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로봇 종업원 스르륵 가까이 다가온 미래

정진영 2020. 11. 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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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부른 푸드테크 바람
게티이미지뱅크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뒤 커피를 받기까지 단 한 사람의 손도 거치지 않는 카페가 있다. 지난 5월 대구 유성구에 오픈한 24시간 무인 로봇카페 ‘스토랑트’가 그렇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으면 스마트 바리스타 시스템이 음료를 제조하고, 서빙 로봇 ‘토랑’이 제조된 음료를 받아 고객의 자리까지 음료를 배송한다. 이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업계에 부는 로봇 바람이 거세졌다.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접촉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면서 비대면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식품산업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 접목된 ‘푸드테크’는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비대면 문화가 푸드테크의 도입 속도를 빠르게 했다는 것엔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7월 선보인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K01’이 국과 밥, 반찬 등을 실어 손님에게 서빙하는 모습. 우아한형제들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서빙로봇, 요리로봇 등 단순 반복되거나 힘든 일을 도와주는 로봇의 매장 도입이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전국 186개 식당에 실내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241대가 도입됐다고 밝혔다. 출시 1년 만이다. 코로나19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혼자 일했던 점주들이 서빙 로봇 도입 후 매장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입소문을 타고 딜리플레이트를 도입하는 점주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롯데GRS는 지난달 28일 영업매장 현장의 배송 운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의 테스트 운영을 한 달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무거운 원재료를 들고 내리는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이 겪을 허리 부상 등을 줄이기 위해 최대 16㎏의 무게를 경감시킬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시범적으로 도입해보기로 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물건을 실어놓으면 작업자를 따라 이동하는 배송카트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 역삼역점을 오픈하면서 번(빵)·패티 자동 조리장비를 도입했다. 신세계푸드 제공


푸드테크를 도입한 외식기업은 더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9월 노브랜드 버거 역삼역점을 오픈하면서 패티 자동 조리장비와 서빙로봇을 도입했다. 매장 내에서 고객과 직원의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별도의 픽업 존을 구성하고 서빙로봇을 통해 음식을 전달하는 식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12월 빕스 등촌점에 요리하는 로봇 ‘LG클로이 셰프봇’을 선보인 뒤 현재까지 4곳(빕스 등촌점, 안양비산점, 광주광천점, 인천예술회관점)에서 운영 중이다. 클로이 셰프봇은 국수 재료를 삶은 뒤 그릇에 국수와 육수를 담아 고객에게 제공한다.

커피 브랜드 달콤이 지난 7월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단지에 오픈한 24시간 무인 로봇 카페 ‘비트’ 매장. 달콤 제공


무인 로봇카페도 진화했다. 커피 브랜드 ‘달콤’이 선보인 24시간 무인 로봇카페 ‘비트’는 현재 아파트 단지와 대학가에 입점하며 입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하면 로봇이 음료를 제조하고 손님은 완성된 음료를 가져가면 된다. 비트가 테이크아웃 중심이라면 매장에서 주문과 음료 제조, 서빙까지 모두 무인으로 이뤄지는 스토랑트 같은 곳도 있다.

외식업계는 단순히 반복되는 계산·서빙 같은 일과 뜨거운 물을 다루는 일 등 위험한 작업을 로봇에 맡김으로써 안전함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높아진 안전에 대한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어 로봇 도입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을 하고, 고되고 힘든 일은 로봇이 하면 더 좋지 않겠냐”며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로봇이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 업무를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해당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2020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로봇과 AI의 확산으로 2025년까지 일자리 8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로봇 사업을 시작하면서 로봇 관제 인력 등 관련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며 “로봇으로써 사람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그게 현장에 안착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엔 로봇이 대체하기 힘든 일자리에 대한 교육과 훈련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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