부분이 없는가에 대해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재승인 여부와 관련 없이 이거는 구성 내부 안에서 어떤 변화에 대한 어떤 목소리들을 내야 하는 것이고 그런 변화가 없다면 대주주분들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임자운]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그랬죠. 불법을 주도한 대주주 잘못이 가장 크다. 이거는 이론이 없죠. 하지만 이에 가담하고 눈감은 임직원들도 사실상 공범이다. 이미 1년 전에 사태를 제기하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노사가 이제 와 사과와 개혁을 운운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저는 MBN 모든 구성원이 사실 이러한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욱] MBN의 문제를 언론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이게 또 궁금해지더라고요. 아마 MBN의 방송 정지 처분을 보면서 가장 덜덜덜 떨었을 곳은 TV조선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래서였을까요? 조선일보에서 칼럼을 실었습니다. 제목이 <방송통신위원회의의 존립 이유를 묻는다>인데 간략하게 정리를 하자면 ‘MBN의 잘못은 무리한 투자 유치 약속과 편법 납입을 유도한 방송의 탓이다'...기적의 논리를 쓰고 있습니다.

[강유정] “결국 이 사태의 뿌리에는 방송 사업 진입을 일종의 ‘머니 게임’으로 만들어 무리한 투자 유치 약속과 편법 납입을 유도한 방통위의 정책 과실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에요? 무엇보다 TV조선 출범 당시에 50억 출자금에 대해서 문제가 많지 않았습니까? 수원대학교 법인으로부터 받아서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결국은 이게 배임 의혹까지 가 있는 상황이거든요. 말 그대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자운] 칼럼 내용을 더 들여다보면 결국 조선일보가 지적하고 싶은 방통위의 실제 문제는 정치적 독립이에요. 그러면서 MBN 편들 생각 없다고 하면서도 “MBN 사태를 종편에 대한 권력의 분풀이”라고 하기도 했단 말이죠. 그러면 저는 이 칼럼을 통해서 조선일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이 참에 편향성 시비를 강화해보자, 이 사태도 정치적으로 한번 이용해보자라는 의도가 보입니다.

[김동원] 조선일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애초에 조선일보 칼럼을 저도 보니까 ‘머니게임’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많이 허용했다는 거죠. 네 개가 아니라 우리만 허용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왔다라는 이런 얘기인데 이러면서도 하나의 규제기관을 갖다가 물론 거기에 정치성 같은 판단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방통위가 우리를 탄압함으로써 탄압받는 언론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서 정당성을 만들려고 하는 그러한 칼럼들. 도리어 이런 것들이 정당한 법집행이라든가 규제기관의 관리, 감시 기능들을 무력화 시키거나 절차를 밟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승현] 현재 MBN 사측에서는 부동산 사업만 따로 분리하는 물적 분할(특정 사업을 분리해 회사를 따로 만들고 해당 지분을 100% 소유하는 것)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방송사에서 부동산만 따로 분리한다, 이 부분은 좀 어색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임자운] MBN은 이번 물적분할의 이유를 방송 사업 본연의 공익적 목적 추구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MBN에서 부동산 사업을 밖으로 빼서 방송 사업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정말 그런 의도라면 최소한 이번 사태의 가장 책임 있는 임원들을 축출하는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오히려 이 사건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은 임원들을 그 부동산 사업하는 자회사의 이사, 감사로 앉혔다는 거죠. 그래서 충분히 그런 의심이 되는 거죠. 뭐냐 하면 그룹 내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서 회사를 차린 후에 언론사를 불법 경영해서 위기에 빠트린 임원들을 회사에 앉힘으로써 방송 사업의 공공성보다는 최고 경영진의 재산 보전에 더 목적을 둔 조치가 아니겠는가라는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최욱] 저는 언론사인 MBN이 부동산 사업까지 하는 건 처음 알았어요.

[김동원] 사실은 민영 방송사들이 부동산업을 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에요.

[최욱] 그래요?

[김동원] 사실은 MBN의 문제는, 이런 종편의 문제를 볼 때는 매경미디어그룹이라는 전체를 봐야 합니다. 여러 가지 부문 사업들 중에서 종편을 MBN을 어떻게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냐 그렇게 분리시킨 다음에 MBN이라는 방송사를 갖다가 수익을 내고 다른 데로 빼돌리는 터널링(Tunneling, 지배주주가 회사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편취하는 행위)의 수단으로 쓴다든가 아니면 부동산업을 통해서 번 수익을 바로 MBN의 콘텐츠로 투자하지 않고 바로 그 회장의 사주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든가 하는 그런 위험성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이승현] 알겠습니다. 박사님이 조금 전에 말씀을 해주셨는데 부동산에서 많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건설사 대주주가 설립한 SBS에 관련해서 먼저 준비한 영상부터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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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자막] SBS의 광명동굴 집착?!

