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졌다, 절세의 기회!"..한국타이어 주식 블록딜 전모

김수영 2020. 11. 2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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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죠,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납품업체에 뒷돈을 받은 혐의로 열린 항소심에서 또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습니다.

1심 판결 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사흘 뒤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주사 주식을 시간 외 거래로 대량으로 사들여 논란이 됐는데요.

그런데 조 사장이 코로나 상황으로 주가가 떨어지자 이를 세금을 줄이는 데 이용했다는 형 조현식 부회장의 진술서가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김수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 지수가 곤두박질친 올 상반기.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가 그래프입니다.

연초 대비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는 데 그쳤습니다.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던 그때, 느닷없이 최대주주 일가 사이에 대규모 비밀스러운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23.5%를 시간 외 대량매매, '블록딜'로 넘겨 조 사장이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아버지 조 회장의 '한정후견 재판용 진술서'에서 이 거래의 내막이 공개됐습니다.

조양래 회장이 "주가가 낮을 때가 (절세의)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증여나 상속보다 훨씬 큰 금액을 절감할 수 있어, 동생이 돈을 구해왔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어 "미리 알려지면 주식이 급등해, 절세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 비밀스럽게 진행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조 사장이 8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거래였습니다.

[조현범/한국타이어 사장 : "(아버지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절세하려고 '블록딜' 한 것인지요?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진술서에는 "조 회장이 아들의 혐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협력업체를 통해 술집 마담에게 건넨 돈 정도는 다른 재벌 2세들도 모두 당연히 하는 행동"으로 묘사했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는 조현범 사장이 "뉘우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은 "조 부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의 내용과, 시간외 대량 매매와 관련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 윤성욱/영상편집:박경상/그래픽:최민영

김수영 기자 (swimm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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