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세계 최고 수준 ‘펨토몰’ 민감도 구현… 실시간 측정 가능해져"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감도 실시간 바이오센싱 장비의 구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혈액을 통해 급성심근경색증과 치매를 진단하는 장비의 민감도를 기존 대비 1만배로 높였다고 3일 밝혔다.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실시간 진단이 가능해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급성심근경색증은 발병 초기에 ‘트로포닌’이라는 물질이 몸속에 많이 분비된다. 혈액 내 들어있는 체내 물질의 농도는 ‘몰(mol)’ 단위로 나타내는데, 트로포닌은 혈액 내 피코몰(1조분의 1몰) 이하의 양만 들어있다. 반면 기존 검사법은 이보다 많은 10피코몰(1000억분의 1몰)의 농도까지만 바로 측정이 가능하다. 농도를 증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시간 진단이 어렵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발생하는 신호를 조절해 기존의 증폭과정 없이도 펨토몰(1000조분의 1몰) 농도의 체내 물질도 바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민감도를 기존(10피코몰)보다 1만배 높인 것이다. 치매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에 대해서도 같은 성과를 거뒀다.

급성심근경색증과 치매를 조기에 실시간 진단하는 국산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펨토몰의 민감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성과는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고,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도 추진된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에도 본 기술을 응용할 계획이다. 기존 PCR 검사법이 민감도의 한계로 별도의 유전자 증폭과정이 필요해 약 6시간이 걸리는 반면, 이 기술은 민감도를 높여 몇 분 내 실시간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조현모 책임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 진단에 대한 연구과제를 신청했고 이르면 연내 시료와 실험실을 지원받아 연구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