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방콕·쿠알라룸푸르 향수 달랠 '서울 속 고향 맛집'
12시간 끓인 육수에 말아낸 쌀국수
진한 향신료 세계 3대 수프 똠얌꿍
옛날 도시락 같은 말레이시아 백반
2019년 한 해 한국인 1005만 명이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했다.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을 못 가는 지금, 그만큼 ‘동남아 앓이’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을 테다. 아쉬운 대로 서울 속 동남아 맛집을 순례하면 어떨까. 중앙일보가 한아세안센터와 함께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주한 대사관에 의뢰해 ‘고향 맛 나는 식당’을 추천받았다.
차원이 다른 국물-하노이맛집
하노이맛집은 주한 베트남 대사관의 단골 회식장소다. 노란색으로 장식한 식당 내·외관이 딱 하노이 분위기다. 식당 주인부터 주방장, 직원까지 모두 베트남 사람이다. 찐뚜란 주한 베트남 대사 부인은 “고향 하노이가 생각날 때마다 이 집을 찾는다”며 “다른 음식도 좋지만, 무엇보다 쌀국수가 정통 하노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극찬한 하노이맛집의 ‘퍼’ 쌀국수는 국물이 맑다. 한데 한 숟갈 뜨면 진한 맛에 놀라게 된다. 하노이맛집은 하루 전 10~12시간 약 달이듯 끓인 육수를 쓴다. 보드랍고 넓적한 면발에 채 썬 쪽파를 듬뿍 얹은 것도 하노이 길거리 쌀국수와 똑 닮았다. 직화로 구운 돼지고기와 얇은 쌀국수 ‘분’을 따뜻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분짜도 맛이 좋다. 베트남식 빈대떡 ‘반쎄오’와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같은 남부 음식은 서울의 여느 베트남 식당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방콕으로 순간 이동-부다스벨리
주한 태국 대사관에 따르면, 국내 태국 식당은 230여 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태국 정부가 인증한 ‘타이 셀렉트’ 식당은 24곳이다. 대사관에서 자주 행사를 여는 ‘부다스벨리’ 이태원점도 그 중 하나다.
부다스벨리는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전망도 좋지만 무엇보다 음식 맛이 출중하다.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인 ‘똠얌꿍’은 태국 음식 특유의 향을 좋아한다면 반할 만하다. 레몬그라스, 카피리 라임 잎 같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기 때문이다. 해산물 샐러드 ‘얌운센’은 푸짐하다. 녹두 당면과 신선한 해산물, 매콤 새콤한 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부다스벨리는 2005년 경리단길에서 처음 시작해 2011년 지금 자리로 옮겼다. 강남, 서초에도 분점이 있지만, 이태원점의 메뉴가 가장 많다. 47가지나 된다. 김태응 부다스벨리 사장은 “신선한 재료가 태국 현지에 버금가는 맛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의외로 친숙한 맛-아각아각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연남동 ‘아각아각’을 신흥 맛집으로 꼽았다. 말레이시아인 셰프 바시라가 2019년 연 식당이다. 바시라는 “프랑스 요리를 공부했지만 한국에 말레이시아 식당이 많지 않아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쿠알라룸푸르 집밥 같은 음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는 매콤한 국수 ‘락사’다. 얼핏 짬뽕처럼 생겼는데 맛이 훨씬 세다. 닭고기와 생선, 꼬막으로 육수를 내 감칠맛이 풍부하고 레몬그라스, 갈랑가 같은 향신료와 코코넛밀크 맛도 도드라진다. 국수를 입안으로 훔치면 그 센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말레이시아인의 또 다른 소울푸드 ‘나시르막’은 우리네 옛날 도시락 같다. 코코넛밀크를 넣고 찐 밥에 멸치·땅콩 볶음, 달걀 프라이, 삼발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닭고기 요리 ‘아얌 고랭’과 찰떡궁합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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