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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재판, 잃어버린 10년 현실화되나


입력 2020.11.11 06:00 수정 2020.11.10 17:5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특검, 전문심리위 활동 기간·평가 범위 반대...공판기일 추가 지정

연내 결심공판 불발 가능성도....국정농단 재판만 만 4년 채울수도

내년 초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시작...장기화 우려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1년을 넘기면서 재판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심리위원들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과 성과에 대한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재판이 해를 넘기면서 국정농단 재판이 만 4년을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내달 결심 공판을 마치고 내년 초에 선고공판으로 재판이 마무리되는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의 활동과 성과를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들이 최종 선정됐지만 특검이 이들의 활동 기간과 평가 범위에 대해 계속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재판부의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특검, 3주간 전문심리위 활동 기간에 이의...재판 장기화 우려


이러한 우려는 9일 공판에서 특검측이 3주로 정해진 전문심리위원들의 활동기간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재판부는 당초 3주 동안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를 마치게 해 오는 30일 공판에서 이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준법위 활동 평가는 자산 400조원 규모의 기업인 삼성의 운영·재무·법률·회계 등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일이데 3주 내에 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며 “향후 시금석이 될 재판인데 3주 내로 결론을 내라는 것은 선뜻 수긍이 안 간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재판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과 감사의 취지가 아니고, 삼성에 대한 감사는 재판부의 일도 권한도 아니다”며 “우리가 하려는 것은 재판과 관련해 준법제도 개선 방안을 제출했는데 이게 실효적으로 작동하느냐의 여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공판에서도 특검이 전문심리위원들의 활동기간과 평가 범위에 대해 계속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여 재판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심리위원들은 10일 첫 모임을 갖고 향후 활동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특검측은 공판 절차 갱신에 따른 증거 조사를 위한 별도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가 특검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23일에 공판 절차 갱신에 따른 양형 반영을 위한 서증(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이후 재판부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공판 갱신 절차를 해야 하는데 항소심 이후 제출된 증거에 대해 다시 기일을 잡아 서증조사를 해야 한다는 특검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가 오는 23일을 추가 공판기일로 지정하면서 이 부회장은 2주만에 재판에 다시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지난달 26일 공판준비기일에 오는 30일도 공판기일로 지정이 됐던 터라 2주 연속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번달만 3번이나 법원에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재판에 출석하지는 않았다. 9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것은 지난 1월 4회 공판기일 이후 10개월여만이었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지난 6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영권 승계 관련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이후 154일만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박 7일간의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통해 귀국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박 7일간의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통해 귀국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이달 연이은 재판 출석으로 인한 사법리스크로 글로벌 경영 행보에 제동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분일초가 바쁜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는 재판 일정에 따라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어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출장지로 꼽히고 있는 일본 방문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최근 기업인 입국 절차가 완화된터라 원활한 부품 소재 공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재판으로 인해 일정 잡기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재판에서도 추가 공판 기일이 잡히면서 재판이 해를 넘겨 계속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6일 공판준비기일 때 12월14일을 결심공판 기일로 정하려고 했지만 특검의 이의제기로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으나 9일 공판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는 못했다.


결심공판은 특검이 최종의견과 함께 구형량을 밝히고 변호인이 최종변론을, 피고인이 최후 진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결심 후 선고까지 한 달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결심 공판이 이뤄져야만 선고 공판이 내년 초에 이뤄질 수 있다.


◆ 재계 “특정 기업 총수에 대한 재판 장기화, 유례 없는 일”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은 지난 2017년 3월9일 1심 첫 재판을 시작으로 항소심과 상고심, 파기환송심을 거치며 만 3년8개월을 넘긴 상태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같은해 10월 파기환송심이 시작됐지만 이듬해 1월 특검이 피고인들에게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재판부의 기피신청을 제기하면서 지연됐다.


특검의 기피 신청은 재항고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지만 재판은 이로 인해 약 9개월간 중단됐고 지난달 26일에서야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본격 재개됐다.


해를 넘기게 되면 매년 2월 말 단행되는 법원의 정기인사 전에 재판이 종료되더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만 4년을 채우게 된다.


또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되더라도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새로 시작되면서 이 부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에 전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다음 준비 기일이 내년 1월14일로 잡혀 내년부터나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은 국정농단 사건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한데다 국정농단 재판과 마찬가지로 항소-상고-파기환송심으로 장기화될 수 있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지난 2016년부터 특검의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년의 시간으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과 경영권 승계라는 다른 두 사안에 대한 재판이기는 하지만 총수 한 명에 대한 재판이 이렇게 장기화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글로벌 경영 현장을 누벼야 할 기업인이 사법리스크로 인해 이렇게 발목이 붙잡혀서는 안 될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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