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갑질' 당해도 재판 지연으로 존폐위기에 몰린 납품사

구본권 2020. 11. 2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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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유통 대기업의 지속적인 갑질과 불공정 거래 강요를 밝혀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 과징금을 이끌어내며 공익제보기업으로 인정받았지만, 해당 기업은 보복과 손해배상 재판 지연 등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돼지고기 가공업체 '신화'의 윤형철 대표는 24일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배포한 호소문에서 대기업의 갑질 고발 이후 보복으로 경영난으로 내몰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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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부당거래에 피해 본 업체 대표의 하소연
손해배상 소송 결론 전에 폐업 두려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도입만으론 해결 안돼

중소기업이 유통 대기업의 지속적인 갑질과 불공정 거래 강요를 밝혀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 과징금을 이끌어내며 공익제보기업으로 인정받았지만, 해당 기업은 보복과 손해배상 재판 지연 등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돼지고기 가공업체 ‘신화’의 윤형철 대표는 24일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배포한 호소문에서 대기업의 갑질 고발 이후 보복으로 경영난으로 내몰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후에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신화는 2012년부터 3년간 롯데마트의 돼지고기 물량 70%를 공급하면서 롯데마트 쪽으로부터 △할인행사용 원가 이하의 삼겹살 납품 강요 △납품단가 후려치기 △물류비, 인건비, 판촉비, 고기 썰기비용, 컨설팅비 전가 등의 피해를 입었다. 신화는 2015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해, 조정원이 롯데마트에 피해액 일부인 48억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15년 11월 롯데마트는 조정안 수용을 거부해 공정위에 자동 제소가 이뤄졌고, 롯데는 신화와의 거래를 끊었다.

이듬해 1월 신화는 경영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회생을 결정했다. 신화는 2017년 11월 롯데마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롯데마트에 408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롯데마트는 곧바로 공정위 과징금에 반발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신화는 롯데마트와 거래 이전에 연매출 680억원을 올리던 유망 중소기업이었지만 롯데마트의 ‘갑질 거래’로 거액의 손실이 생겼다. 외부 감사기관을 통해 100억 넘는 손실 발생이 입증됐고, 4년여 공정위 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이 인정돼 거액의 과징금으로 이어졌다.

윤형철 신화 대표는 “갑질 대기업에 부과된 사상 최대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됐지만, 저희 회사는 어떠한 보상도, 피해구제 금융도 받지 못한 채 생사기로에 서 있다”며 공익신고기업의 피해보상 제도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신화 윤형철 대표의 사무실. 대기업 ‘갑질’을 공익신고해 공정거래위원회가 408억원 국내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물렸지만, 신화는 경영 어려움에 처했다. ‘공익신고 기업’에 주어진 많은 표창장과 윤 대표의 1인시위용 팻말이 가득찬 윤 대표의 사무실이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윤형철 대표 제공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소송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 롯데마트가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 3곳을 동원해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동안 윤 대표는 직접 수백차례 공정위와 법원을 들락거렸다. 소송이 몇 년 이상 길어지면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은 생존 위기로 몰렸다. 윤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피해사례는 시효가 있는데 공정위 등의 절차에 대응하다 보면 마냥 늘어지게 된다”며 “롯데마트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재판부가 공정위의 판단을 본 뒤에 진행하겠다고 해서 연기되고(기일추정), 공정위의 판단이 나온 뒤엔 롯데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를 보자고 해서 또다시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갑질 피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도 상대 기업이 4~5년 걸리는 공정위 절차에 제소하고, 공정위 결정이 나와도 행정소송을 제기해 또 2~3년이 연장되면, 손해배상 소송 기간을 포함해 10년이 훨씬 더 걸리게 되어 기업은 고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법률지원을 하는 재단법인 경청의 박성수 팀장은 “중소기업의 금전적 피해구제는 손배 청구소송이 있으나 입증책임, 소송 장기화 및 비용 부담 등으로 효율적 구제 수단이 못된다”며 “공정위 등 정부기관이 시정조치 및 과징금 처분을 내린 사안은 신고 기업에 경영안정화 위한 재정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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