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지선이 청춘페스티벌에서 남긴 명언 "나 자신 조차 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할까?"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2020. 11.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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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EBS ‘지식채널 e’ 캡처


개그우먼 박지선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전생에 남긴 강의 어록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자되고 있다.

박지선은 평소 밝고 배려심 깊은 것으로 유명했다. 또 자신의 얼굴을 자랑스러워하며 “앞으로도 교정, 시술, 성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박지선은 지난 2015년 5월 열린 청춘 페스티벌에 출연해 자신이 개그맨이 된 계기를 들려줬다. 그는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유니크하게 생겼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고등학교 때는 주입식 교육의 노예였다. 시키는 거 하는 거 좋아하는 노예. 다만 좀 특이한게 있다면 교실 뒤에서 웃기는 애였다. ‘3학년 8반 전교1등 웃기다’ 하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특별한 꿈이 없어서 점수에 맞춰 고려대 사범대 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친구가 하는대로 4년 내내 시간표도 똑같이 짜고, 친구 따라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에도 갔다. 좁은 방에 500명이 모여있었다. 창 밖에 눈이 내리는데 아무도 그걸 보지 않고 필기만 하더라. 2시간 동은 눈 내리는 걸 보면서 ‘함박눈도 저렇게 자유로운데 난 행복하지가 않아. 언제까지 액세서리로 살아야해? 내가 행복한 때는 언제였지?’ 했다. 어느 순간 필름이 딱 멈췄다. 반에서 2~3명 모아놓고 웃겼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학원을 박차고 나와, 개그맨 시험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합격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내 외모를 보면) 못생겼다. 뭐 같이 생겼다. 보기 싫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데 개그 집단에서는 내 외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줬다. 그리고 내 자존감이 올라갔다”고 했다.

박지선은 “성형을 반대하진 않는다.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면 괜찮다 생각한다. 저는 제 얼굴 사랑해서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간 것 같다. 잇몸 교정도 안 하고 그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을 거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한다.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주겠나?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많은 누리꾼들은 그의 강의 내용에 “많은 걸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너무 멋진 말”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인생의 주인공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박지선은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모친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추후 발견됐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돼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 없이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이하는 청춘 페스티발 당시 박지선의 강의 내용.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유니크하게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완벽한 생얼입니다. 고등학교 때 피부과에서 오진을 해서 박피를 6번이나 했어요. 너무 아파서 고등학교 신분으로 휴학을 했고 대학교때 재발해서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못하게 됐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그맨이 돼야지’ 맘 먹었어요.

제가 고려대학교 사범대 교육학과 나온 거 아시죠? 중고등학교 때는 주입식 교육의 노예였습니다. 시키는 거 하는 거 좋아하는 노예. 참 즐겁계 열심히 했어요. 다만 좀 특이했던 점이 있다면 교실 뒤에서 웃기는 애들 있죠? 음지 속의 개그맨! 어둠 속의 희극인! 제가 약간 그런 애였어요. 3학년 8반 전교 1등 웃기다! 하는 소문도 있었어요.

그러다 특별한 꿈이 없어서 점수에 맞춰 대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니까 다르더라고요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골라 수강신청을 하더라고요. 멘붕…. 그래서 친한 친구 만들어서 그 친구가 수강하는 과목을 똑같이 4년 동안 들었어요. 그 친구가 시키는대로 4년을.

친구 따라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에도 갑니다. 노량진 건물 8층에 위치한 학원. 참 열악했어요. 좁은 방에 유명 톱 강사 강의 듣겠다고 500명이 드ㄹ어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함박눈이 내리는 거에요. 노량진이라 한강이랑 남산타워랑 다 보이는데 통유리로 된 교실에 있으니까 뷰가 끝내주더라고요. 그런데 500명 중 아무도 그걸 안보고 필기만 미친 듯이 적더라고요.

전 앉아서 2시간 동안 눈 오는 풍경을 봤어요. 그 때 저 함박눈도 저렇게 자유러워 보이는데 나는 행복하지가 않아. 언제까지 액세서리로 살아야해? 그러다 ‘내가 행복한 때는 언제였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느 순간 딱! 필름이 멈췄냐면요. 반에서 3~4명 모여놓고 웃겼을 때. 이건 아니야! 하고 고시 학원을 박차고 나왔어요.

그렇게 개그맨 시험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합격했어요. 처음 선배들과의 대면식 날 옥동자, 오지헌, 박휘순 선배가 와서 ‘너구나! 올해는 너구나! 애 좋다! 괜찮네!’ 하고 가시는거에요. 그 뒤에 신봉선 선배가 오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얘가 나 이겼잖아! 나 이제 뭐 먹고 살아! 너 좋겠다’ 하고 가세요.

일반적으로 못생겼다. 뭐 같이 생겼다. 보기 싫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데 개그 집단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는거에요. 우리 집단이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니까 자연스레 자존감이 올라가게 됐죠.

성형을 반대하진 않아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면 괜찮다 생각해요. 저는 제 얼굴 사랑해서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간 것 같아요. 잇몸 교정도 안 하고 그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잖아요.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주겠어요?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고 박지선 빈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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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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