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능글능글 캐릭터 첫 도전".. 조우진 "관객들에게 위로 한 스푼"

김인구 기자 2020. 11. 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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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조우진

■ 오늘 개봉 범죄오락 액션물 ‘도굴’의 유쾌 콤비

새로운 거리 두기가 오는 7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극장에서 띄어 앉기를 하지 않고 좌석을 100% 가동할 수 있다.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은 이런 바뀐 환경에서 개봉(4일)하는 첫 번째 영화여서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땅속 유물을 파헤치며 위험천만한 한판을 벌이는 범죄오락 액션물에서 천재 도굴꾼 강동구와 조력자 존스 박사를 연기한 이제훈과 조우진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 천재도굴꾼 강동구役 이제훈

“흠모해왔던 우진형과 작업… 시종일관 떠드는 역할 흥미”

“흠모해왔던 (조)우진 형,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능글능글하고 능청스러운 성격의 강동구는 이제훈(사진)이 이전에 해보지 못한 캐릭터였다.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대사량도 엄청났다. 대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면서 재미까지 주려면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더없이 중요했다.

“물론 시나리오가 너무 좋고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캐스팅 단계에서 존스 박사 역에 우진 형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진 형은 늘 흠모해왔던 배우이고, 기대감이 커진 상태에서 만났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둘은 6년 전 SBS 사극 ‘비밀의 문’에서 처음 만났다. 이제훈은 한석규와 함께 주인공을 맡고 있었고, 조우진은 중간에 투입된 조연이었다. 무명배우 조우진이 영화 ‘내부자들’(2015)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 전이었다.

“사실 만난 기억이 뚜렷하진 않다. 촬영 중반이었고, 매번 새로운 인물을 만나 촬영하는데 어느 날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을 주는 배우를 만난 것이다. 그분이 바로 우진 형이었다.”

둘은 이번에도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마치 6년간 한결같이 합을 맞췄던 동료처럼 이제훈이 툭 던지고, 조우진이 착 받았다. 고구려 고분 벽화를 도굴하거나, 강남 한복판의 선릉 밑으로 땅굴을 파는 과정에서 대사와 액션의 콤비 플레이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동안 배역에 진중하게 다가가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엔 유쾌하고 리드미컬하게 이끌어가는 걸 생각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즐거웠다. 시종일관 떠드는 강동구의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한 것 같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즐거웠다.”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한 이제훈은 이제 경력 13년의 ‘선배’가 됐다. 드라마 ‘시그널’(2016), 영화 ‘파수꾼’(2010) ‘건축학개론’(2012) ‘박열’ ‘아이 캔 스피크’(이상 2017) 등 눈에 띄는 작품과 캐릭터로 팬과 만났다. 30대 남자배우 중 몇 안 되는 충무로 대표주자다.

“그동안엔 주어진 연기에만 집중했다. 내 몫을 감당하고 해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주위를 살펴보는 여유와 시각이 생겼다. 술은 잘 못하지만 차 마시면서 동료 스태프와 자주 이야기한다. 영화를 더 즐기고 좋아하게 됐다. 관객들이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해서 속편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 조력자 존스 박사役 조우진

“제훈, 유연성 대단한 배우… 상징적 소품 모자, 내 아이디어”

“(이)제훈은 성숙하면서도 스마트하고 유연성이 대단한 배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영화에서 존스 박사 조우진(사진)의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존스 박사는 도굴을 소재로 했던 할리우드 히트작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맡았던 배역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도굴 전문가임을 숨기고 인사동에서 노점상을 하던 존스 박사는 고구려 고분 벽화를 훔쳐오면 큰 몫을 챙겨주겠다는 강동구의 제안에 순간적으로 스크린에서 변신한다. 여기엔 존스 박사의 모자가 웃음을 유발하는 상징적 소품으로 사용된다. 애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조우진의 애드리브다.

“극장에서 제일 처음 봤던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이다. 관객들이 존스 박사의 모자를 보는 순간, ‘아, 그냥 노점상 아저씨가 아니구나’ 했으면 했다. 다행히 박정배 감독님도 좋아해 주셔서 그 장면이 살았다. 뒷부분에도 존스 박사의 모자가 극의 긴장을 풀어주는 소품으로 쓰인다.”

조우진 역시 이제훈이 옆에 있어 든든했다. 어느 현장보다 즐겁고 편하게 호흡을 맞췄고, 그건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됐다.

“제훈은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가 깊다. 평소엔 동생처럼 ‘제훈아’라고 부르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매우 성숙하다. 그가 중심을 잘 잡았기에 저도 관객에게 좀 더 수월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우진은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한창 일할 때는 한 번에 3편씩 겹치기 출연했다. 뭔가 따지고 가릴 겨를이 없던 때였다. 그러나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은 없다. 매 순간 캐릭터에 집중했다. 그렇게 ‘내부자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조상무, ‘도깨비’(2016)의 사랑스러운 김비서, ‘강철비’(2017)의 북한군 요원 최명록, ‘국가부도의 날’(2018)의 재정국 차관, ‘봉오동 전투’(2019)의 의병 마병구가 탄생했다. 어떤 캐릭터를 떠올려도 그냥 넘어가는 게 없다. 짧아도 굵었고, 많이 안 비쳐도 인상 깊었다.

“많은 작품을 했는데 늘 ‘국가대표급’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배운다. 저 스스로 긴장감을 가지고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제 연기에 대해 내심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 마침 ‘도굴’을 만났다.”

조우진은 요즘 헤드폰으로 음악 듣기에 빠져 있다. 영화음악 마니아로서 엔니오 모리코네와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도굴’이 극장가의 구원투수 모양으로 개봉하게 돼서 그런지 더 떨린다. 여러분에게 위로 한 스푼을 드리겠다는 출사표가 허언이 안 되길 바랄 뿐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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