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 교차 매매 제도인 후강퉁이 확대된다. 해외 개인투자자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중국 본토 투자자의 홍콩 증시 바이오 업종 주식 투자 범위도 넓어진다.

해외 개인투자자도 中 커촹반 주식 산다
26일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시정보고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 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적용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조치로 한국을 비롯해 해외 개인투자자들도 후강퉁을 활용해 커촹반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11월 시행된 후강퉁은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 교차 매매)과 함께 중국 본토 증시에 해외 투자자들이 접근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자격을 얻은 기관투자가만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후강퉁 도입으로 개인투자자도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지난주에만 후강퉁으로 상하이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84억위안(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도 후강퉁과 선강퉁을 이용해 홍콩 증시 상장사 주식을 매매하고 있다. 다만 후강퉁과 선강퉁 모두 중국 금융당국의 허가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종목에만 투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상하이선전300지수(CSI300)나 항셍지수에 편입된 우량종목이어야 한다.

이번 후강퉁 확대 조치로 해외 투자자는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증시 커촹반에, 중국 본토 투자자는 홍콩 증시의 바이오주 가운데 아직 이익을 못 내 허가 대상이 아니었던 종목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커촹반은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자국의 첨단 기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상하이거래소에 개설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며 개인은 2년 이상 증시 투자 경험이 있고 50만위안(약 8000만원) 이상의 투자금을 보유해야 참여할 수 있다. 커촹반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캠브리콘테크놀로지, 리튬배터리 1위 기업인 톈넝배터리 등 197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전체 시가총액은 3조2000억위안(약 540조원) 규모다.

홍콩 정부는 이번 후강퉁 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른 거래소에도 이중으로 상장된 종목이나 의결권에 차등을 두고 있는 종목에 대한 투자 제한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에도 상장돼 있는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징둥(JD)닷컴 등 10개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은 풀리지 않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