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망'에 종편의 낯 뜨거운 삼성 두둔과 찬양
[민주언론시민연합]
25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향년 78세로 숨졌어요. 이건희씨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여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편으로는 정경유착을 심화시키고 '무노조 경영' 방침으로 노조를 탄압해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어요. 노조탄압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사찰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기술 불법 탈취 등에 대한 사과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죠.
이건희씨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편법·불법·탈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도 여전한 상황이에요. 또한 삼성을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오르게 한 이른바 '반도체 신화' 이면에는 생산과정 중 희귀병을 앓고 스러져간 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있어요.
삼성이 공식 사과하며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매듭지은 것은 2018년 11월인데요.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지 11년 만이었어요.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전자가 최서원씨 등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수세에 몰리자 뒤늦은 보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죠.
대다수 언론은 대한민국 재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회장 사망 소식에 주목했어요. 종편 3사 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이건희씨가 숨지고 이튿날인 10월 26일부터 영결식이 있던 28일까지 대담을 진행했는데요. 삼성의 정경유착이나 이건희씨가 과거 특검 수사를 받은 이력을 두둔하거나 이재용씨가 직접 차를 모는 행위를 '이례적'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어요.
'이건희 과실' 분량은 고작 3.2%
▲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별 ‘이건희’ 방송시간 분석(10/26~10/28)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대담은 이건희씨 혹은 삼성에 대한 단순 사실과 이씨의 공로, 삼성 지배구조 및 상속세 문제를 다루는 데 집중했어요. 반면 이건희씨 과실은 고작 7분가량 방송되었는데요. 비율로 환산하면 3.2%에 불과해요.
▲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이건희’ 대담주제별 방송시간(10/26~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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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3사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 이씨 공로에 비해 과실을 얘기하는 데 인색했다는 점은 프로그램별로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30분이나 이씨의 공로를 다루면서도 과실을 다룬 건 고작 48초였어요. MBN <뉴스와이드>는 26일 한 차례만 이씨 소식을 13분 다루며 공로는 10분간 언급하면서도 과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어요.
▲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이건희’ 대담주제별 방송시간 분석(10/26~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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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혼자 하지 않는다"며 '정경유착' 두둔
▲ 출연자가 삼성 정경유착 두둔하는 발언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0/26) |
ⓒ 민주언론시민연합 |
곽씨는 '이건희 회장 어록 중 하나'라면서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말을 꺼낸 뒤, "그런 이류(기업)와 사류(정치권)가 연애를 한다면 이류가 사류한테 돈을 쓰지, 사류가 이류한테 돈을 쓰겠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기업이 정치권과 교류하며 정치권에 돈을 쓰는 건 당연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발언이었는데요. 곽씨는 "어떤 정경유착의 평가를 할 때는 정치권에서 경제 권력에게 어떻게 접근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먼저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고서 경제만 예단해서는 안 되고"라며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어요.
정경유착은 '정치권과 기업이 부정부패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하고 있는 악습 중 하나예요. "60년대, 70년대 경제개발 하다가 보니까 그 당시에 선택과 집중은 대기업 중심이었을 것"이라는 시대 상황으로 정당화하거나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곽수종씨 말대로 "정경유착의 평가를 할 때는 정치권에서 경제권력에 어떻게 접근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필요해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기업이 이익을 얻기 위해 정치권에 어떻게 접근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그에 따른 처벌도 필수예요.
삼성 입장 대변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 이건희 특검수사 이력을 ‘수난’이라 표현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0/26)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이건희씨는 2008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되었어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주식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헐값에 넘겨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 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는데요. 여기에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까지 이어졌어요. 김 변호사가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기고 있으며,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 등 권력기관에 로비를 해왔다'는 내용을 폭로한 거예요.
이로 인해 결국 이씨는 특검 수사를 받게 되었어요. 특검에 출석할 당시 "특검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이씨는 같은 해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삼성의 부정적인 그늘로 비판받아온 전략기획실을 해체했어요.
그런데 TV조선 권은영 기자는 이를 '수난'이라고 표현했어요. 지극히 이건희씨 입장에서 생각하고 평가한 것이죠. 무엇보다 객관성을 갖추고 시청자에게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시사대담에서 한쪽 입장에 치우친 표현이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아요.
채널A "재벌총수 직접 차 몰고 공식석상 등장 이례적"
▲ 출연자가 이재용 노골적으로 치켜세운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0/28)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출연자 김형주 전 국회의원은 "(이 부회장의) 차량(을) 조회를 해보니까 '중고차'라는 것도 굉장히 이재용 부회장의 말자하면 경영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을 말해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매우 실용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김진씨는 "재벌총수가 중고차를 샀다"며 김형주 전 의원 발언에 동조했고요. 이어서 김형주씨는 "해외에 갈 때도 본인의 전용기도 있을 수 있는데 일반 스케줄만 맞으면 일반 민항기를 탄다든지 또 비서진을 많이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서 직접 자기가 티켓팅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도 많이 보인다는 것이죠. 이것이 매우 파격적인 것"이라고 했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벤츠 뒷자리에 앉을 법도 한데 한국 승용차에 그것도 제네시스의 SUV도 아니고, 펠리세이드 같은 가족 중심의 SUV에 직접 운전한다는 것은 매우 지도자로서의 상징성이 충분히 있다. 실용주의적인 어떤 입장들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라고까지 말했죠.
다른 출연자 정혁진 변호사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재용 부회장도 굉장히 차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은데, 그런데 어쨌든 '여러 가지 것들 생각하지 않고 펠리세이드를 샀다'라고 하는 것은, '현대차가 다른 나라 차들에 비해서 손색이 없을 만큼 탈 만한 차다'라고 본인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각을 했던 것 같고"라며 이재용씨 치켜세우기는 물론이고 현대자동차 홍보로도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거예요. 노골적인 이재용씨 치켜세우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발언에 시청자들의 낯이 다 뜨거워진다는 걸 <김진의 돌직구쇼>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0월 26~28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평일)<아침&매일경제>(평일)
* 시간은 31초부터 1분으로 올림하여 계산했으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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