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넷플릭스 「힐빌리의 노래」 [방구석 극장전]

2020. 11. 2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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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기억하는가? 2017년 6월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감독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전국 32만여명 관객 동원으로 막을 내렸다. 넷플릭스 제작투자로 완성된 영화를 국내 멀티플렉스들이 사실상 상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옥자〉는 몇 안 되는 개인극장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에서만 상영되었다.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한 기존 영화판과 넷플릭스의 자사 채널 방영을 우선한 오리지널 영화와의 영역 다툼 결과였다. 올해 11월 11일,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가 일제히 개봉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넷플릭스
작금의 전개는 두 세력 간 일정한 타협점이 형성되었다는 신호다. 코로나19 창궐로 멀티플렉스 체인은 기존 방식(개봉 첫 주 독과점 논란이 일 정도로 스크린을 대량 확보해 수익 극대화)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화제작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고 제작비를 건지기 위해 OTT에 판권을 넘기는 상황에서 사전 홍보 기회를 얻는 셈인 넷플릭스 간 이해가 맞아떨어져 극장 개봉 2주 뒤에 넷플릭스가 해당 영화를 공개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 첫 주자가 〈힐빌리의 노래〉라는 점은 시의성이 크다.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 13〉의 거장 론 하워드와 글렌 클로즈, 에이미 아담스 등 명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이지만, 2016년 출간 후 선풍적 인기를 끈 J. 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 영화화란 점이 제일 큰 화제다. 원작이 주목받은 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일명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중서부 공업지대 빈곤층 백인들의 표심을 해석했기 때문이다. ‘엘리트 정치’에서 소외된 하층 백인들은 ‘정치적 올바름’으로 옹호되는 이민자와 유색인종에 비해 자신들이 역차별받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포퓰리즘 선동이 먹혀들었고, 힐빌리들은 맹목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공화당이 아니라 트럼프를.

그동안 정치에서 소외되어온 힐빌리들의 정돈이 안 된 욕구를 선동정치가들이 재빨리 ‘캐치한’ 결과는 지금 우리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보는 자유주의와 토론의 위기다. 미국뿐 아니라 민주주의가 정착했다고 믿어온 국가들 다수가 그렇다.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석학이 이 기현상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 누구도 J. D. 밴스의 자서전에 필적할 파급력은 얻지 못했다.

여기에서 할리우드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이 화제작의 판권을 선취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원작이 출간되던 2016년, 누구나 당선을 예측했던 힐러리를 꺾고 트럼프가 승리하자마자 곧바로 넷플릭스는 영화화에 돌입했다. 비록 완성된 영화는 전형적 가족 드라마에 그친다는 평판이지만, 화제성과 시의성 두 마리 토끼를 획득하기 위해 ‘크게 지르는’ 넷플릭스의 한발 앞선 선구안과 기획력은 확인된 셈이다. 이후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라인업들은 ‘게임 체인저’로서 신흥 강호의 위용을 증명할 것이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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