[앵커 / SBS 8뉴스 2016.07.24] 낮 동안의 폭염은 오늘 밤에도 열대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SBS 8뉴스 2016.07.24] 푹푹 찌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동굴 속은 차가운 기운마저 감돕니다.
[기자 / SBS 8뉴스 2015.12.27] 실내 유원지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생긴 지 100년이 넘은 동굴입니다.
[SBS 생활경제 2017.07.21.] 무거운 짐을 싸지 않아도 몸과 마음을 풀 수 있는 이곳!

[자막] 심지어 인터뷰 재탕 방송!

[SBS 생방송 투데이 2016.04.25] 볼거리, 즐길 거리 한가득, 동굴의 무한 변신.
[관광객] 광명동굴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이렇게 해놨을 줄은 몰랐어요.
[SBS 생방송 투데이 2016.04.25.]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로 동굴 속 와인 저장고인데요.
[관광객 / SBS 생방송 투데이 2016.04.25] 동굴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네요. 100배!

[SBS 생방송 투데이 2018.11.06] 보고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관광객 / SBS 생방송 투데이 2018.11.06] 광명동굴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이렇게 해놨을 줄은 몰랐어요.
[SBS 생방송 투데이 2018.11.06] 와인을 저장하는 데 안성맞춤인데요.
[관광객 / SBS 생방송 투데이 2018.11.06] 동굴에서 먹으니 더 맛있네요. 10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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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예능이나 교양은 물론 뉴스에까지 광명동굴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임주현 기자, SBS가 광명동굴 홍보에 이렇게까지 좀 열을 올린다, 그런 이유가 뭘까요?

[임주현] 2015년에 SBS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경기도 광명역 인근의 광명 역세권 복합단지개발 시공권 사업을 따냈거든요. 그게 총사업비가 한 1조3천억 정도 되는데 사업 승인 전후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광명동굴 홍보 콘텐츠를 아까도 나왔지만, 보도, 시사, 예능, 어린이 프로그램 할 것 없이 아주 전방위적으로 편성해서 방송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당시 노사 방송편성위원회에서 노측이 태영건설의 복합 단지 개발 때문에 프로그램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이에 대해서 사측은 이 아이템 자체가 타사에서도 충분히 관심 가질 만한 사안이었다고 하면서 부인을 하기는 했습니다.

[최욱] 앞서서 생방송 투데이 인터뷰 재사용 잠깐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모닝와이드에서도 2017년 6월에 광명동굴 관련 인터뷰가 나가는데 4개월 후에 그냥 똑같은 인터뷰가 그대로 또 모닝와이드에서 나갑니다.

[이승현] 한 건이 아니군요.

[최욱] 이게 지속적으로 위에서 자꾸 홍보 압력을 줘서 홧김에 대충 만든 건지 아니면 광명동굴 관련 자료실이 따로 있는 건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SBS 출연하고 싶습니다.

[임자운] 광명동굴만이 아니라 인제스피디움이라고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모터스포츠 테마파크인데. 이것도 태영건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2015년 5월 SBS 모닝와이드가 이것을 과도하게 노출했다는 이유로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고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SBS 예능 프로의 촬영지를 이곳으로 정하고 또 이 인제스피디움을 홍보할 때 다시 방송을 앞세우고 이런 식의, 나름의 선순환을 계속해왔더라고요. 그래서 인제스피디움 자체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SBS의 광고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살리기에 나섰다. 이런 모습까지 좀 보이기도 합니다.

