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미묘한 타이밍'…윤석열, 왜 월성1호기 노리나
입력: 2020.11.09 05:00 / 수정: 2020.11.09 09:57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으로 차량을 타고 들어가고 있다. /진천=이동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으로 차량을 타고 들어가고 있다. /진천=이동률 기자

최측근이 수사 총지휘…'살아있는 권력 수사' 강조 뒤 강제수사 착수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이다. 힘써달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에게 이 메시지를 던진지 사흘 만인 지난 5일 검찰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월성 1호기) 고발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 관련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된 다음날 일이다. '미묘한 타이밍'을 두고 검찰 안팎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박원주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의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이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며 백 전 장관, 채 사장 등 12명을 고발한 사건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틀 전 감사원은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을 둘러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산자부 직원이 감사 전 심야에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 소식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공격하고 흔들려고 편파·과잉 수사를 하거나 청와대 압수수색 수십 회 (하는 등) 이런 것들이 상당히 민주적 시스템을 공격, 붕괴시킨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검찰 쿠테타"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눈이 멀어서 폭주하나 봅니다'라는 글을 올려 "이번 수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검찰 쿠테타'"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총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속한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두봉 지검장은 지난 1월까지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 윤 총장을 보좌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신설한 4차장에 첫 발탁돼 특수수사를 총괄하기도 했다. 수사 실무를 맡은 이상현 형사5부장도 윤 총장과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팀에서 함께 일했으며 울산지검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이 사건을 대전지검에 고발한 것도 윤 총장 측근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 고발 1주일 뒤 윤석열 총장은 지방순회 재개 첫 방문지로 대전지검을 택하고,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한 뒤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감사원이 '수사 요청'이 아닌 '수사 참고 자료 송부' 조치한 사건을 놓고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29일 오후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강남일 대전고검장.
29일 오후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강남일 대전고검장.

한수원 압수수색 하루 전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2부에 윤 총장 부인 사건을 배당하고 다음날 이를 알리며 수사 착수를 시사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전시회를 열면서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윤 총장과 김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고발 이후 한달이 넘도록 진척 없던 수사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9일 윤 총장이 가족 관련 모든 사건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총장 가족과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동시에 벌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윤 총장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을 암시하는 발언 이후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과정이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검찰 측도 "월성 원전 관련 사건 압수수색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그 자료,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집행됐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 총장은 9일 진천 법무연수원을 다시 찾아 신임 차장검사들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어서 또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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