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굴' 조우진 "선과 악 자유자재 오가는 비결? 무조건 집중"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20. 11. 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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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서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역 열연
배우 조우진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배우 조우진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조우진(41)이 영화 ‘내부자들’(2015/우민호 감독)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데까지는 1999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래 무려 1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후로는 순풍에 돛을 단 듯 혹은 멈출 줄 모르는 폭주기관차의 기세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 썰고~"로 유명한 ‘내부자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조상무를 선보이며 역대급 악역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붙든 후 ‘강철비’(2017/양우석 감독)에서는 북한 암살요원 최명록 역을 맡아 정우성을 상대로 터미네이터'의 T-1000에 못지 않은 공포와 긴장을 조성하며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펼쳐 보였다. 이후 '마약왕'에서 온 몸에 타투를 뒤덮고 나왔던 성강파 보스 조성강 역으로 변신의 끝판왕을 선보였다면, '국가 부도의 날'에서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아 고위급 악역을 선보였고, 오는 12월 개봉하는 '서복'에서도 이전과 결이 다른 악역 연기를 펼칠 예정에 있다.

하지만 조우진의 진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 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에서 그의 출연 장면마다 '배시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본 시청자들은 조우진이 전파하는 행복 바이러스의 맛을 잘 알고 있다.

그 뿐인가. 영화 '1987'(2017/장준환 감독)에서 박종철 삼촌 역으로 출연했던 그의 오열신에서 함께 울지 않은 관객은 드물 것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극과 극의 인물들을 매번 찰떡 같이 그럴 듯하게 그려내는 이가 조우진이다.

신작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 제작 (주)싸이런픽쳐스)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과,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만나 팀플레이를 펼치며 위험천만한 도굴을 펼치는 스토리를 그렸다.

조우진은 강동구와 함께 고분벽화 도굴을 비롯해 땅 속 유물을 파헤치며 도굴에 나서는 존스 박사 역을 맡아 극에 훈풍과 웃음을 불어넣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신나게 읽었고 아주 빠른 시간에 다 읽었어요. 영화 '남한산성'을 진두지휘했던 황동혁 감독과 제작자 김지연 대표님이 제안을 주신 것도 한 몫을 했죠. 박정배 감독님도 크게 믿음이 갔고요. 대사와 지문이 찰졌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선이 크게 움직이면서 흥미롭게 마무리 되는 점도 이 작품에 출연하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그가 연기한 존스 박사는 전 세계 고분지도가 뇌리에 박혀 있는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이자 벽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이다. 신라 고분에 있던 벽화를 도굴해내 꾼들의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인사동에서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며 사는 인물. 어느 날 '크게 한 건 하자'는 강동구의 제안에 도굴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어릴 때 할리우드 영화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를 너무 좋아했어요. 1989년 작품인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물'은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어요. 이 시리즈만의 유머와 모험담을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 영화 속 존스 박사를 설계하는데 영감을 받았죠. 존스는 도굴꾼으로 살다가 삽다리 못지 않게 교도소도 들락날락 거리지 않았을까요. 그러다 도굴꾼의 낭만을 버리지 못하고 낭만주의자로 사는 인물로 성격을 규정한 후 촬영에 들어갔죠. 극 중 강동구를 제외한 모든 인물의 속성을 혜리 역의 박세완이 설명을 해주는데 거기서 오는 재미도 꽤 쏠쏠했습니다."

영화계와 방송가에서 조우진하면 서로 엄지손을 치켜들 정도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정성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우진과 한 번도 작업을 안 한 감독은 있을지언정 한 번 그와 호흡한 감독들은 적합한 배역이 있다면 대부분 러브콜을 보내곤 한다. 작업을 함께 한 선배, 동료, 후배 배우와도 어찌나 살갑게 지내는지 모른다. 일이건 인간 관계건 어느 하나 소홀한 것이 없다. 정우성, 이병헌, 이성민 등 선배들은 물론이고 조인성, 김수현 등의 동료, 후배 배우들과도 막역하게 지낸다.