[강유정] 지금 여기서 반복되는 것들을 보면 모닝와이드 외에도 예능이나 런닝맨, 라디오 공개 방송 여러 곳에서 이렇게 노출하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결국은 이거를 보다 보면 어떤 점에서 홍보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언론사를 소유해서 내가 홍보하고 싶은 부분을 뉴스든 아니면 여러 개의 꼭지를 만들어서 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겠구나 하는 기업 마인드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결국은 언론사 소유를 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사업 부분에서 굉장히 유용하겠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이런 장면들이 아닐까 싶고 SBS도 여기 이런 부분에서 많은 언론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 답할 필요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동원] 대부분의 이런 모닝와이드라든가 아침프로그램의 제작은 독립제작사가 많죠. 어떻게 보면 방송산업계에서 약자인 프리랜서 PD나 외주 제작사들이 이렇게 대주주의 직할 명령을 받은, 그런 명령에 맞춰서 제작해오기가 더 쉬운 그런 구조를 보여주는 쓸쓸한 장면이죠. 보통 민영 방송에서 대기업의 또는 뭐 건설사의 사주가 내가 들어와서 방송을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쉽지는 않거든요. 대신 중요한 것은 수많은 건설사가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언론사를 가진 회장이야’라고 하는 그런 지위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방송사의 회장을 하신 다음에 바로 뭐를 하시냐 하면 지역상공회의소 의장을 하세요. 이 지역상공회의소 의장이라는 자리가 대한상공회의소 의장과 동시에 부회장이거든요. 그러니까 정부로부터 연례행사, 신년회 그럴 때 가서 장관을 만나거나 국회의원을 만나거나 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입니다. 방송사를 자기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로 쓰거나 지위로 쓰는 것이 더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방송 후의 발전이라든가 콘텐츠에는 더 신경을 안 쓰겠죠. 이런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승현] 마치 뭔가 자랑스러운 이름표 하나 다는 그런 셈인가요?

[김동원] 명함을 만들기 위한 굉장히 비싼 비용을 들이는 거죠.

[이승현] 그런데 또 하나 지적할 부분이 있다고요, 보도 부분에서?

[최욱] 자꾸 저한테 이런 거를 시켜요. SBS 진짜 좋아하는데. 최근에 SBS가 박덕흠 의원의 건설 관련 이해충돌 논란 보도가 타 방송사에 비해서는 조금 적지 않았느냐. 이런 지적이 좀 있었는데요.

[이승현] 임주현 기자. 좀 팩트부터 볼까요?

[임주현] 사실 보도량 차이가 정말 대주주 이슈에서 비롯된 것이냐 그것에 대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기는 해요. 그런데 SBS가 지난해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고, 그리고 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에 수십억 원짜리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논란을 다뤘을 때 그때 막 쏟아졌던 보도량과는 좀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여러 언론에서 제기된 바가 있거든요. 논란은 계속 있는 분위기입니다.

[강유정] 리블링이라는 언론학자가 이런 말을 했대요. “언론을 소유한 자만이 언론 자유를 가질 수 있다”. 아마 지금 더 잘 맞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흥건설이 헤럴드 그룹을, 언론사잖아요. 가지고 있고.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의 3대 주주이기도 하고요. 동아그룹은 한국일보, KG그룹은 이데일리를 인수하는 등 정말 언론사를 기업이 특별히 토건 그룹이 갖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건데 박덕흠 의원에 대해서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있지만 기사를 덜 내보냄으로써 이룰 수 있는 반사 이익이라는 게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는 겁니다.

[김동원] 되게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방법도 있어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방송사를 가진 건설사주가 도리어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해서 보도를 더 많이 하거나 압박을 하거나 이런 경우가 있는 거죠.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습니다. 똑같은 입찰을 들어갔는데 입찰 경쟁사를 물리치기 위해서 그 건설사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보도를 많이 한다든가. 만약 이런 것이 태영과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었다면 보도를 많이 했겠죠.

[이승현] 최근에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윤세영 명예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민영은 민영답게. 그 민영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고 또 기발한 콘텐츠, 기발한 형식의 많은 프로그램이 또 제작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민영의 안 좋은 점이라고 할까요? 화제성과 시청률에 더 집중하라. 지금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습니다.

[강유정] 자극적인 뉴스가 더 많은 클릭을 가져오고 더 많은 화제성을 가져옴으로 이게 일종의 면죄부가 돼서...제 생각에는 이거는 제 생각입니다만, 대표적인 게 조주빈 신상 보도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런 부분도 경찰에서 신상 공개를 하기 전에 먼저 여기서 SBS에서 터뜨려버렸어요. 경찰에서 신상 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었는데 하루 앞서 어차피 공개될 거니까 우리가 먼저 공개하겠다는 것은 그냥 경쟁하겠다, 말 그대로 경마처럼 우리가 한 발이라도 앞서 나가겠다고 하는 거 말고는 여론의 윤리라든가 혹은 국민의 알 권리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보도 준칙만 어긴 예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자운] 그런 거죠. 개인 정보 보호, 무죄 추정 원칙, 그다음에 알 권리, 피해자 보호 이런 것들 여러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사실 있어왔기 때문에 사실 경찰에서 수사 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라는 절차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치 충돌 지점이 있는데 SBS가 먼저 보도한 것은 그런 가치의 충돌, 사회적으로 어떤 논란이 발생하고 이거 그냥 무시하겠다는 거예요. 무시하고 그냥 정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도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사실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얼마 전에 다뤘던 뒷광고 논란 관련해서도 방통위가 여기 편성 현황 조사를 해봤더니 SBS가 MBN이나 TV조선, JTBC, 채널A에 비해서도 더 많이 연계 편성을 해서 1위를 차지한 게 있었는데.

