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11번가 타고 한국 상륙.. 온라인 쇼핑 업계 "큰일났다"

정철환 기자 2020. 11.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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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1번가에 최대 1조 지분투자

국내 인터넷 쇼핑 업계에 ‘아마존 공습경보’가 울렸다. 옥션지마켓을 보유한 미국 이베이와 쿠팡의 실질적 소유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에 이어 미국 아마존이 11번가 투자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면서, 한국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게 됐다. 이로써 롯데그룹신세계그룹인터파크ㆍ위메프ㆍ티몬 등 토종 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특히 아마존을 벤치마킹해온 쿠팡은 ‘스승’이나 다름없는 아마존과 숙명적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SK텔레콤11번가는 16일 “미국 아마존과 협력해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 초 11번가와 아마존이 함께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서비스를 내놓게 된다. 아마존의 한국 시장 우회 진출이다. 아마존은 11번가에 지분 투자를 해 주요 주주가 된다. 투자금융 업계에선 “11번가 성과에 따라 추가 투자하는 ‘옵션 딜’ 형태로 아마존이 최대 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 규모 못지않게 두 회사 간 협력도 광범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인터넷 쇼핑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아마존, SK 손잡고 한국 상륙

아마존은 2015년경부터 한국 진출을 저울질해왔다.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3년 38조원대였던 국내 인터넷 쇼핑 시장 규모는 2018년 100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133조원을 넘고, 내년엔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아마존은 한국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아마존의 장점인 빠른 배송이 한국에선 차별 포인트가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한국 시장 진출을 망설였다. 2004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알리바바·징둥 등 현지 업체에 밀려 15년 만에 철수한 경험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점에서 SK와 제휴는 투자 부담은 줄이고 실익은 챙기는 묘수로 평가되고 있다. SK 계열사의 기존 인프라와 역량을 통해 아마존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마존의 AI(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로 하는 AI 쇼핑은 700만명이 쓰는 SK텔레콤의 ‘누구 AI 스피커’로 할 수 있다. 또 아마존의 무인 매장, 무인 배송 서비스는 ADT캡스의 무인 매장 기술과 T맵모빌리티가 보유한 자율주행·드론 배송 기술로 구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양사 간 협업이 단순히 11번가에서 아마존 쇼핑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회원 수 2000만명이 넘는 SK텔레콤의 ‘T멤버십’과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결합 가능성이 가장 주목된다. T멤버십으로 아마존 프라임의 무료 배송 서비스와 추가 할인을 받고, 여기에 넷플릭스 같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까지 보는 것이다. 업계에선 “인터넷 쇼핑은 물론 통신 시장에도 충격을 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아마존발 업계 재편 가능성

‘아마존발(發) 격랑’은 인터넷 쇼핑 업계에 여러 방향으로 몰아칠 전망이다. 우선 해외 자본과 토종 자본 간의 생존 경쟁이 격화하게 됐다. 업계는 “이베이 계열 업체와 쿠팡, 아마존-11번가 간의 경쟁 격화로 인터파크·위메프·티몬 등 토종 중소 쇼핑몰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시장으로 싸움이 확대하면서 신세계의 ‘쓱닷컴’, 롯데쇼핑의 ‘롯데온’ 등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형 업체들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가장 난처한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규모에 바탕한 낮은 가격과 기술에 기반한 신속한 배송 등 아마존의 시장 전략을 답습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본뜬 ‘쿠팡 플레이’도 준비 중이다.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본격적 사업을 벌이면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의 쿠팡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판매 제품을 쉽게 사게 되면 연 4조원 넘는 해외 직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배송대행업체 대표는 “전자·가전제품 해외 직구로 얻는 수익이 70% 이상인데, 대부분 아마존을 통해 살 수 있는 제품이라 (이를 11번가가 팔게 되면) 우리는 생존 위기에 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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