"이제훈과는 SBS '비밀의 문'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만났었죠. 그 때 서로 좋은 기억이 있어요. 촬영 초반 저희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함께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매니저가 없던 시절 지금의 아내와 현장에 함께 나가고 그랬는데 우리 아내도 제훈 씨가 기억을 하더라고요. 촬영 전엔 이제훈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할까봐 걱정을 살짝 했었는데 첫 만남에 그런 우려가 다 무너졌어요. 사실 현장에서 제대로 호흡이 이뤄지려면 상대방이 어떤 시도를 했을 때 다른 상대방이 그걸 받아주고 하는 관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제훈과는 현장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시간과 공간에서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서로 기대면서 도움을 주고 받았죠. 촬영이 없을 때도 자주 만났고 저는 술을 좋아하지만 제훈은 술을 안 마시니까 나름 다른 일들로 좋은 추억을 이어 갔어요. 다음엔 제훈이가 악역을 맡고, 저를 막 괴롭혀주는 그런 관계여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조우진을 알린 첫 캐릭터가 '내부자들'의 조상무인 이유도 있겠지만, 유쾌하고 선한 인물도 그에 못지 않게 소화해내는 조우진이지만 대중들은 그가 악랄한 카리스마를 뽐낼 때 더 열렬한 반응을 보내왔다. 스스로는 어떤 인물을 연기했을 때 더 쾌감을 느낄까.

"다크하고 센 역할을 소화할 때 쾌감이 좀 더 크더라고요. 물론 코미디 연기를 할 때 오는 쾌감도 있어요. 많이 안해봐서 잘 몰랐지만 고민을 많이 하고 연기를 소화해냈을 때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면 그렇게 반갑고 신이 나기도 하죠. 평소 제가 즐겨 보는 장르는 다크하고 센 영화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취향과 상관없이 다양한 역할과 인물을 소화해내야 할 때니까요. 많은 감독들께 부름을 받아서 좋은 상품으로 거듭날려면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접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죠. 코믹한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가장 기쁜 상황과 하이텐션일 때 감정을 다루기가 가장 어렵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연기자들은 희극을 잘 하는 사람이 비극도 잘 해요. 비극 쪽을 많이 하다 보니 감정을 끌어올리고 스스로 가져가는게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경지를 어떻게든 한 번 넘어 보는 것도 숙제네요."

19금 영화보다는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드라마를 통해 그를 먼저 알게된 시청자들은 조우진하면 잔망미와 귀요미를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유쾌함의 근원에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절대적이었다며 눙친다. "전적으로 김은숙 작가님이 창조한 캐릭터 힘이 있었어요. 극 중 역관은 지배 국가의 관리인 유진초이에게 농담조로 이야기할 정도로 능청스러운 인물이었죠. '한 번도 이 대사에서는 웃겨야지'라고 접근한 적은 없어요. 매번 운 좋게도 다양한 작품을 만났어요. 매 현장에서 집중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게 가장 맞는 것 같아요. 제게는 그 방법이 최고로 잘 맞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3개월 작품을 하고 2년을 쉰다죠. 작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요. 저는 한 캐릭터를 버리는데 그렇게 시간을 쓰고 하지는 못해요. 반대에 놓인 캐릭터를 맡으며 해소하죠. 어두운 인물을 많이 했는데 존스를 하면서 다크 포스 벗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조우진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 인터뷰 당시 IMF 시절 학창 시절을 지냈고, 등록금이 없어서 레코드 가게를 비롯해 노래방, 인쇄소,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간 경험담을 고백한 적이 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끝에 00학번으로 서울예대에 입학해 연기를 전공하게 된 이야기와 곧바로 이어진 군입대 그리고 배고팠던 연극 배우 시절까지 무명 배우의 아픔을 오랜 시간 감내한 끝에 지금은 년 4~5개의 작품에서 부름을 받는 위치에 오르게 됐고, 올 하반기만해도 '도굴'에 이어 '서복'(이용주 감독)을 곧바로 선보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롤로 나선 영화 '블랙콜'과 최동훈 감독 연출작 '외계인', 설경구·이선균과 호흡을 이룬 '킹 메이커'는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시국에 출연작이 한 달 가량 간격을 두고 개봉을 한다니 겁이 더럭 나더라고요. 이건 무슨 운명이지 말예요. 개봉시기도 가늠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또 막상 개봉을 연달아 하게 되고 홍보를 막 뛰고 있다 보니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두 작품의 결이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캐릭터가 상반됐기에 자신있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죠. 이미 촬영한 작품과 개봉할 작품들이 있고, 또 작업할 작품이 있다는 게,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에요. 어떨 때는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며칠 전 아내와 집에서 술 한 잔 하구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운 적도 있어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들고, 또 한편으론 너무 큰 축복이에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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