[이승현] 맞아요.

[임자운] 저는 이런 사례를 보면 결국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방송사 임직원들이 보도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상업성을 추구할 수는 있죠. 하지만 내가 방송사 언론인이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 속으로 갖고 있는 일종의 선이라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언론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지켜야 한다, 그런데 그 선을 망가뜨리는 게 결국 회사의 문화일 거거든요. 그런데 앞에 우리가 소개했듯이 심지어 SBS는 뭐 때에 따라서는 직접 자기들이 홍보도 한단 말이에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뉴스를 보다 보면서 직접 홍보에 뛰어들었다는 그 자각, 그 경험은 그 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뒷광고 논란이나 조주빈 신상 공개 논란과 SBS와 태영의 문제는 저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승현]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방송국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실 뭐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로 내홍을 겪다가 결국 폐업하게 된 방송국도 있었는데요. 임주현 기자가 직접 만나보고 왔다고요.

[임주현] 예...경기방송 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는데 이게 경기도 유일의 지상파 라디오 종합 방송사였거든요. 그러니까 23년간의 방송을 끝으로 지난 3월에 방송권을 자진 반납했습니다. 지상파 최초의 사례였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만나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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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방송사상 최초 자진 폐업 신고한 경기방송

[자막] 방송을 멈추고 부동산 임대업을 선택한 경영진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 방송사업, 광고사업, 그다음에 교육사업, 공익사업 등등이 있는데 모든 사업을 폐지하고 임대업만 남겨놓은 상황이에요. 저희는 노조사무실을 사수하고 있는데 4층과 5층은 사실상 폐쇄해놓은 상황이라서 출입도 조금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임주현 / KBS 기자] 도대체 언제 무엇에서부터 비롯됐는지 소개를 해드리면 어떨까요?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 전무이사가 70% 대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아서 사실상 방송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 전무이사를 경영에서 배제하라. 사외이사, 감사 등을 공개 채용하라. 등등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라는 주요 골자로 (방통위가) 재허가를 냅니다. 그랬는데 지금 경영진이 폐업을 돌연 선언을 한 거죠. 따지고 보면 경영이 어려워서도 아니었던 거예요. 20년 동안 경기방송은 연속해서 흑자였어요.

[자막] 사익을 위한 방송?

[임주현 / KBS 기자] 대주주나 사주의 입김이 실제 방송을 제작하고 하시는 데에 영향이 계속 있었나요?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 한 전무이사가 보도, 제작, 편성을 아우르는 총괄 본부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진행자를 누구를 할 것인지 그 진행자를 얼마를 줄 것인지 거기에 대한 작가는 누구를 쓸 것인지 작가 페이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프로그램 제목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게스트도 누구를 섭외할 것인지 음악은 무얼 틀 건지를 일일이 하나씩 다 컨펌을 받는 형국이었으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1인 독재체제였다. 경기방송이 그분 입으로 얘기하면 본인이 곧 경기방송이고 경기방송이 곧 본인이다...

[임주현 / KBS 기자] 그러면 당신들은 왜 그것에 대해서 저항하지 않았냐?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 몇 번의 저항 시도가 있었죠. 그러면 그다음 날짜로 인사발령이 나는 거예요. 여기 본사 출입했던 기자가 어느 순간에 의정부로 그다음 날 발령이 나는 거예요.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 PD 같은 경우에는 만약에 주요 시간대 방송을 맡고 있었던 PD가 갑자기 심야 프로그램으로 가는 거죠.

