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자발적 비혼모’ 선언에 “가부장제 밖에서 출산을 상상하게 됐다” 응원 봇물

김지혜 기자
KBS 1TV <뉴스9>에서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밝힌 방송인 사유리. KBS 캡처

KBS 1TV <뉴스9>에서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밝힌 방송인 사유리. KBS 캡처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정자 기증을 통해 자발적 비혼모가 됐음을 밝혔다. 정상가족·가부장제 틀 밖에서 출산을 결심한 그의 선택에 응원과 지지가 쏟아지는 한편 비혼 여성의 재생산권을 제한하는 국내 법·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유리는 지난 16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임신 당시 촬영한 사진과 함께 “2020년 11월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내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전했다.

사유리는 이날 KBS 1TV <뉴스9>에서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산부인과에서 ‘자연 임신이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 (시술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고 비혼 상태에서 임신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사유리는 국내에서는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 받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시술을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배우자인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 대한산부인과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출산 소식을 알린 사유리의 인스타그램에 축하의 메시지가 줄잇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출산 소식을 알린 사유리의 인스타그램에 축하의 메시지가 줄잇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유리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사유리의 인스타그램에 송은이, 샘 해밍턴 등 동료 연예인들의 축하 댓글이 줄이었고, 누리꾼들은 “출산을 가부장제, 정상가족에 종속시키지 않는 의미 있는 선택”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이와 함께 기혼자에게만 정자 기증과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을 허락하며 비혼자의 재생산권을 제한하고 있는 국내 법·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재생산권은 성관계를 포함한 번식의 권리, 출산의 권리, 임신중단의 권리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정상가족에 귀속되지 않고서도 출산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 사유리를 응원한다” “가부장제 밖에서도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갖게 됐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를 모두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 “결혼은 싫은데 아이는 갖고 싶은 수요를 법의 테두리에서 흡수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7일 논평을 통해 “구시대적 생명윤리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방송인 사유리씨가 아들을 출산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낳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았든, 모든 가족은 동등하게 소중하다”며 “여성이 임신을 위해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법적 남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한국의 생명윤리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자 기증 관련 법규가 강화되기 전인 2008년, 방송인 허수경씨가 비혼인 상태로 정자 기증을 통해 시험관 아기로 딸을 출산한 사례도 재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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