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서 시작된 롯데의 추락.. 악몽이 된 '대륙의 꿈'

김경은 기자 2020. 11. 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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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롯데그룹 '왕관의 무게'②] '사상 최악의 위기' 어디서 왔나

[편집자주]재계 5위. 자산 121조. 롯데가 짊어진 왕관은 무겁다. 조금 다르게는 위기로 읽힌다. 사드 사태로 인한 피해와 경영권을 놓고 벌인 왕좌 다툼이 잠잠해졌다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국적논란에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핵심사업도 없다. 지주사 체제 전환 어느덧 3년. ‘뉴롯데’를 외치던 신동빈 회장의 꿈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던 호텔롯데 상장과 함께 멀어지는 분위기다. 신 회장이 쓴 왕관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현재 롯데가 겪는 위기는 2017년 사드 사태가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로이터

롯데그룹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은 몇 년째 부진의 늪에 빠져 있고 실적을 견인해온 화학 부문도 올 들어 뒷걸음질쳤다. 그룹의 양대 축이 모두 무너지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을 흔들어놓은 주범으론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지목된다. 당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롯데는 현지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사드가 롯데에 남긴 생채기는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남아있는 모습이다.



10조원 쏟아부은 ‘공든 탑’… 사드에 무너졌다



롯데의 악몽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9월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단체관광 금지 ▲한류 콘텐츠 방영 금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등이다.

특히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1순위 보복 타깃으로 지목되며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는 ▲제과 ▲마트 ▲백화점 ▲관광 ▲화학 등 20여개.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된 2017년 한 해 동안 롯데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피해를 견디지 못한 롯데는 결국 대륙의 꿈을 접었다. 계열사는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롯데마트는 현지 점포 110개를 모두 매각했다. 당시 두 차례 걸쳐 6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하며 버텼지만 결국 1년 만에 철수 수순을 밟았다.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장기간 문을 닫은 롯데마트는 시장 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지 업체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롯데백화점은 청두점 1곳을 제외하고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도 각각 3곳의 현지 공장 중 2곳씩 매각을 추진했다. 식품 부문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결정됐다. 사드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에서도 롯데의 출혈은 계속됐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한령으로 인한 관광 계열사의 피해도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간 800만명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드 사태 이후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롯데면세점과 호텔 매출이 급감했고 내수 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총 3조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인 랴오닝성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소방점검을 이유로 공사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테마파크·백화점·쇼핑몰·시네마·호텔·오피스 등을 짓는 이 프로젝트엔 이미 2조원이 투입된 상황이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 공사 재개를 허용했지만 롯데는 현지 시장 환경 악화를 고려해 현장을 방치하고 있다.

중국은 롯데가 1994년 첫 진출한 이후 20년 넘게 공들여온 시장이다. 이 기간 롯데가 중국에 쏟아부은 돈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빈 회장도 중국 사업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롯데는 국가 안보를 위해 피해를 감수하며 정부에 협조했다. 결과는 수조원의 손실로 돌아왔다. 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과 해빙 모드가 조성됐으나 롯데에 대한 제재 조치만은 장기간 유지됐다. 롯데 내부에선 이 조치가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의 제재가 풀린 적이 없는 만큼 사드 여파는 여전하다”며 “안타깝게도 사드 피해에 대한 정부의 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드 다음 ‘불매’, 그 다음은 ‘코로나19’ 



사드 사태 이후 롯데는 탈(脫) 중국 전략을 폈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신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롯데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롯데는 일본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일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는 점에서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불매 목록에 롯데도 이름이 올랐고 이에 따른 영향은 곧바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롯데는 사드 사태 때는 한국기업이란 명목으로, 불매 여론에선 일본기업이란 이유로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불매 대상이 됐다. 롯데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지만 그만큼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리스크 요인이다.

일본 이슈가 채 가시기도 전인 올 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을 전개하던 롯데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롯데쇼핑의 상반기 매출액은 8조1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줄었고 영업이익은 82% 급감했다.

2017년 중국 롯데백화점 앞 중국인이 시위하는 모습(위), 2019년 유니클로 앞 한국인의 시위 현장. 유니클로는 한국법인은 롯데가 지분 49%를 가지고 있다. /사진=뉴스1


메스 든 신동빈… 외부 리스크 탈피할까 



롯데쇼핑은 3분기 들어 실적 개선을 이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됐다. 하지만 이는 연초부터 경영 효율화 전략을 내세운 고강도 점포 구조조정의 결과일 뿐 실질적인 위기 탈출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3분기 이익을 냈지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어든 4조1059억원에 머물렀다.

그만큼 갈 길은 멀다. 오프라인 중심의 내수 소매 유통업이란 사업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실적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서다. 변화를 꿈꾸며 지난해 4월 야심 차게 선보인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의 성적도 형편없다.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기존 사업의 디지털 전환(DT)에 열을 열리고 있다. 신사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최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문하며 임원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돌발 변수에 더 이상 좌우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 회장의 체질 개선 의사가 강한 만큼 연말 인사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 8월엔 신 회장의 최측근이던 황각규 전 부회장이 퇴임하고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지낸 이동우 사장이 롯데지주 신임 대표에 올랐다. 메스를 든 신 회장이 대수술을 통해 오랜 상처를 봉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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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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