[자막] 방송통신위원회, 제 역할 다했다고 생각하나?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 어림없다. 우리나라의 방송국이 140개가 넘는데 그것을 관리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부서 사람들은 열 명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평상시에 관리, 감독은 당연히 안 되고 재허가도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는데 이번 MBN과 지난 경기방송의 재허가. 조건부 재허가가 너무 똑같아요.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시청자와 청취자의 권익보장. 그러니까 안일한 처벌을 하면서 그것에 대한 핑계로 어찌 보면 시청자와 청취자 그리고 노동자의 핑계를 대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방송사주는 ‘어차피 재허가 취소 안 날 거야. 내가 불법을 어느 정도 저질러도 다 용인이 날 거야’라는 마음이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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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1인 방송국도 아닌데 1인 왕국 체제처럼 운영이 된 것 같습니다. 사주가 일명 `먹튀'를 할 때까지 그 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강유정] 말씀하신 얘기에 답이 다 있었어요.‘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 그리고 ‘시청자와 청취자의 시청권을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결국은 누구를 보호하느냐? 방송사도 아닌 사주만 보호하는 계속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저는 이 문제가 경기방송뿐만 아니라 MBN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지금 위험이 있다. 내버려 둔다면 이거는 결국 방통위도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김동원] 이 방송사라고 하는 것이 산업이나 시장이 만들어지잖아요? 제조업 하는 것처럼 생산품을 갖다가 똑같은 거를 매일 만들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순환을 빨리 하는 이런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만큼 콘텐츠의 역량을 축적해야 하고 그것을 가지고 더 많은 파생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돼 있냐 하면 방송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 방송사를 통해서 각종 부대 사업을 하죠. 콘텐츠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연계 사업 또는 광고, 홍보 이런 사업들을 통해서 전혀 다른 사업을 가지고 수익을 내다 보니까 안에 있는 종사자들은 정말 말 그대로 회사원이 되게 됩니다.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늘 하던 것처럼 똑같은 방송만 내도 월급이 들어오게 되는 그런 고용 안정만을 요구하게 되는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 때문에라도 경기 방송도 그렇고 MBN도 그렇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갖다가 선임을 할 때 종사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 내부 절차를 만들어달라. 최근에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다 노동자 이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됐을 때는 1년에 몇 차례 모여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이사들보다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 이사가 훨씬 더 현장에 대한 감이라든가 실태를 잘 알기 때문에 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고요.

[이승현] 저희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결국 언론 노동자들의 피해를 넘어서 그 피해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유정] 저는 이번 편을 준비하면서 베를루스 코니가 많이 생각이 났어요. 베를루스 코니가 건설업을 하다가 결국은 케이블 방송 사업자가 되고 민영 방송을 소유한 다음에 결국 총리까지 됐잖아요. 정치인이 돼서 권력을 휘둘렀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모델이 사실 제가 비웃었던 모델인데 이게 우리나라에서 전혀 무관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이런 식으로 언론사가 기업에서 속절없이 이렇게 언론사로서의 자존감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유지가 된다면 우리나라에도 베를루스 코니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겠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저는 제일 큰 문제는 이런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나 개인이 언론사를 장악했을 때 그것이 우리 사회의 어떤 가치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관념을 장악해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언론사가 마음을 먹으면 가령 모든 사안에 대해서 경제 논리를 도입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지금 가령 건설업 산재 사망. 이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산재 사망 사건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거든요. 그러면 이제는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도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니까 건설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언론사가 과연 그런 이야기를 얼마나 하겠느냐, 당장 그런 생각부터 드는 거예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회장이셨던 돌아가신 분인데 이분의 사례를 보면 언론사를 지배하고 있는 개인이라는 그 구조의 문제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더라고요. 언론의 공공성에 대한 신념도 강하고 편집권을 독립시켜야지 라는 신념이 강한 분이 언론사를 장악하고 있으면 그것이 그 언론사가 올바른 언론사가 되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 거죠. 워싱턴포스트가 그렇게 성장을 해왔던 것 같고 그러면 이런 언론사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느냐. 선한 자본가를 기다리는 방법이 제일 쉽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과연 그렇게 해서 그런 분을 만날 수 있을까?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거든요.

[이승현] 백마 타고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김동원] 임자운 변호사님이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 건설사 자본이 제일 무서운 건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산재 사고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처럼 무엇을 보도하지 않는가가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요한 보도를 하지 않는 거죠. 사실은 엉뚱한 보도를 하거나 다른 방송사와 경쟁을 노출시킴으로써 더 중요한 저널리즘의 가치라든가 의제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이런 부분들이 가장 중요한 민영방송의 문제라고 보여지고요. 내부의 종사자든 노동자들 간에 저널리즘이라든가 콘텐츠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조금 더 좋은 정보를 전해주기보다는 ‘오늘도 월급이 나왔구나’, ‘아, 아파트 대출은 이제 갚을 수 있겠구나’라고 하는 그런 다른 목적으로 가는 회사원이라든가 단순한 직장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도리어 그런 게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이승현] 여론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건설적인 여론, 언론 환경을 만드는 데 그 민영방송이 앞장서는 날을 고대해보겠습니다. 김동원 박사, 임주현 기자,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합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일요일 밤 9시 40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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